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연상돼 소름” “3류 정치인 흉내”…판커지는 해병대 항명사태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서동철 기자(sdchaos@mk.co.kr) 2023. 8. 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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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령 “軍검찰서 공정한 수사 불가능
적법 절차로 경찰이첩…항명한 적 없다”
해병대 “참모회의서 이첩대기 지시했다”
野 “DP 시즌2 떠올라…현실은 더 심해”
與 “文정권 정치보복성 수사와는 달라”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문을 읽고 있다. 군 검찰단 출석이 예정됐던 박 전 수사단장은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국방부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간 진실공방이 날로 거세지며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양측이 사건과 관련한 조사 외압과 항명 여부에 대해 엇갈린 주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참전하며 논란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항명 혐의로 군 검찰에 입건된 박 대령은 11일 국방부의 소환조사를 거부하고 국방부로부터 사건을 축소하라는 외압을 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날 박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 건물 앞에서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 조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면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입장문에서 조사 결과를 해병대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보고한 이후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수차례 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은 채 상병의 사망과 관련된 인물들과 각각의 책임을 밝히기 위해 철저한 수사를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사건 관련자들의 범죄 혐의를 적시해 해병대 수사단이 작성한 조사 결과 원안을 경찰에 이첩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논리인 셈이다.

朴대령 “제3의 기관서 수사받도록 해달라”
이어 그는 “경찰에 사건을 이첩한다는 사실을, 이첩하기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보고하고 그에 따라 적법하게 사건을 이첩했다”고 밝혔다. 군 검찰이 자신에게 적용한 ‘집단항명 수괴’ 혐의가 부당하다는 해명인 것이다. 박 대령은 해병대사령관이 자신에게 명시적으로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한 ‘이첩 대기’를 명령했을 시점에는 이미 이첩 절차가 이뤄지던 도중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국군통수권자로서 한 사람의 군인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마시고, 제가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청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해병대사령부는 반박 입장을 내놓고 박 대령측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해병대는 “해병대사령관은 7월 31일 정오쯤 고 채수근 상병 순직사건 조사자료에 대한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국방부 법무검토 후 이첩하라는 지시를 장관으로부터 수명했다”고 밝혔다. 또 “이에 따라 해병대사령관은 당일(7월 31일) 오후 4시 참모회의를 열어 ‘8월 3일 장관 해외 출장 복귀 이후 조사 자료를 보고하고 이첩할 것’을 수사단장(박 대령)에게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령이 해병대사령관의 이첩 대기 지시를 의도적으로 어기고 조사 결과를 원안 그대로 경찰에 이첩했다는 이야기다.

앞서 군 당국은 해병대 수사단측이 작성한 조사 결과와 국회·언론 설명 자료에 사건 관련자들의 범죄사실이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어 향후 경찰 수사에 선입견을 줄 수도 있다고 판단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방부 검찰단도 이날 박 대령의 수사거부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어 군의 기강을 훼손하고 군사법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날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장관은 해병대에 ‘사단장과 여단장 등과 관련한 내용을 조사 결과에서 빼라’고 지시한 바가 없다”면서 사건에 대한 외압·축소 의혹에 거듭 선을 그었다.

野 “드라마 D.P. 연상될 정도로 소름끼쳐”
이날 야당은 박 대령을 엄호하며 윗선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제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더는 정부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는 만큼 국회가 나서야 한다. 국방위원회를 신속히 열어 수사 은폐나 방해 의혹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윤석열 정부는 진상규명으로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해도 모자랄 판인데 진상 은폐에 열중하고 있다”며 “말로만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을 뿐 사단장 책임이 적시되니 오히려 수사단장을 항명죄로 보직 해임했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넷플릭스 시리즈 ‘D.P.’를 언급하며 “원칙과 소신을 지킨 군인을 보직 해임시키고, 수사권도 없는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도록 지시한 것은 마치 D.P.시즌 2의 오민우 준위와 구자운 법무실장이 연상될 정도로 소름 끼치는 모습”이라며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심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언급한 오 준위와 구 실장은 해당 시리즈 등장인물로 군대 내 가혹행위 등 조직에 불리한 사건 조사결과를 은폐·조작하는 악역이다.

與 “朴대령, 떳떳하다면 당당히 수사 응해야”
반면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 대령에게 “3류 정치인 흉내를 멈추고 당당히 조사에 응하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박 대령의 항명 혐의는) 문재인 정권 하 정치보복성 수사와는 질적으로 다른 순수 군기 관련 사건임을 박 대령 스스로가 잘 알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항명 혐의가 억울하면 수사기관의 조사에 당당히 응해서 사실과 법리에 입각해서 방어권을 행사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군 안팎에서는 비극적인 채 상병 사망 사건이 정쟁의 소재로 비화한 것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채 상병 사건의 본질은 어려운 시기에 국민을 돕는 사명을 다하던 젊은 해병대원이 안타깝게 숨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중요한 것은 군이 채 상병의 희생을 명예롭게 기리고, 사안을 철저히 조사해 재발을 막는 것인데 정치문제로 불똥이 튀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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