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평가 엇갈리는 예능 '좀비버스'…"악평도 고마워"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욕하는 분들의 의견마저도 너무나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박진경 책임프로듀서)
지난 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좀비버스'는 연기인지 리얼리티인지 헷갈리는 상황 설정으로 엇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비평 사이트 IMDB에서 몇몇 시청자는 "드라마와 리얼리티의 완벽한 조화" 등의 극찬을 쏟아내는 반면, '끔찍한 연기력'이라는 악평도 여럿 달렸다. 11일 현재 평점은 10점 만점에 5.8점이다.
연출자들은 이런 극과 극의 반응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11일 만난 박진경 책임프로듀서(CP)와 문상돈 PD는 '악평도 감사하다'며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박 CP는 "'이런 쓰레기 같은 걸 왜 만드느냐'는 반응부터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는 호평까지 정말 다양한 피드백(반응)들이 있다"며 "반응을 통해서 배울 만한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좀비버스'를 둘러싼 평가는 엇갈리지만, 일단 많은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좀비버스'는 지난 10일 한국에서 가장 많은 시간 시청된 넷플릭스 콘텐츠였고, 전 세계적으로도 10위에 올랐다.
'좀비버스'는 총 10명의 출연자가 좀비가 창궐한 서울을 벗어나 인천 월미도에 있는 대피선을 향하고, 이 과정에서 각종 돌발 상황과 '미션'을 깨는 과정을 담았다.
첫 장면은 연애 예능 프로그램 촬영장에서 갑자기 한 일반인 출연자가 좀비로 변하고, 이어 곳곳에서 좀비들이 나타나 일대가 초토화되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촬영을 위해 모여있던 방송인 노홍철 등 연예인들은 좀비들을 피해 승합차를 타고 달아난다.
'좀비버스'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미리 짜인 대본에 의한 드라마인지 또는 리얼리티를 추구하는지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좀비로 분장한 연기자들임이 분명한데도 진짜 상황인 것처럼 연출해 작위적이라는 반응이다.
박 CP는 "대본이 있는지를 묻는 분들이 정말 많다"며 "출연자들에게는 상황만 던져주고, 거기서부터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할지는 각자의 몫이었다. 대사나 연기는 주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미션을 건네는 역할을 하는 'NPC'(게임 속에서 컴퓨터가 조종하는 인물)같은 출연자들이 있는데 이들의 대본은 정해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튜버 덱스는 '좀비버스'에 출연해 해군 특수전전단(UDT) 출신다운 활약을 보여줘 화제가 됐다. 덱스는 바다 위 부표에 이시영, 파트리샤와 함께 고립되자 영하 13도의 바다에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부표를 밀어 두 사람을 구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박 CP와 문 PD는 입을 모아 덱스를 칭찬했다. 박 CP는 "솔직히 외모 때문에 섭외했는데, 기대한 것보다 더 활약해줘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고, 문 PD 역시 "요즘 덱스와 연락하면 언제나 '네 덕분이야'라는 말로 시작할 정도"라며 웃음 지었다.
물론 덱스를 비롯한 출연진의 활약 뒤에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연출자들은 '좀비버스'를 만든 일등 공신으로 좀비 연기를 한 배우들을 꼽았다. 드라마 '킹덤'에 출연한 단역 배우팀이 이번 '좀비버스'에 출연했다고 한다.
문 PD는 "'킹덤'에도 출연한 분들이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좀비를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며 "서너 시간씩 밖에서 배회하는 연기를 하면서 매우 힘들었을 텐데아무 불평불만 없이 연기해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좀비버스'는 전 회차가 공개돼 제작진으로서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일만 남겨뒀다. 비록 많은 시청 시간을 기록했으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만큼 앞으로 어떤 성적을 낼지는 불투명하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등 실험적인 예능을 여러 차례 연출해온 박 CP는 이번 '좀비버스'로 또다시 새로운 시도를 했다.
박 CP는 또 "새로운 형태의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내놨다고 생각한다"며 "시청자들이 잘 받아들여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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