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축구화 살 돈 없던 소년이 EPL 가장 비싼 선수로...카이세도에게 축구란?

오광춘 기자 2023. 8. 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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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0만 파운드론 카이세도 신발만 살 수 있어요"


2022년 8월, 당시 브라이턴의 그레이엄 포터 감독은 이렇게 쏘아붙였죠. 리버풀이 모이세스 카이세도를 영입하기 위해 4200만 파운드를 준비했다는 말이 나오자 재치있게 응수한 것입니다. 1억 파운드는 내걸어야 흥정이 시작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게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카이세도는 브라이턴을 떠납니다. 11일만 해도 리버풀로 가는 게 유력해 보였지만 14일 최종 행선지는 첼시로 결정됐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이적료 1억 1500만 파운드 말이 돼?


1년이 지나 카이세도의 이적료는 1억 1500만 파운드 (1953억원)까지 뛰었습니다. 최종 행선지를 두곤 엎치락 뒤치락 끝에 첼시로 결정됐습니다. 11일만 해도 1억 1000만 파운드(1845억원)에 리버풀 유력 보도가 떴지만 첼시는 금세 500만 파운드를 더 베팅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1억 1500만 파운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에 달합니다. 역대 축구 시장에선 네이마르, 음바페, 쿠티뉴, 주앙 펠릭스, 덤벨레에 이어 6번째로 높은 몸값입니다.
카이세도는 에콰도르 국가대표로 2022 월드컵에 나섰죠. 세네갈전에선 골을 터뜨렸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왜 그렇게 카이세도에 꽂혔나?


카이세도는 브라이턴의 수비형 미드필더입니다. '박스 투 박스' 유형의 선수죠. 이쪽 페널티박스에서 저쪽 페널티박스를 분주히 오가는 스타일입니다. 많이 뛰어다니며 공이 있는 곳, 공이 없는 곳 가리지 않고 언제나 불쑥불쑥 나타납니다. 상대 공격의 길을 예측해서 차단하기도 하고 팀 공격의 길을 새로 열기도 합니다.
지난 3월 호주와 평가전, 카이세도는 에콰도르의 중원을 지켰습니다. (사진=EPA연합뉴스)

아직 스물둘...잠재된 미래가치에 치솟는 몸값


부지런하다고 해서 거칠고 투박할까요? 공을 다룰 때는 차분하고 섬세합니다. 뛰는 것만 잘하는 건 아닙니다. 패스도 잘합니다. 어떤 감독이 이런 선수를 좋아하지 않을까요. 나이는 이제 스물둘. 1억1500만 파운드의 몸값엔 괜찮은 중앙 미드필더로서 희소성, 아직 어린 나이로 품고 있을 잠재된 능력까지를 담고 있습니다.
공이 있는 곳에 카이세도가 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모든 감독이 좋아할 스타일이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1월 아스널의 6000만 파운드 이적료 거부


지난 1월, 겨울 이적 시장에서 아스널의 6000만 파운드 이적료 제시에 카이세도는 소셜미디어에 작별인사까지 전하며 떠날 준비를 했죠. 그러나 브라이턴이 거절했습니다. 직후 브라이턴은 카이세도와 재계약까지 하며 카이세도의 가치를 대내외적으로 재고하는 행동에 들어가죠.
카이세도의 월드컵 첫 골 장면. 2022 월드컵 세네갈전이 역사로 남았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카이세도의 '성취'...브라이턴의 '성공'


그리고 7개월 만에 두 배 가까운 이적료를 받게 됐습니다. 브라이턴이 카이세도를 에콰도르의 인데펜디엔테 델 바예에서 데려온 게 2021년 2월입니다. 그 당시 지불한 이적료는 400만 파운드. 2년 6개월 만에 가치를 29배로 키워서 팔았습니다. 장사란 이렇게 하는 거죠.
2022 월드컵 네덜란드전. 공을 몰고 가는 카이세도의 움직임에 힘이 넘칩니다. (사진=AFP연합뉴스)

"돈이 없어 축구화를 빌려 신고 뛰었다"


카이세도의 이적 이야기엔 돈이 가리키는 가치의 변화만 담겨 있진 않습니다. 에콰도르의 중북부 도시 산토도밍고 출신, 가난한 아프리카계 후예가 어떻게 성공했는지도 돌아보게 합니다. 영국 언론 '더 타임스'는 '카이세도는 골포스트를 바위로 세운 운동장에서 축구화 살 돈이 없어 남의 것을 빌려 신고 꿈을 키웠다'고 보도했습니다. 가난한 가족, 10명의 형제 중 카이세도는 막내였습니다. 빈곤의 대물림이 당연한 곳에서 한 소년에게 축구는 희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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