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책] 왜 당뇨병이 이토록 빨리 증가할까? 질문에서 시작한 성찰
[마이데일리 = 이지혜 기자] 당뇨병 연구 권위자인 의사 에드윈 게일의 ‘창조적 유전자’는 자연선택에서 해방돼 풍요를 맞이한 인류가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 과학자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풀어냈다.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것은 가장 힘센 종도, 가장 영리한 종도 아니요, 변화에 가장 잘 대처하는 종”이라고 말했다. 거친 자연 속에서 때론 순응하고 때론 주변 환경을 이용하며 문명을 개척해온 인간 역사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에드윈 게일은 특정 환경에서 유전자가 각각 표현되는 형태를 가르키는 표현형(phenotype) 변화를 가지고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기술한다. 우리의 유전자가 표현되는 방식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데, 눈동자의 색과 같이 일부 고정 요소도 있지만 키나 몸무게 같은 표현형은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어떤 사람의 매력, 성격, 지성과 특징도 환경의 체에 걸러지고 인생역정의 손에 빚어진 유전자의 표현이다.
에드윈 게일은 현대 사회에서 왜 당뇨병이 이토록 빨리 증가하는지 의아해하다가 인간 유전자의 복잡한 표현형 변화에 관심을 가졌다. 당뇨병이 달라진 게 아니라, 우리 몸이 우리 조상들과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는 기제와 유전자 가소성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인류의 역사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을 되짚어보며, 우리가 변해온 과정과 이유를 하나씩 밝힌다. 인간은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곡물을 먹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기아에서 벗어났다. 음식물을 익혀 먹게 되면서 위턱이 뒤로 물러났으며 아래턱은 작아지고 돌출했다. 얼굴이 납작해진 덕에 얼굴 근육으로 다양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게 됐으며 언어와 노래가 탄생했다.
현대에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회 현상도 표현형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넘치는 풍요에서 생겨난 만성적 영양 과잉과 비만의 유행은 ‘소비자 표현형’이다. 많은 운동선수들이 스테로이드를 이용해 표현형을 조작하고, 여성들은 약물을 이용해 체중 감량에 힘쓰고 있는 현상은 ‘설계자 표현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에드윈 게일은 “결코 대비할 수 없었던 삶에 우리가 놀랍도록 훌륭히 적응하고 있다”며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 등은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누구도 살고 싶어하지 않을 미래이고 창조적 유전자는 그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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