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초격차 기술' 통했다

세계 최고 용량 모바일용 D램 양산 성공 
연이은 초격차 기술…시장 주도권 잡는다

/그래픽=비즈워치

SK하이닉스가 업계 최고 용량의 모바일 D램 양산에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모바일 기기용 고성능 D램인 ‘LPDDR5X(Low Power Double Data Rate 5 eXtended)’을 개발한 이후 24GB(기가바이트)까지 용량을 높였고, 최근 고객사에 납품까지 완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LPDDR 사용처 확대’

SK하이닉스는 LPDDR5X의 24GB 패키지를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11일 밝혔다. ‘LPDDR’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D램 규격이다. 전력 소모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전압 동작 특성을 지닌다. 때문에 규격명에 LP(Low Power)가 붙는다. 최신 규격은 LPDDR 7세대(5X)로, 1-2-3-4-4X-5-5X 순으로 개발돼왔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공정 적용을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전력 효율과 성능을 동시 구현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HKMG(High-K Metal Gate)’ 공정을 도입해 속도를 빠르게 하면서도 소모 전력을 줄일 수 있었다. 해당 공정은 유전율이 높은 물질을 D램 트랜지스터 내부 절연막에 사용해 누설 전류를 막고 정전용량을 개선한 차세대 공정이다. 

SK하이닉스가 양산에 성공한 LPDDR5X 24GB 패키지./사진=SK하이닉스

해당 패키지는 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JEDEC)가 정한 최저 전압 기준 범위인 1.01~1.12V(볼트)에서 작동한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초당 68GB로, FHD급 영화 13편을 1초에 처리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부터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인 오포(OPPO)에 신제품을 양산해 납품했다. 오포는 이를 자사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원플러스 에이스 2 프로(Oneplus Ace 2 Pro)’에 탑재해 지난 10일 출시했다. 

루이스 리 오포 마케팅부문 부사장은 “SK하이닉스로부터 적기에 24GB LPDDR5X를 공급받아 당사는 세계 최고 용량의 D램을 채용한 스마트폰을 업계 최초로 출시하게 됐다”며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길어진 배터리 사용 시간은 물론 최적의 멀티태스킹 환경을 신규 스마트폰에서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신제품 개발을 계기로 LPDDR 제품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박명수 SK하이닉스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IT 산업 전 영역에서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모바일 기기 외에도 PC·서버·고성능 컴퓨팅(HPC)·오토모티브(Automotive) 등으로 당사 LPDDR 제품의 사용처가 늘어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고객이 요구하는 최고 성능의 제품을 선도적으로 공급, 탄탄한 기술 리더십으로 프리미엄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 통했다

SK하이닉스는 초격차 기술을 필두로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일 300단 이상 낸드 샘플을 업계 최초로 공개한 이후 이틀 만에 또다시 최고 용량의 모바일 D램 양산 성공 소식을 전했다. 

SK하이닉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생산설비 및 장비 관련 투자를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이는 반면, 고성능 제품 개발에 투자 역량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AI 메모리 수요 강세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설비 투자를 전년 대비 50% 이상 축소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없다”며 “경영 효율화를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향후 시장 성장을 주도할 고용량 DDR5와 HBM3, LPDDR 등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는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연구개발 투자비용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최근 3년간 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 비용 규모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엔 매출액 대비 21.4%에 해당하는 1조895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이는 업황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에도 고성능 제품에 대한 개발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업턴이 예상되는 만큼 시장 패권을 쥐기 위해서는 기술경쟁력이 핵심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 따른 조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설비 투자를 줄이고 있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저사양 제품 등에 대해서도 감산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대신 고성능 신제품 관련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실적을 빠르게 개선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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