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사건 처리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나?
수사~보직해임, 박 대령 ‘기억’ 시간대별 공개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청원하며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거부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11일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해병대 사령부의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진행결과를 밝혔다.
박 대령이 공개한 문서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수사결과를 보고하고 유가족에게 이를 설명하는 등 그동안의 해병대 수사과정과 결과보고, 이첩, 보직해임에 이르는 과정을 시간대별로 정리했다.
▶20~28일, 일상적 수사와 유가족 설명
문서에 따르면 박 대령은 채 상병의 영결식이 진행됐던 22일까지 김 사령관과 방첩부대장, 공보정훈실장 등과 함께 포항 장례식장에서 조문했고 중수대와 1광수대 수사관들과 함께 사건조사를 지휘했다.
21일에는 유가족을 대상으로 “허리 아래까지 입수 가능하다는 포11대대장과 포7대대장 지시에 따라 채 상병은 구명조끼 등 안전장구 없이 내성천에 입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익사했다”고 1차 중간 수사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22일 영결식을 마치고 사령부로 복귀하면서 김 사령관에게 “사안의 중대함을 감안해 다음 주부터 수사단장이 직접 현장지휘 하겠다”고 보고한 뒤 24일부터 포항과 예천을 오가며 수사를 지휘했다.
같은 달 28일, 박 대령은 김 사령관에게 수사결과를 보고한 뒤 오후 2시께 남원에 있는 채 상병 조부모집에서 가족 10여 명을 대상으로 “사단장 등 8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어 다음 주 초 관할인 경북지방경찰청으로 사건을 넘기겠다”고 설명했다.
▶30~31일, 평범한 보고…갑작스러운 브리핑 취소
박 대령 등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결과가 상급부대 지휘계통으로 보고된 날은 지난달 30일, 일요일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사령관과 함께 해군본부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집무실에서 수사결과를 보고했고 같은 날 오후 4시 30분께 이종섭 국방부장관 집무실에서 장관에게 수사결과를 대면보고했다.
박 대령은 장관 보고 당시 김 사령관과 해병대 공보정훈실장, 국방부 정책실장과 군사보좌관, 대변인 등이 배석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보고 자리에서 “수사결과 해병1사단장 등 관계자 8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관할 경찰서로 다음 주 화요일 이첩 예정”이라고 보고하자, 이 장관이 “사단장도 처벌받아야 하냐”고 질문했고, 이에 박 대령은 “사단장 과실이 확인돼 수사권이 있는 경찰에 넘겨 수사해야 한다”고 답하니, 이 장관은 “알았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장관이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에게 “내일 언론브리핑 예정인데 수사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고, 대변인은 “사단장까지 처벌범위에 포함되어 있어 국민들이 엄정하게 수사가 잘되었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답했고 허태근 정책실장도 “수사결과에 대해 문제 없이 잘 됐다”고 언급했었다고 밝혔다.
보고를 마치고 사령부로 복귀한 박 대령은 이튿날 오후 2시로 예정된 국방부 언론 브리핑을 준비하던 중 국회 국방위원장과 여야간사, 보좌진 대상 설명회를 준비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또 같은 날 오후 늦게 권인태(대령) 해병대 정책실장으로부터 “대통령실 안보실에서 수사결과보고서를 보내라고 한다”는 말을 듣고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안 된다”고 답했는데 저녁 6시 22분께 김 사령관이 전화로 “안보실 김형래 대령에게 사건개요가 담긴 언론브리핑자료를 보내라”고 지시해 자료를 안보실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최초 이달 1일에 조사결과를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었지만 1일 오전과 오후 국회의원과 보좌관을 대상으로 20여 건의 국회 설명 일정이 잡혀 부득이 2일 오전 10시 30분에 이첩하는 것으로 경찰과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박 대령은 예정됐던 언론브리핑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지만 브리핑 시간을 불과 1시간 여 앞둔 12시 2분 경 해병대 공보정훈실장으로부터 “언론 브리핑이 취소됐다. 무슨 사유인지 알 수 없다”는 전화를 받고 사령부로 복귀했다.
▶31~2일 오전, 보고 끝났는데 대책회의?…박 대령 “법무관리관에 압박 느껴”
사령부 복귀 후에는 김 사령관과 주관 장군참모, 비서실장 등이 참가한 가운데 수 차례 대책회의를 했다.
박 대령은 대책회의 중 국방부에서 사령관에게 “이 장관이 우즈베키스탄 출장 출국을 위해 오후 2시 20분 경 국방부를 출발할 예정인데 현재 긴급대책회의 중이니 해병대 부사령관을 신속히 회의에 참가시키라”는 전화를 했다고 기억했다.
이후 그는 부사령관에게 국방부 회의 내용을 물어봤지만 “본인은 자세히 잘 모르겠고 당시 회의에 참가한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수사단장에게 전화할 것”이라는 언급만 했다고 밝혔다.
오후 3시 18분께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 대령에게 전화해 “경찰에 이첩하는 사건서류를 보내라”고 해 “사건서류 전체를 말하는 것이냐”고 되물었고 “표지상에 있는 사건인계서를 국방메일로 보내라”면서 “혐의자와 혐의내용을 다 빼라. 업무상과실치사혐의 제목을 빼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법무관리관의 이 발언을 압박으로 느낀 박 대령은 “이미 수사결과를 유가족들에게 설명했고 사단장 등 8명이 채 상병 사망에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 주체인 경찰에게 그대로 인계하는 것이 맞다”고 한 뒤 “보내라는 사건인계서는 정리해서 보내겠다”며 통화를 마쳤다.
오후 4시께. 김 사령관의 호출을 받고 사령관 집무실로 간 박 대령은 사령관으로부터 “국방부에서 경찰에 이첩할 수사서류 중 혐의자와 혐의내용을 빼고 수사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말고 조사로 정리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받았고 그는 “유가족에게 이미 설명했고 해군총장과 장관에게까지 보고한 내용을 이제 와서 빼게 되면 축소, 왜곡수사로 대단히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건의를 했다.
이달 1일 오전 9시 13분. 박 대령이 국방부 법무관리관에게 전화해 “사건인계서를 보냈다”고 말하자 법무관리관이 “사건기록목록도 함께 보내라”고 해 바로 이행했다.
9시 30분께. 박 대령은 김 사령관이 찾아 사령관 집무실에 있었는데 9시 43분께 법무관리관 전화가 와서 사령관 앞에서 전화를 받았다.
이 통화에서 법무관리관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내가 혐의자와 혐의내용을 빼라고 하지 않았느냐. 업무상과실치사 죄명도 빼야 한다”고 했고, 그는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혐의가 있는지 여부를 수사해서 혐의가 있는 경우 경찰에 인계토록 군사법원법에 돼 있는데 뭐가 문제냐”고 답했다.
그러자 법무관리관은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맞섰고 그는 “직접 물에 들어가라고 한 대대장 이하를 말하는 것이냐”고 되묻자, “그렇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그것은 협의(狹義)의 과실로 보는 것이고 사단장과 여단장도 사망의 과실이 있다고 보고 광의(廣義)로 나는 과실 범위를 판단했다. 그리고 어차피 수사권은 경찰에 있으니 경찰에서 수사해 최종판단하면 될 것아니냐”며 언성을 높였던 것으로 기억했다.
2일 오전 7시 20분께 박 대령은 1광수대장에게 수사결과 이첩을 위해 출발하라고 지시했다.
10시께 김 사령관 집무실에서 그가 “경찰에 수사결과를 이첩하기 위해 출발시켰다”고 말하자 김 사령관은 “내가 너에게 중지하라고 하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고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칫 직권남용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답하니 사령관이“알았다”고 했다는 것.
이후 김 사령관 집무실을 나와 사무실로 복귀했는데 10시 51분 경 김 사령관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해 “당장 인계를 멈춰”라고 지시했고 그는 “이미 인계 중이다. 죄송하다”고 답한 뒤 인계를 멈추기 위해 전화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2일 오후~4일, 보직해임 통보‧압수수색
2일 오후 2시 20분께 수사단장 집무실로 찾아 온 해병대 인사처장은 “현 시간부로 보직해임”이라고 통보하고 “동별관 4층에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방부 검찰단장 등 수사관들은 밤 9시까지 김 사령관을 조사해 참고인 조서를 받고 복귀했다.
3일 아침부터 동별관에 분리돼있던 박 대령은 오후 4시께 국방부검찰단 검사와 수사관으로부터 사무실과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당했고 이후 사령부 법무실에 잇는 해군검찰단 조사실로 이동해 밤 9시 30분까지 조사 받았다.
당시 그는 수사결과 보고내용과 경찰에 이첩한 경위 등을 조사받았고 외압 등에 대해서는 2차 조사 때 받겠다고 한 뒤 돌아갔다.
4일 오후 3시께 군검사는 포렌식을 마친 휴대전화를 돌려줬고 공보정훈실장 등 주변인들을 조사하기 위해 해병대 사령부로 이동했다.
legend1998@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너무 충격적”…추신수·하원미 부부 美 텍사스 1200평 대저택 전소
- 전소미 측, 신곡 뮤직비디오 트레이싱 의혹 사과 "삭제·수정 예정"
- 지연, 67억 신혼집 공개…남편 황재균 시즌 첫 홈런에 울컥
- '힙하게' 한지민, 남자 엉덩이 만지는 연기 괜찮을까?...PD"드라마 맥락보길"
- '38세' 산다라박, 비혼 철회...여초회원 "패션 비혼이었나?" 분노
-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뇌사 20대 여성 6일간 입원비 1300만원
- '구준엽 아내' 서희원 "내가 외도에 마약? "…전 남편·전 시어머니 고소
- 이효리, ‘유랑단’ 종영에 “보여주고 싶은 무대 더 있는데 아쉽다”
- 반려견과 현충원 산책?…최민수·강주은 "우리 부부 실수"사과
- 임윤아, 대표작과 인생캐 경신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