맘편히 묻어둘 돈 … 금융株 투자해 배당 챙겨볼까

한우람 기자(lamus@mk.co.kr) 2023. 8. 1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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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예금 이자 뛰어넘는 '은행 투자' 전략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은행 예금 금리가 제법 올랐다곤 하지만 은행을 통해 보다 많은 '이자'를 받는 방법이 있다. 바로 은행이나 은행을 자회사로 둔 상장 금융사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현재 국내 금융주는 건전성 관련 금융당국의 규제 리스크를 감안해 이익 규모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상태다. 반면 이익이 많이 나는 만큼 배당도 많이 주다 보니 투자 원금 대비 짭짤한 배당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다만 주가 변동에 따른 원금 손실 위험이 있기 때문에 10년 이상 묵혀둘 수 있는 여유자금을 보유한 장기 투자자에게나 적합한 방식이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11일 매일경제가 상장사인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와 IBK기업은행의 연간 시가 배당수익률을 조사해보니 5.78(KB금융)~9.70%(우리금융)에 달했다. 시가 배당수익률이란 현재 주가 대비 연간 지급하는 배당금 비율을 뜻한다. 시가는 7월 말 종가를 기준으로 했으며 배당금은 지난해 총배당금으로 산정했다.

예를 들어 KB금융 주식 1주를 지난달 말 종가인 5만1000원에 산 주주는 연간 2950원의 배당금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매해 동일한 배당금이 이자처럼 꼬박꼬박 들어온다면 연 5.78% 이자를 받는 것과 동일한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국내 4대 은행별 1년 만기 정기예금 대표 상품 금리(지난달 실제 취급 평균 금리 기준)는 3.59~3.75%에 머무르고 있다.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보다 은행의 주주가 돼 배당금을 받는 것이 훨씬 이득인 것이다.

국내 은행 계열 금융지주들은 최근 배당금을 늘리고 있다. 최근 시중금리가 올라가고 있다 보니 실적이 좋아지며 이익 규모도 연일 사상 최대를 경신하고 있다. 이익이 늘어나면 주주들에게 되돌려줄 배당금도 그만큼 늘어난다. 4대 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은 최근 배당성향을 25% 안팎으로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배당성향은 전체 순이익 중 주주들에게 되돌려주는 배당금 규모 비중을 뜻한다. 전체 순이익 중 25%가량을 꼬박꼬박 주주들에게 배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례로 알짜 배당주로 소문난 기업은행은 2020년 당기순이익 1조5357억원 중 3729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돌려주며 배당성향 24.28%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당기순이익 2조7738억원을 기록하고 현금배당으로 7655억원을 책정했다. 배당성향은 27.60%에 달했다. 배당성향을 계속 유지할 경우 많은 이익은 그만큼 많은 현금배당으로 돌아온다. 특히 최근 이익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금융지주 주가가 정체되고 있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현시점에서 고배당을 받기에 유리하다는 신호다. 이익이 늘어난 만큼 주가가 올랐다면 투자에 필요한 원금이 늘어나며 시가 배당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체력은 '역대급'으로 평가된다. 이익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최근 연체율 상승이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이익의 '질'을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총 9조18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수준이다. 4대 금융지주는 이 같은 역대급 당기순이익이 더 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보험금을 쌓느라 당기순이익 중 상당 부분이 깎였다. 4대 금융지주는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꺼내 쓸 수 있는 충당금을 올해 상반기에만 총 3조9242억원을 새로 쌓아뒀다. 현재 이익이 충당금을 쌓은 만큼 줄어들겠지만, 미래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쌓아둔 충당금을 도로 꺼내 그만큼 손실 규모를 줄일 수 있는 완충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4대 금융지주는 해외 주요 선진국 은행에 견줘도 손색없는 이익 창출력과 손실 완충 능력을 동시에 완성해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권에서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로 손실 흡수 능력 강화를 주문했지만, 결과적으로 이익 창출 규모도 시장 예상을 계속해서 웃돌고 있다. 국내 주요 금융주에 대한 투자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금융주가 은행 정기예금 대비 두루 투자 매력을 지녔지만, 그래도 주식이라는 본질에 대해서는 잊지 말아야 한다. 주가 등락에 따라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배당수익률이 높지만 중간에 목돈이 필요해 주식을 사들인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처분할 경우에는 확정 손실을 입을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금융주 투자는 연금생활자 등 장기 투자자에게 가장 적합한 투자 방식이다.

최근 10년간 금융주 주가를 보면 현재 4대 금융지주 주가는 10년래 최저와 최고가 사이 중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대장주인 KB금융의 경우 지난달 말 주가는 5만1000원이다. KB금융의 10년래 최저가는 2만5850원, 최고가는 6만9200원이다. 신한금융의 지난달 말 주가는 3만5050원이고, 10년래 최저가와 최고가는 각각 2만1850원과 5만5500원이다.

금융주의 특징은 위기 국면 때 주가가 빠르게 내려가지만 결국엔 원래 주가로 돌아오는 복원력이 강하다는 점이다. 일례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 4만7650원을 기록했던 KB금융 주가는 코로나19 발발 직후인 2020년 3월에 2만5850원까지 급락했다. 그리고 다시 지난달 말 5만1000원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은 주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10년에 한 번꼴로 금융위기가 찾아오는 양상이 반복되다 보니 금융주는 주가가 저평가될 때 사서 10년 이상 버티면 손실이 나지 않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며 "여유자금은 있는데 현재 이자소득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은퇴생활자들이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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