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서 위험할까 걱정했는데… '약한 모습' 고스란히 들킨 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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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호 태풍 '카눈'이 우리나라 상륙 21시간 만에 소멸됐다.
전례 없이 내륙 한복판을 관통하고 진행 속도도 느린 태풍이라 역대급 피해가 발생할 거란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카눈은 상륙 이후 세력이 점차 약화해 최대 인구 밀집지역인 수도권을 지날 쯤엔 더는 위협적이지 않았다.
카눈이 우리나라에 근접할 때만 해도 여느 태풍보다 위력이 강할 것으로 예측돼 우려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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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향류 없어 힘 빠진 채 내륙 관통
제6호 태풍 ‘카눈’이 우리나라 상륙 21시간 만에 소멸됐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이날 오전 6시에 평양 남동쪽 약 80㎞ 부근 육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됐다.
전례 없이 내륙 한복판을 관통하고 진행 속도도 느린 태풍이라 역대급 피해가 발생할 거란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카눈은 상륙 이후 세력이 점차 약화해 최대 인구 밀집지역인 수도권을 지날 쯤엔 더는 위협적이지 않았다. 복잡한 국내 지형과 장시간 마찰을 빚으며 에너지를 급속히 잃었기 때문이다. '한반도 종단 느림보 태풍'이라는 카눈의 특징은 태풍 피해를 키우기도 덜기도 하는 '양날의 칼'이었던 셈이다.
지난 10일 오전 상륙 직전까지 ‘강’이었던 카눈의 강도는 우리나라에 도달한 뒤 ‘중’으로 약해졌다. 이는 태풍이 북상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태풍은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올라오는 과정, 특히 북위 30도를 넘어설 때 급격히 약화된다.
카눈이 우리나라에 근접할 때만 해도 여느 태풍보다 위력이 강할 것으로 예측돼 우려가 컸다. 일본 규슈 서쪽 해상을 지날 때 해수면 온도가 높아 태풍이 세력을 유지하기에 좋은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슈의 높은 지형이 세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했고 결국 남해상에 도달했을 땐 강도 강과 중의 경계에 놓인 상태였다. 상륙 전 975헥토파스칼(hPa)이던 태풍의 중심 기압도 상륙 직후 980hPa로 변했다. 태풍은 중심 기압이 낮을수록 더 많은 공기와 수증기를 빨아들여 세력이 확장된다.
카눈은 충청도를 지나 수도권으로 북상하는 과정에서 강도가 ‘약’으로 변했다. 이 역시 태풍의 생애주기에 따른 변화다. 태풍은 육상을 지날 때 지형과의 마찰로 에너지를 잃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는 중위도에 위치해 찬공기가 주기적으로 통과하는 터라 태풍은 내부 찬공기 유입으로 약해지기 마련이다.
국내에서 태풍의 생애가 이처럼 극적으로 관찰된 건 이례적이다. 이는 카눈이 소멸될 때까지 내내 육상에, 그것도 평균 시속 20㎞의 저속으로 이동하며 머물렀기 때문이다. 종전 태풍은 지향류(태풍을 견인하는 기류)나 제트기류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고 약해질 시점엔 해상으로 빠져나가 소멸 과정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웠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카눈은 마침 주변에 강한 바람(지향류)이 존재하지 않아 내륙을 천천히 이동하며 수명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북상할수록 힘이 빠지긴 했어도 카눈은 우리나라를 세게 할퀴고 갔다. 지난 9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강원도와 경상권에는 300㎜가 넘는 비가 왔다. 속초는 402.8㎜가 내렸는데 이 중 368.7㎜가 10일 하루 만에 내렸다. 1968년 관측 시작 이래 8월 일 강수량으로 최대치다. 북창원(261.1㎜), 북강릉(242.0㎜)도 8월 일 강수량 극값을 경신했다. 수도권 및 충청권 강수량도 100~200㎜에 달했다. 최대순간풍속이 시속 100㎞를 넘는 곳도 속출했다. 부산 가덕도는 시속 126㎞, 충청 계룡산은 117㎞였고 수도권에서도 과천 관악산 인근에서 시속 99㎞의 강풍이 관측됐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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