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가을야구 못한 건 딱 1번이었는데…영웅들이 최하위라니,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0년 동안 우리보다 가을야구 많이 한 팀 있나.”
키움 간판스타 이정후(25)가 2022시즌 전반기에 한창 잘 나갈 때 내놓은 얘기였다. 이정후의 얘기는 사실이다. 키움은 2008년 창단 후 2012년까지 하위권을 전전했다. 그러나 염경엽 현 LG 감독이 취임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가을야구를 못한 건 장정석 전 KIA 단장의 취임 첫 시즌이던 2017년이 유일했다.
물론 창단 후 한국시리즈 우승은 한 번도 못했지만, 지난 10년간 가을야구 출석률 1위였다. 그랬던 영웅들이 2011년 이후 창단 두 번째로 최하위 수모를 겪을 위기에 봉착했다. 키움은 9일 고척 롯데전을 통해 9연패서 벗어난 기쁨도 잠시, 10일 고척 롯데전을 내주면서 삼성에 9위를 허락하고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늘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냈지만, 2022시즌 페넌트레이스 3위와 한국시리즈 준우승이 기적이었다. 내, 외부에서 이미 2022시즌부터 키움의 전력이 많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있었다. 1년은 특유의 저력으로 버텼다고 해도, 2년 연속 기적을 바라는 건 무리다.
구단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작년 깜짝 준우승이 동력이 돼 올해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했다. 키움답지 않게 외부 FA와 타 구단 방출생을 대거 영입했다. 이정후의 굿바이 시즌을 맞이해 대권 도전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꼬였다. 결과적으로 외부 FA 이형종과 원종현은 올 시즌은 실패다. 이형종은 2할대 초반의 타율을 전전하다 2군에 내려갔고, 원종현은 이달 초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올 시즌을 접었다. 토미 존 재활 기간이 1년에서 1년 6개월임을 감안하면 2024시즌도 통째로 날릴 수 있다.
방출생들 중에서도 임창민이 마무리로 분투한 걸 제외하면 별 다른 성과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외부 영입이 시너지를 내지 못하면서, 본래 전력의 아킬레스건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심지어 기존 인원들 중에서도 부상자가 속출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임지열, 김휘집, 신준우, 에디슨 러셀, 이원석, 이정후 등등. 부상자들만으로 라인업을 꾸릴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많은 선수가 시간차를 두고 이탈하면 어느 팀이라도 버틸 수 없다. 시즌을 치르면 꼭 1~2팀은 이런 케이스가 나오는데, 올 시즌은 키움이다.
한편으로 키움의 부상자들이 부각되는 건 예년만큼 육성이 원활하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실제 키움은 매년 투타 히트상품들이 있었다. 올 시즌은 이적생 이주형이 배턴을 이어받는 듯하지만, 최원태(LG) 트레이드가 성사되지 않았다면 뉴 페이스로 뚜렷하게 치고 올라온 선수가 투타에서 거의 안 보인다.
장기레이스를 치르면 부상자는 어느 팀이나 있다. 예상보다 부진한 선수들도 무조건 나온다. 올해 키움이 좀 심하게 운이 없는 편이긴 하지만, 그동안 위기를 절묘하게 극복하며 최소 5강 턱걸이를 했던 건 계속 뉴 페이스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이 동력이 눈에 띄게 약화됐다. 사실 작년에도 그런 느낌이 있다는 구단 안팎의 평가들이 있었다.
홍원기 감독은 2021시즌 부임 후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그러나 확실하게 주전으로 올라선 선수가 별로 없다. 경쟁이 아니라 테스트만 이어가는 느낌이다. 주전과 백업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경쟁체제가 확고해야 팀이 탄력을 받는다. 올 시즌 키움은 둘 다 안 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럴 거면 주전과 백업의 역할을 확실히 분담하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다. 불펜도 작년 후반기부터 시작된 하락세가 한계라는 평가가 있다. 결국 조상우(사회복무요원) 공백이 어느 정도 있다고 봐야 한다.
키움은 전통적으로 선수를 잘 뽑고 잘 키웠다. 그러나 이런 외부의 평가와 별개로 최근에 고전하는 흐름도 명확히 보인다.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2024 신인드래프트서 1~3라운드에 2명씩 뽑는 건 분명 축복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선 말 그대로 터지지 않은 유망주들일 뿐이다.
한 야구관계자는 “키움이 화수분 야구의 원조라고 하는데, 이정후와 김혜성 이후 대형 스타감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구단 육성, 운영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확실히 예년에 비해 날카로운 맛이 덜하다”라고 했다. 12년만의 최하위 추락 위기 속에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 이정후가 없는 내년부터 더욱 냉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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