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DNA’ 편지 쓴 교육부 사무관, ‘교사 직위해제 안 하면 언론 유포’ 학교 압박
담당부서 표기 공직자통합메일로 무리한 요구 ‘갑질’ 의혹
세종의 한 초등학교에서 자녀의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해 직위해제 처분을 받게 한 교육부 직원이 교사를 직위해제하지 않으면 언론에 유포하겠다고 학교와 교육청 등을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로고와 담당부서가 표기된 공직자통합메일로 교사에게 e메일을 보내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전국초등교사노조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초등교사노조가 공개한 지난 6월 세종시 소재 초등학교 교권보호위원회 결정서 내용 등을 보면, 이 학교 3학년 학생의 아버지인 A씨는 지난해 10월 자녀가 담임교사에게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신고했다. A씨는 사건 당시 교육부 직원이었고 지난 1월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면서 대전의 한 학교 행정실장으로 발령받았다.
A씨는 아동학대 신고 후 학교장·교감과 교육청을 상대로 해당 교사를 직위해제할 것을 요구하며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시 언론에 유포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부모는 교체된 담임교사에게도 ‘공직자 통합메일’로 교육활동 내용과 학생들의 행동 변화를 매일 기록해 보내달라고 하거나, 아이가 ‘왕의 DNA’를 가졌다며 특별히 대우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공직자 통합메일은 공직자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교육부 로고와 담당부서가 찍혀 있어 (해당 교사에게) 엄청난 위압으로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활동 내용·학생들 행동변화 매일 기록해 보내라 요구
실제로 A씨 자녀 학급의 담임은 신고 다음 날 교체됐고, 해당 교사는 한 달 뒤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 해당 교사는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지난 2월 복직했다. 이 교사는 지난 5월 검찰에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교권보호위원회는 A씨가 교사에게 부당한 명예훼손과 협박을 가한 것으로 보고 서면사과와 재발방지서약을 의결했다.
A씨의 신고는 교사를 괴롭히기 위한 전형적인 ‘무고성 신고’라는 것이 교원단체들의 지적이다. 초등교사노조가 공개한 지난 2월 소청심사위원회 결정서 내용을 보면 A씨는 담임교사가 도서관 이동수업을 거부하는 아이를 혼자 교실에 남겨둔 것이 방임이라고 주장했다. 상담을 위해 교사가 수집한 교우관계 등의 자료를 실수로 학부모용 애플리케이션에 올린 것도 따돌림 조장이라고 주장했다.
초등교사노조 “지위와 권위 이용한 말도 안되는 학대 신고”
하지만 소청심사위원회는 해당 학생이 완강히 거부하는 상황에서 분노발작을 우려한 교사가 이동수업 참여를 더 이상 설득할 수가 없었고, 상담자료를 실수로 올린 뒤 2시간만에 바로 삭제한 점 등으로 보아 학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초등교사노조는 “누구보다 교육을 위해 힘써야 할 교육부 사무관이 아동학대 신고의 허점을 알고 담임교사를 괴롭힐 목적으로 일으킨 무자비한 교권침해”라며 “지위와 권위를 이용해 말도 안되는 학대 신고를 하는 학부모에게 교권이 난도질당해야 하나”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 지원과 교사 보호에 앞장서야 할 교육부 사무관이 오히려 학교를 힘들게 하고 교권을 훼손하는 행위를 한 데 대해 분노한다”며 “교육부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사안에 대한 조사반을 꾸리고 전날 A씨가 현재 근무하는 대전시교육청에 직위해제를 요청했다. 대전시교육청은 이날 A씨에게 직위해제를 통보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308102126001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굿파트너’ 장나라 “‘열 받는 상사’ 말투? 한유리가 매일 퇴사하고 싶어지도록 연구했죠”
- “헤즈볼라서 멀어지라” 폭격 전 주민들에 의문의 문자…레바논 정보부 장관도 받았다
- [공식] 배우 수현, 5년만 협의 이혼
- 홍명보 “1순위라 감독직 받았다, 2·3순위였다면 안 받았을 것” 국회서 답변
- 일산 재건축 밑그림 나왔다···용적률 300%, 2만7천가구 추가
- ‘공천개입 돈전달 의혹’ 김영선 “내가 사기 당한 것”···회계담당자 고발
- 고구마 답변하던 배트민턴협회장 결국 “후원사 용품 강요 시정할 것”
- “미술품 투자 땐 매달 저작료 지급”···‘905억대 폰지사기’ 일당 14명 검거
- 정해성, 돌연 사퇴는 “건강·가족 문제 탓”…진짜 이유 과연 없나
- 베란다 콘크리트 속에 시체가…알고보니 16년 전 세입자가 살해한 동거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