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이 던진 `대의원제 폐지`로 野 곳곳 파열음…난감한 이재명

김세희 2023. 8. 1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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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은경혁신위원회가 지난 10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간판을 내리면서 던진 '전당대회 대의원제 투표 배제안'으로 당이 파열음에 휩싸였다. 지도부 회의를 비롯한 곳곳에서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의 계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혁신위에 힘을 실었던 이재명 대표는 궁지에 몰린 양상이다.

◇전대 대의원제 투표 배제안=대의원제 폐지

11일 민주당에 따르면, 혁신위는 전날(10일) 이 안을 내놓았다. 혁신위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 최고 대의기구인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권리당원 1인 1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로 선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현 비율은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다. 현행에서 대의원을 제외하고, 권리당원 비율을 강화한 것이다. 사실상 대의원제를 폐지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 안이 통과되면 권리당원 다수를 점유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지도부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친명계의 요구사항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도부 공개설전…"민생과 상관없는 무리수" VS "혁신거부, 스스로를 낡은 존재로"

대의원제 폐지안을 두고 지도부 내에서도 공개설전이 벌어졌다. 이 대표 면전 앞에서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의원제 폐지는 총선에는 전혀 적용사항이 없고 오로지 전당대회, 즉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곳에만 적용된다"며 "국민의 민생과 관련된 시급성을 다투는 것도 아닌 일로 오로지 민주당 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이런 무리수를 두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이어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총사퇴하지 않는 한 내년 총선 이후에 전당대회는 치러진다"고 부연했다.

반면 서은숙 최고위원은 "'민주주의', '차별받지 않는 동등한 권리' 우리 당이 지향하고 나아가야 할 가치"라며 "혁신안은 이 기준에 의하여 평가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혁신은 존재할 수 없다"며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혁신을 거부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낡은 존재로 만드는 길이라는 것을 우리 함께 자각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외전도 치열…"정청래용 vs 1인1표제"

장외에서도 친명·비명간 입장차가 드러났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의원제 무력화는) 잘못된 것"이라며 "'정청래용 혁신안' 같다"고 했다.'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이 대표의 사퇴로 조기 전당대회가 치러질 경우, 권리당원 지지율이 높은 정청래 최고위원이 대표에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혁신안을 비꼰셈이다.

비명계가 주축인 친문(친문재인)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도 성명서를 내고 "대의원제 자체를 무력화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며 "혁신안은 당내민주주의 원칙만 강조하며 당 조직체계나 대의기관 등이 어떤 상황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발표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친명계는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고 당원들의 지속적인 요구사항이었다며 혁신안을 두둔하는 데 집중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수많은 권리당원이 '왜 대의원의 (표의 가치가) 저희보다 높냐'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내용"이라며 "(지도부에서도 대의원의) 가중치를 줄이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혁신위원으로 활동한 이해식 의원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대의원의 가중치를 없애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를 하자는 것"이라며 "대의원제가 존속하는 한 '돈 봉투' 같은 부패 문제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친명 원외조직으로 꼽히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당의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첫발을 내딛게 한 혁신안을 환영한다"며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누구나 평등한 1표를 가지게 되어 비로소 진정한 당내 민주주의가 새롭게 출발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재명 입장은

당내 계파 갈등이 고조되면서 이 대표는 난감해진 모양새다. 혁신위가 온전히 이 대표 작품이기 때문이다. 당초 이 대표는 혁신기구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김 위원장에게 위임하겠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향후, 이와 관련한 책임론까지 거론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안은 혁신위의 제안이기 때문에 당내 논의를 거쳐 합당한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하겠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당내 반발이 큰데 어떻게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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