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 초청으로 38차례 호화 휴가 간 美대법관… ‘개인적 환대’라 상관없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3. 8. 1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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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대법관 클래런스 토머스 논란
진보층에선 “사임해야” 목소리도
클래런스 토머스 미국 연방 대법관이 작년 10월 대법원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의 클래런스 토머스(75) 대법관이 부동산 재벌과 투자회사 임원 등 부유한 친구들의 초청으로 최소 38차례 호화 휴가를 즐긴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민주당에서는 보수 성향인 토머스 대법관의 즉각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대법관 재산 공개에 관한 법률에 모호한 대목이 있어 ‘불법은 아니다’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프로퍼블리카’는 토머스 대법관이 31년간 대법관을 지내며 최소 4명 이상의 지인들로부터 호화 휴가 38회, 전용기 이용 26차례, 고가 스포츠 행사 초청 10여 차례 등의 향응을 받았다고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매체는 지난 4월에도 토머스 대법관이 지난 20년간 거의 매년 텍사스주의 억만장자 부동산업자 할란 크로의 전용기와 요트를 이용해 호화 휴가를 즐겨왔다고 보도했었다. 그런데 화학·바이오연료 기업 퓨처퓨얼 창업주인 폴 토니 노벨리 등으로부터도 비슷한 접대를 받은 사실이 추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토머스 대법관은 1991년 대법관 취임 후 유명 장학재단인 ‘호레이쇼 앨저협회’의 회원이 되면서 이곳에 모이는 부유한 기업인들과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자회사 미드아메리칸홀딩스 최고경영자를 지내며 한때 워런 버핏(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후계자로 예상됐던 데이비드 소콜 등과도 친구가 되어 휴가지로 초청받았다.

공무원 재산 공개에 관한 연방법에 따라 미 대법관들은 매년 재산의 변동 사항을 공개해야 한다. 타인으로부터 받은 선물 내역도 보고 대상이다. 토머스 대법관이 많은 비용이 드는 호화 휴가지로의 여행 초청이나 전용기 이용, 스포츠 입장권 등을 선물로 신고하지 않은 것은 “법을 위반하는 일로 보인다”고 프로퍼블리카는 전했다.

다만 법에 ‘개인의 사적인 환대(hospitality)로 받은 음식·숙박·접대 등은 보고할 필요가 없다’는 문구가 있어 쟁점이 되고 있다. 토머스 대법관은 프로퍼블리카의 첫 보도가 나온 지난 4월 “법관 생활 초기 사법부의 동료와 다른 사람들에게서 ‘법원과 관련 없는 가까운 친구들의 개인적 환대는 보고 의무가 없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했다. 법규에 어긋난 점은 없다는 주장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법원 행정을 담당하는 미 연방 사법회의는 지난 3월 규정을 고쳐 ‘기업이나 단체가 아닌 개인이 업무와 관련 없는 사람에게 개인주택이나 사유지에서 제공하는 음식·숙박·접대’만이 면제 대상이라고 명시했다. 상업시설인 고급 리조트 숙박이나 교통 수단 제공 등은 신고 대상이란 뜻이다. 하지만 이런 변경 사항이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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