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무량판' 수렁 빠진 LH, 제3기관 전수 재조사한다(종합)

이민하 기자, 이정혁 기자, 방윤영 기자 2023. 8. 11. 14: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긴급 기자회견…'철근 누락' 단지 5곳 또 빠트렸다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임원진들이 11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3.8.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실 무량판'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기존에 발주한 공공아파트에 철근(전단보강근)이 누락되는 부실 공사로 지하 주차장이 무너진 데 이어 이를 조사·수습하는 과정에서도 조직적인 부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다. LH는 무량판 구조 아파트 단지에 대한 전면 재조사와 내부 조직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 혁신안 마련해 추진할 방침이다.

LH의 부실조사 가능성은 첫 발표 이후 지속해서 제기됐다. 실제로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지하 주차장 전수조사 대상이 처음에는 91개 단지였다가 열흘 뒤에 101개였다고 수정했다. 이틀 뒤에는 이마저도 102개로 다시 발표하는 등 현황 파악도 제대로 못 했다. 철근이 누락된 부실 공사 단지도 15곳으로 축소해 발표했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20곳으로 정정했다.

또 LH아파트에 무량복합구조(FCW)를 적용한 주거동은 아예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LH 등은 처음에는 무량판 구조가 주거동에는 전혀 쓰이지 않았다고 부인했다가 뒤늦게 일부 무량복합구조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이 역시 내부보고 과정에서 사실과 다르게 축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무량복합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 주거동은 전수조사 대상이다.
'철근 누락' 추가된 5곳 어디?…화성·평택·파주 등 준공 끝난 아파트
이한준 LH 사장은 11일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102개 단지 중 전단보강근(철근)이 누락된 단지는 기존에 발표한 15개 단지를 포함해 20곳으로 확인됐다"며 "20개 단지에 대해서는 긴급안전점검을 시행 중이며 주민협의 하에 신속한 보강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머니투데이가 철근 누락 단지가 더 있다고 보도한 이후 보고에서 빠진 단지가 5개 더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관련 기사 [단독]원희룡 격노에도…LH, '철근 부실 단지' 또 있었다)

이날 철근 누락 단지로 새로 확인된 5곳은 준공이 끝난 단지는 3곳(화성 남양 뉴타운 B10, 평택 소사벌 A7, 파주 운정 3A 37), 현재 공사 중인 단지는 2곳(고양 장항 A4, 익산평화)이다. LH는 지난달 말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누락된 철근이 5개 미만이고, 이미 보강 작업을 마쳤기 때문에 안전에 우려가 없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해 해당 단지들을 제외했다.

이 사장은 부실 공사와 관련한 내부 보고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5개 단지를 파악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이 사장은 "정부 기관은 아니고 정부와 다른 채널을 통해서 인지하고 확인하게 됐다"며 "이즈음 내부적으로도 관련 보고가 올라왔는데, 이마저도 (내가 해당 내용을 파악했다는) 낌새를 채고 뒤늦게 보고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LH 제3기관 통해 전면 재조사 추진…민간참여 사업장 등 19개 지구 긴급 점검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8.11.
LH는 민간이 설계·시공한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70곳과 '재개발 사업' 3곳을 전수 조사해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19개 지구에 대해서는 민간사업자와 협의해 조속히 긴급 정밀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기존에 발표했던 무량판 적용 단지도 원점 재조사를 추진한다. 이 사장은 "부실 공사 단지가 처음 15개에서 20개로 늘어나는 등 기본적인 숫자도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데 동감한다"며 "안전 보강이 끝난 지역을 제외하고 무량판 적용 모든 지역에 대해 제3기관을 통해 재점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부실 공사가 드러나 안전 보강에 드러난 곳 외에 이미 안전하다고 판단됐던 지역들도 입주민이 직접 선택한 업체를 통해 재점검한다는 것이다.
이한준 사장 "LH 임원 모두 사직서 제출…이후 거취 인사권자 뜻 따를 것"
LH는 전체 임원의 사직서를 받는 등 인적 쇄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이번 사태가 오늘에 이르게 된 원인은 LH가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로부터 일부 기인한다"며 "LH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전체 임원의 사직서를 받고 새로운 인사를 통해 LH를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전체 임원 사직서를 받았고, 제 거취도 국토교통부 장관 등 인사권자의 뜻에 따를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9일에는 전체 조사에서 무량판 구조 아파트 단지 10개가 빠진 것으로 드러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LH가 존립 근거가 있느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LH의 권한이 조직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며 "권한과 조직을 축소해 작지만 강한 조직, 오로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CEO로 있는 한 변함없이 인적 쇄신과 함께 조직혁신을 강력히 밀고 나가겠다"고 했다.
"내부 감사·보고 불신 커"…'조직 혁신안'도 외부 조사 토대로 추진
LH는 내부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외부 기관들의 수사·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직 혁신안을 마련한다. 이 사장은 "부실이 발견된 무량판 관련 담당 직원들은 수사 의뢰했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합 카르텔 조사, 감사원은 공익감사청구로 전면적 감사를 진행한다"며 "3개 외부 기관에서 조사된 결과를 토대로 인적·조직 쇄신을 단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체적인 혁신 조치를 우선해야 하지 않냐는 지적에 그는 "내부감사는 이미 실질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우리 스스로 감사해서 결과를 내놓으면 누가 믿겠냐"며 "스스로가 아니라 외부 조직에 의해서 해야 한다는 데 처참한 심정"이라고 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방윤영 기자 byy@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