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 적자 … 희소식 막는 '남양유업 악재들'
남양유업 희소식 속 악재들
우수 기업 연구소 선정 됐지만
지분 매각 관련 소송전 장기화
홍원식 회장 리스크 이어져
실적 악화에 4년째 영업적자
10월 원윳값 큰 폭 상승…
업황 나빠지는데 리더십 부재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사태부터, 2021년 불가리스 허위·과장 광고 사태까지…. 남양유업은 10여년째 수많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오랜 업력(1964년 설립)만큼 다양한 히트 상품도 보유하고 있다. '아인슈타인' '이오' '17차' 등이 그것이다. 이들 히트 제품을 개발한 남양유업의 중앙연구소가 최근 '우수 기업연구소'로 선정됐다. 문제는 이런 호재를 가로막는 악재가 여전히 숱하다는 점이다.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가 더디기만 하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가 돌연 철회하면서 시작한 법정 다툼이 햇수로 3년째 이어지고 있어서다. 오너 리스크에 시달리는 사이 실적은 '적자'로 전환했다. 숱한 악재 속 남양유업은 침체의 늪을 벗어날 수 있을까.
'오너 리스크'의 덫에 빠진 남양유업에 모처럼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남양유업 부설 연구소인 '중앙연구소'가 과학기술정보통신·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지정하는 2023년 상반기 '우수 기업연구소'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측은 "분유 용해도를 높인 MSD 기술, AA입자 건조기술, 등 다양한 특허를 보유한 덕분에 제품 기술 역량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58명의 연구인력이 활동하는 중앙연구소는 '불가리스' '아인슈타인' '이오' '17차' 등 남양유업의 히트상품을 만들어낸 곳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날아온 희소식이 남양유업에 활력을 불어넣기엔 악재가 너무 많다. 무엇보다 경영 안정화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21년 시작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 간 소송이 질기게 이어지고 있어서다.
사건의 발단은 한앤컴퍼니에 지분(53.08 %·3107억원)을 매각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했던 홍 회장이 2021년 8월 돌연 해제를 통보하면서다. 홍 회장이 "대리점 갑질 사건(2013년)부터 불가리스 허위·과장 광고 사건(2021년)까지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경영 정상화를 위해 회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눈물의 기자회견을 연 지 불과 3개월여 만이었다.
급작스럽게 통보를 받은 한앤컴퍼니는 홍 회장 측에 주식양수도 계약을 이행하라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해 9월 1심에 이어 올해 2월 2심에서도 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줬지만, 홍 회장이 불복해 대법원 심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오너 리스크가 실적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남양유업은 2020년 이후 4년째 영업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15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업계 상황도 녹록지 않다. 저출생·고령화로 소비층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원유(흰우유) 가격이 치솟고 있어서다. 오는 10월부터 원유 가격은 L당 1084원으로 전년 대비 88원 오른다. 지난해 인상폭(49원)의 두배에 이른다.
남양유업으로선 원유가격이 올랐지만, 제품가격을 인상하는 게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생활물가가 치솟은 탓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물가관리를 위해 유업체들에 유제품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신경 쓰일 만한 지점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기존 제품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B2B와 수출 확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적자가 누적돼온 남양유업으로선 출구를 찾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남양유업은 언제쯤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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