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눈’ 8월 강수량·풍속 극값 경신하고 ‘소멸’···무더위 또 온다
11일 오전 6시쯤 열대저압부로
한반도에 머문 시간은 총 21시간
낮 기온 오르며 더위 계속될 듯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종단하지 못하고 북한 평양 남쪽에서 소멸됐다. 이번 태풍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8월 일 강수량과 풍속 극값이 경신됐다. 태풍이 지나간 뒤 전국 대부분 지역에 무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카눈이 11일 오전 6시쯤 북한 평양 남동쪽 80㎞ 지점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됐다고 이날 밝혔다. 카눈은 지난달 28일 오전 3시쯤 괌 서쪽 730㎞ 해상에서 태풍으로 발달한 뒤 약 14일 3시간 만에 열대저압부로 변질됐다. 일반적으로 태풍의 수명은 닷새 정도인데 카눈은 그 3배가량을 태풍으로서 세력을 유지했다. 1951년 이후 발생한 1881개의 태풍 중 카눈처럼 2주 이상 태풍의 세력을 유지한 경우는 채 1%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눈은 또 두 차례의 급격한 방향 전환을 거쳐 한국·일본·대만 등 3개국에 피해를 끼친 태풍으로 기록됐다. 기상청은 평년보다 온도가 높았던 바닷물이 카눈의 세력 유지를 도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해수면 온도가 높으면 태풍에 더 많은 열과 수증기가 공급될 수 있기 때문에 태풍이 세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데 유리하다. 한반도와 일본 주변 바다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1도 안팎 높은 28~29도에 달한다.
카눈은 11일 오전 1시쯤 휴전선을 넘어 북한으로 들어갔으며 10일 오전 경남 거제에 상륙했을 때부터 한반도에 머문 시간은 총 21시간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0년 이후 국내에 상륙한 15개 태풍 가운데 12시간 이상 국내에 머문 태풍은 2018년 제19호 태풍 솔릭이 유일하다. 다만 카눈은 당초 예상과 달리 한반도 남북을 종단하지는 못했고,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백두대간을 넘은 첫 태풍으로만 기록됐다. 국내의 복잡한 지형과 마찰을 빚으면서 위력을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카눈은 국내 상륙 후 속도가 평균 시속 20㎞에 불과한 ‘느림보 태풍’이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9월 국내에 상륙한 태풍 힌남노 속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번 태풍으로 인해 9일부터 11일 사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 총 강수량 1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렸고, 특히 강원 영동과 충청권 내륙, 전라 내륙, 경상권, 제주도 산지에는 200~300㎜(많은 곳 경상권 300㎜ 이상, 강원 영동 400㎜ 이상)의 매우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강원 영동과 경상권 일부 지역에서는 8월 일 강수량 및 1시간 최다 강수량의 극값이 경신된 곳도 있다. 또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대순간풍속 시속 70㎞(초속 20m)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었고, 특히 강원 영동과 경상권 해안에는 최대순간풍속 시속 110㎞(초속 30m) 이상으로 불면서 일부 지역에는 8월 일 최대순간풍속 극값이 경신됐다. 극값이란 기온, 기압, 강수량, 풍속 등의 기상 요소를 장기 관측해 얻은 가장 큰 값, 또는 가장 작은 값을 말한다.
8월 일 강수량 극값이 경신된 곳은 368.7㎜의 비가 내린 속초(종전 295.5㎜, 2002년 8월31일)와 북창원(261.1㎜, 종전 243.5㎜ 2014년 8월25일) 북강릉(242.0㎜, 종전 204.8㎜ 2018년 8월6일) 경주(134.2㎜, 종전 120.0㎜ 2014년 8월18일) 청송(97.4㎜, 종전 79.5㎜ 2014년 8월18일) 등이다. 속초와 북창원의 강수량은 8월뿐 아니라 연간 일 강수량 극값도 경신한 수치다. 또 속초에서는 8월 1시간 최다강수량 극값도 종전 70.1㎜(2018년 8월6일)에서 91.3㎜로 경신됐다. 경남 양산에서는 최대 순간풍속이 21.3m를 기록하면서 종전의 8월 최대 순간풍속 극값인 19.8m(2012년 8월28일)를 넘어섰다.
기상청에 따르면 9일부터 11일 오전 6시까지 주요지점의 누적 강수량은 서운(안성) 181.0㎜, 서울 97.8㎜, 속초 402.8㎜, 영동 208.0㎜, 양산상북 350.0㎜, 뱀사골(남원) 275.0㎜, 한라산남벽(서귀포) 288.0㎜ 등이다. 같은 기간 주요지점의 최대순간풍속은 관악(과천) 시속 99㎞(초속 27.4m), 향로봉(고성) 시속 112㎞(초속 31.0m), 설악산(양양) 시속 109㎞(초속 30.2m), 계룡산 시속 117㎞(초속 32.6m), 거문도(여수) 시속 94㎞(초속 26.2m), 가덕도(부산) 시속 126㎞(초속 34.9m), 고산(제주) 시속 93㎞(초속 25.9m) 등이다.
태풍의 영향으로 충남권에는 11일 밤까지 충남권에 비가 오겠고, 서울·인천·경기도에는 12일 새벽까지 비가 이어지는 곳이 있겠다. 태풍의 영향에서 차차 벗어나면서 낮 기온은 10일(21~29도)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1일은 남부지방, 12일은 충청권과 남부지방, 13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기온이 30도 이상 오르는 곳이 많겠고, 습도가 높은 탓에 최고체감온도가 31도 이상으로 더욱 높아져 무덥겠다.
기상청은 제7호 태풍 ‘란’이 지난 7일 발생해 11일 오전 9시 현재 도쿄 남남동쪽 약 1030㎞ 해상에서 북서진 중이라고 밝혔다. 란은 오는 15~16일쯤 일본 본토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란(LAN)은 미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마셜군도 원주민어로 폭풍(스톰)을 의미함.
미국 하와이 인근을 지나고 있는 허리케인 도라가 11일 밤 태풍예보구역에 진입해 제8호 태풍 도라가 될 가능성도 있다. 허리케인이 태풍구역까지 오기는 2018년 헥터 이후 처음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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