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철근 누락 아파트 5곳 알고도 숨겼다… “임원진 전원 사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철근 누락 아파트’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한 5개 단지를 임의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LH는 당초 전수조사를 실시한 91개 아파트 단지 중 15곳에서 문제가 있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20곳이었던 것을 알면서도 결과를 축소해 발표한 것이다.
이한준 LH사장은 ‘임원진 전원 사퇴’를 발표하고, 이 중 4명에 대해서는 곧바로 의원면직 처리했다. 또 이 사장은 경찰청·감사원·공정위 등 3개 기관에 LH에 대한 수사 및 조사도 의뢰했다.
이사장은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LH서울지역본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사실을 밝히고 “국민 알권리차원에서 작은 하자도 하나도 빠짐없이 알려드려야한다는 점에서 송구하고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LH는 지난달 31일 무량판 구조로 시공된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총 15개 단지에서 전단보강근(보강철근)이 누락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초 설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사된 철근 누락단지는 20개 단지였다.
전수조사 결과 발표 이후 지난 9일 10개 단지가 조사 대상에서 누락된 것으로 확인된 데 이어 이틀 만에 또다시 추가 누락 단지가 나온 것이다.
담당 직원들은 철근 누락이 3~4개 기둥에서만 발견돼 ‘사안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5곳을 자의적으로 제외했다. 이후 자체 보강공사를 진행하면서 해당 단지가 있는 LH 지역 본부에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 사장은 “어제 오후에서야 뒤늦게 보고를 받았고, 그마저도 정부기관이 아닌 제3의 루트로부터 알게 됐다”며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사장 자료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통계조차 임의적으로 뺐다는 데 참담하다 못해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철근 누락 사실이 새롭게 알려진 5개 단지 중 3곳(화성 남양뉴타운 B10블록, 평택 소사벌 A7블록, 파주운정3지구 A37블록)은 준공이 이미 완료됐고 2곳(고양장항 A4블록, 익산평화단지)는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LH는 장기 미착공으로 전수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무량판 아파트 1곳도 추가로 확인했다고 했다. 이로써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는 총 102곳으로 늘었다.
이 사장은 “위계도 체계도 없고 기본적인 것조차 놓친 책임을 물어 상임이사 모두에 대한 사표를 제출받았다”고 했다. 본인의 거취에 대해서도 “국토부장관을 비롯한 정부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이어 “내부 자정만으로는 이 조직이 혁신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며 경찰청·감사원·공정위 등 3개 기관에 수사 또는 조사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이 결과가 나오는대로 대대적인 인력감축과 조직개편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자체 감리 등 주요 기능을 민관 또는 지자체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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