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재한 류현진, 14일 컵스전 운명의 선발 등판… 잔인한 브로맨스 스토리 탄생하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6월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은 류현진(36‧토론토)은 당초 토론토에서의 선수 생활이 그대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에 휩싸였다. 실제 류현진의 계약 기간은 2023년까지였고, 토미존 서저리의 최대 재활 기간은 1년 6개월이었다.
심지어 류현진은 이미 고교 시절 토미존 수술을 받은 적이 있고, 2015년에는 어깨 수술 경력도 있다. 여기에 30대 중반에 이른 베테랑이었다. 병력과 나이가 있는 만큼 재활 기간이 다른 선수들보다 더 걸릴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이를 이겨낸 류현진은 자신이 제시한 복귀 일정을 거의 오차 없이 지켰다. 그리고 토론토에 가장 필요한 순간 복귀했다.
올해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토론토는 7월 29일 LA 에인절스와 경기부터 지옥 일정에 돌입했다. 이 경기부터 8월 14일 시카고 컵스와 경기까지 17연전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자칫 이 일정을 버티지 못하면 시즌을 그르칠 수 있었다. 선수들의 체력 관리가 반드시 필요했고, 쉴 새 없이 달린 선발 투수들은 더 그랬다.
토론토 벤치는 이 17연전 일정에서 류현진을 활용해 일시적인 ‘6인 로테이션’을 만들었다. 기존 선발 투수들이 하루씩 휴식을 더 취할 수 있었다. 반응은 좋았다. 올해 팀의 에이스로 활약 중인 케빈 가우스먼은 “(류현진이) 아직 적절한 타이밍에 돌아왔다”면서 추가 휴식이 도움이 될 것이라 반겼다.
그렇게 류현진은 2일 볼티모어전에서 감격적인 메이저리그 복귀전(5이닝 4실점)을 가졌고, 8일 클리블랜드전에서 더 나은 투구를 펼치며 기대를 모았다. 4이닝 동안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았다. 비록 4회 2사 후 강한 타구에 오른쪽 무릎을 맞아 불운의 조기 강판을 당하기는 했지만, 투구 내용은 긍정적이었다. 존 슈나이더 감독이 칭찬을 아끼지 않음과 동시에 류현진 스스로도 체인지업 등 여러 대목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런 류현진은 무릎 상태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14일 컵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예정된 로테이션이다. 선제적, 예방적 차원의 X-레이 검사에서도 별 문제가 없었다. 12일 불펜 피칭에서 투구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14일 등판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슈나이더 감독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부기가 많이 빠졌다”면서 큰 문제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류현진에게 이 경기는 굉장히 중요하다. 토론토의 일정을 보면, 이제 이 경기 뒤로는 기존의 5인 선발 로테이션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토론토는 14일 경기로 17연전을 마치고, 15일과 17일, 그리고 22일 휴식일이 있다. 8일 동안 5경기만 치르면 된다. 6인 로테이션은 로스터 낭비가 될 수 있다. 애당초 6인 로테이션이 임시 방편이었다.
코칭스태프나 구단이나 류현진은 ‘불펜’보다는 ‘선발’이 어울리는 선수로 보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류현진이 로테이션 잔류를 굳히려면 뭔가의 명분이 필요하다. 마운드에서 형편없는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를 마냥 전관 예우하기는 어렵다. 즉, 이날 경기에서 좋은 투구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로테이션 잔류를 굳힐 수 있다. 류현진의 이날 등판에 관심이 몰리는 이유다.
토론토의 선발 로테이션은 케빈 가우스먼, 호세 베리오스, 크리스 배싯, 기쿠치 유세이, 알렉 마노아 순으로 돌아갔다. 류현진이 돌아온 이상 누군가는 하나가 빠져야 한다. 현재로서 그 비운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선수는 류현진의 단짝이자 ‘브로맨스’의 당사자인 알렉 마노아다.
마노아는 데뷔 당시부터 류현진을 졸졸 따라다니며 '류현진 바라기'라는 별명을 얻은 선수다. 류현진도 이 잠재력 넘치는 루키의 친밀함이 싫지 않은지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같이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우정을 키웠다. 류현진의 복귀가 마노아를 밀어내는 비극적인 ‘브로맨스 시나리오’가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토론토 선발진의 미래로 뽑히는 마노아는 메이저리그 2년 차였던 지난해 31경기에서 196⅔이닝을 던지며 16승7패 평균자책점 2.24를 기록하는 빼어난 투구를 했다. 당장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 MVP 투표에서도 17위를 기록했다. 구속이 아주 빠른 선수는 아니지만 위압적인 체격에서 나오는 패스트볼, 그리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모두 잘 던지는 능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의 모습을 완전히 잃었다. 시즌 18경기에서 3승9패 평균자책점 5.87의 부진이다. 투구 밸런스가 깨지면서 9이닝당 6개가 넘는 볼넷을 허용하고 있고, 구속도 지난해보다 줄었다. 공이 날리거나, 혹은 가운데 몰리거나 하는 커맨드 난조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시즌 중 루키 시설까지 가 밸런스 조정에 나서기도 했지만 복귀 후에도 들쭉날쭉한 투구가 이어지고 있다. 10일 클리블랜드와 경기에서도 이닝마다 기복 심한 모습으로 4이닝 4피안타 3볼넷 4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앞으로 팀을 이끌어나갈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시점은 벤치도 마노아를 신뢰하지 않는다.
가우스먼(평균자책점 3.04), 베리오스(3.38), 기쿠치(3.53), 배싯(3.87) 모두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그리고 최근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이다. 마노아가 이들보다 더 나은 게 없다. 결국 류현진의 14일 컵스전 호투는 마노아의 로테이션 탈락에 쐐기를 박을 수도 있다. 잔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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