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IFRS17·K-ICS에 난리인데…공제는 '무풍지대'
"일반공제에도 전문적 관리·감독 이뤄져야"
보험업계가 올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건전성제도(K-ICS) 등을 도입하며 진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민간보험사와 다를 게 없는 우체국보험, 새마을금고공제, 신협공제, 수협공제 등 일반공제(유사보험)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관련 법에 따라 비교적 단순한 종전 기업회계기준(K-GAAP) 적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공제 역시 보험사 역할을 하는 만큼 계약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건전성제도는 민간보험사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EU(유럽연합)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기준에서도 그렇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제도 개편을 주도할 구심점이 분명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공제사업은 조합원이나 회원을 대상으로 생명·손해공제, 퇴직공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계약자로부터 공제료를 받아 일정 기간 내에 약정한 사고의 발생에 대해 공제금을 지급한다. 보험상품과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우체국보험, 새마을금고공제, 신협공제, 수협공제는 조합원이 아닌 일반인에게도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 표면적으로는 공제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민간보험사와 차이가 거의 없다. 이들 4개 공제가 보험업계에서 '일반공제'로 불리는 이유다. 심지어 우체국은 보험이라는 이름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보험사들처럼 보험업법에 근거해 보험 모집부터 요율산출 전반에 걸쳐 금융당국의 촘촘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규제·감독에 따른 고충이 일반 공제에게는 '딴 세상 얘기'인 셈"이라고 말했다.
회계기준도 마찬가지다. 보험부채의 시가평가를 기초로 한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들이 지난 10여 년간 대대적인 자본확충과 체질개선에 힘썼다. 하지만일반공제는 각 공제가 적용하는 법령 및 감독규정 등에 따라 비교적 단순한 K-GAAP을 쓴다.
일반공제 업계는 "보험업법을 적용받지 않는 일반공제는 IFRS17 준용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국제회계기준(IFRS) 전면 도입 여부는 각 중앙회 및 주무부처별로 결정할 사항이고, 일반공제들이 신용사업 등 다른 사업도 함께 영위하고 있어 IFRS를 공제사업에만 개별적으로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다. 다른 사업과 회계적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공제 평균 RBC '227.5%', 하지만…
하지만 건전성 규제는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한·EU 및 한·미 FTA 체결 당시 일반공제에도 민간보험사와 유사한 수준의 재무건전성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는 게 근거다. 지금까지 일반공제들이 옛 건전성 제도에 따라 RBC를 산출했다면 앞으로는 민간보험사들이 따르고 있는 K-ICS를 비슷하게라도 맞춰줘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1분기 기준 이들 일반공제의 평균 RBC는 227.5%로 나타났다. 우체국보험이 260.2%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신협(259.6%), 수협(233.8%), 새마을금고공제(156.6%)순이었다. 이들 모두 규제비율인 100%를 웃돌았다.
새마을금고공제를 제외한 세 곳은 규제비율을 배로 넘겼다. 문제는 이렇게 산출된 일반공제의 RBC에도 물음표가 붙는다는 점이다. 민간보험사들의 RBC는 2011년 첫 도입된 이후 지난해까지 리스크 세분화 등 산출 과정을 정교화해 왔다.
그러나 일반공제는 초기 RBC 산출 방법을 사실상 그대로 쓰고 있다. 보험사들의 RBC 숫자 대비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더불어 K-ICS의 경우 자산과 부채를 모두 현재가치로 산출해야 해 보험사들의 회계상 부채가 늘어나고 자본은 줄어들어 경과조치(적용유예)를 신청하는 보험사가 전체의 3분의 1이 넘었다.▷관련기사 : 보험사 3곳 중 1곳 킥스 유예 신청…생보사는 과반(3월13일)
이에 따라 미뤄오던 충격이 한꺼번에 반영되면 일반공제의 건전성도 장담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새마을금고는 K-ICS가 적용되기 전인데도 지속적으로 RBC가 하락하고 있다. 2021년 말 183.9%, 2022년 말 164%에서 올 1분기 150%대로 계속 빠지는 추세다. RBC가 100% 미만으로 떨어지면 공제금(보험금)을 일시에 원활하게 지급할 수 없는 상태라는 얘기다.
건전성 하락 시 세금 투입 가능성도
하지만 일반공제 건전성 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우체국보험은 미래창조과학부, 새마을금고는 안전행정부, 신협은 금융위원회, 수협은 해양수산부 등으로 주무부처가 다르다는 점이 이유다.
이들 공제는 "내부적으로 K-ICS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직접적인 권한을 갖지 못한 금융당국도 "시간을 두고 일반공제와 논의할 예정"이라며 뒷전으로 밀어놓은 상태다.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지만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 이후 건전성 감독관리 체계의 허점이 드러난 만큼 일반공제에도 전문적인 관리·감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재차 제기된다. 건전성 저하에 따른 일반공제의 손실은 조합원이나 일반계약자에 귀속돼야 하지만 일부의 경우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우체국보험의 경우 건전성 기준 행정규칙에 "지급여력비율이 100% 미만으로 계약자에게 공제금을 지급하지 못할 우려가 있으면 경영개선계획을 통해 재정투입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쉽게 말하면 '공제금을 주지 못할 상황이 생기면 정부가 세금으로 우체국보험을 지원할 수 있다'는 안전장치다. 다만 이에 대해 우체국보험 관계자는 "국가가 운영하는 공영보험 성격이라 생긴 조항"이라며 "설립 이래 한 번도 정부의 재정투입을 요청한 사례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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