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주담대 28배 폭증… 금융당국, 집중 점검
전세대출 신용대출 비중 7.8%p, 3.9%p ↓
금리 경쟁력 앞세워 덩치 키워…가산금리 0%대
금융 당국, 주담대 심사 느슨한지 점검 계획
중·저신용자 대출 규제 강화 여부도 논의
금융 당국이 인터넷은행이 공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는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 가계대출이 최근 급증한 데 따른 것인데,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소극적인 인터넷은행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담대에 몰두하는 것에 사실상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는 주담대 잔액이 지난 1년 새 5조원 이상 증가했다. 금융 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심사 절차가 느슨한 것은 아닌지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동시에 인터넷은행이 하반기 중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얼마나 늘리는지 지켜보며 규제 연장 및 강화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5조5200억원으로 전년 동기(1920억원) 대비 28배 이상 늘었다. 올해 1분기(2조3560억원)와 비교해서도 2배 넘게 증가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2월 주담대 서비스를 출시했다. 주담대 잔액은 1분기 말 기준 460억원에서 2분기 1920억원, 3분기 5040억원, 4분기 1조1960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들어 증가세는 더 가팔라졌다. 올해 상반기에만 주담대가 4조3240억원 증가했다. 전체 대출에서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1분기 0.2%였던 주담대 비중은 2분기 0.7%, 3분기 1.8%, 4분기 4.3%로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다 올해 1분기 8.0%, 2분기 16.3%로 치솟아 올랐다.
전월세보증금대출은 상승세가 둔화된 모습이다. 2018년 상품 출시 후 대출 잔액이 꾸준히 늘며 2022년1분기 10조원을 돌파했으나, 지난해 3분기(12조1170억원)를 정점으로 잔액 규모가 감소했다.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분기 42.6%에서 34.8%로 7.8%포인트 줄었다. 이 밖에 신용대출, 당좌대출(마이너스통장) 비중도 같은 기간 3.9%포인트, 5.4%포인트 낮아졌다.
케이뱅크의 경우 주담대와 전월세대출을 합친 잔액이 1분기 말 기준 2조8000억원으로, 올해 들어서 1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케이뱅크는 개별 상품별 대출 잔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토스뱅크는 아직 주담대 상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하반기 중 전월세대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인터넷은행이 주담대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이유는 대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함과 동시에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함이다. 주택을 담보로 한 주담대는 신용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출로 평가된다. 연체가 발생해도 주택을 경매로 매각해 원금을 대부분 회복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은 금리 경쟁력을 무기로 주담대 규모를 급격하게 늘려왔다. 비대면으로만 영업을 하기 때문에 인건비 등을 아낄 수 있어 가산금리를 높이지 않아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가 더해져 산정되는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가산금리가 0%대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카카오뱅크의 분할 상환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4.02%로 은행권에서 가장 낮았다. 그다음이 케이뱅크(4.14%)였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평균 주담대 가산금리는 각각 0.58%, 0.21%다. 다른 은행들의 평균 가산금리는 연 1.47~3.94% 수준이었다.
금융 당국은 인터넷은행이 주담대를 내줄 때 차주(돈 빌린 사람)의 소득 심사를 면밀히 하고 있는지, 과도한 대출에 따르는 연체 위험은 충분히 관리하고 있는지 등을 집중 점검한다. 중·저신용자 대출 규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다. 금융 당국은 인터넷은행 인가를 내주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릴 것을 주문했으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2021년 각 사에 3년 치 목표치를 부과했다. 올해 말까지 3사가 달성해야 하는 목표 비중은 카카오뱅크 30%, 케이뱅크 32%, 토스뱅크 44%다. 카카오뱅크는 2분기 말 기준 27.7%,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1분기 기준으로 각각 24%, 42%를 기록 중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설립 취지상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우선 과제여야 한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다”라며 “인터넷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지켜본 뒤 규제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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