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빅3’ KBS·조선일보·MBC 위상 재정립 [2023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나란히 영향력 1~3위에 올라…JTBC·네이버는 후퇴
MBC, 13년 만에 신뢰도 1위 탈환…네이버, 열독률 15.4%p 떨어진 1위
(시사저널=감명국 기자)
시사저널-한국갤럽, 전문가·일반국민 1000명 설문조사…'시대의 희망·요구·과제' 상징하는 '대한민국 권력 지도'
지금 대한민국은 누가 움직이고 있을까. 2023년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판을 떠받치고 움직이는 그 역동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면밀히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시대적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 민심이 가리키는 시대의 희망과 과제도 찾아낼 수 있다. 마침내 신호와 소음을 구분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과정은 시대상을 담아내는 일이다. 한국을 움직인다는 말은 민심에 가장 빠르고 예민하게, 그리고 가장 국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희망과 요구, 과제들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도도한 민심의 흐름과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인물들을 살펴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이후 34년째 매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영향력 조사를 이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기획으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 조사는 1996년부터 시작됐다. 이때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근 20년 가까이 KBS와 MBC, 조선일보는 부동의 '톱3'를 형성하며 1~3위를 굳건히 지켜왔다. 이후 종편의 선두주자 격이었던 JTBC가, 그리고 포털의 영향력 확대로 네이버가 이 철옹성을 깨뜨렸다.
JTBC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2021년에는 기존 언론매체를 제치고 네이버가 정상에 올랐다. 특히 네이버는 열독률 조사에서 2015년 첫 정상에 오른 이후 거의 매년 1위를 독주하다시피하며 기존 언론매체의 영향력을 무색하게 했다. 이때부터 전통 매체인 지상파와 신문의 대표 격인 KBS·MBC·조선일보에 더해 뉴미디어로 가세한 종편의 JTBC, 포털의 네이버 등 5개 매체가 '빅5'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 영향력, KBS 2년 연속 1위…조선일보 0.2%p 차 2위
빅5는 2018년부터 영향력 조사에서 1~5위를 굳건히 했다. 올해 전문가 조사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이어졌다. KBS가 36.4%의 지목률로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지켰다. 2위는 조선일보였다. 36.2%로 KBS와 불과 0.2%포인트 간발의 차였다. 3위는 MBC가 차지했다. 33.8%로 지난해보다 8%포인트나 상승했고, 순위도 두 계단 올라서며 다시 톱3에 진입했다. 반면 지난해 2위였던 네이버는 4위(25.4%), 4위였던 JTBC는 5위(13.4%)로 순위가 내려왔다.
포털의 위력이 절정에 달했던 때는 2021년이었다. 당시 영향력 조사에서 네이버가 1위, 다음카카오가 6위를 차지했고, 포털은 아니지만 유튜브도 처음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네이버는 2위, 다음카카오는 10위에 자리했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서 네이버는 4위, 다음카카오는 13위로 밀려났다. 반면 유튜브가 11.6%의 지목률로 7위로 약진했다. 네이버는 신뢰도 조사에서도 17년 만에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포털 뉴스 게재의 기준 등은 끊임없이 시비를 낳았고, 정치권마저 자기 정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털 뉴스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포털 뉴스 정책과 댓글에 대한 변화를 압박했다.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몰리기도 했다. 결국 네이버와 다음은 뉴스 알고리즘과 댓글 게재에 변화를 예고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전문가 평가에 곧바로 영향을 미쳤고, 점차적인 영향력 하락 추세로 나타났다.
SBS가 지난해보다 한 계단 상승하며 12.0%로 6위를 차지했다. 5위 JTBC와 불과 1.4%포인트 차로 좁혀 빅5에 바짝 근접하는 모양새였다. 중앙일보는 8위(10.4%)로 지난해에 이어 10위권을 지켰다. 한겨레신문(7.4%)과 동아일보(7.2%)가 10위권 안에 재진입했고, YTN(11위)과 다음카카오가 각각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 일반국민 조사에서 두드러진 SBS의 기세
SBS의 기세가 만만찮다. SBS는 올해 일반국민 영향력 조사에서 25.0%의 지목률로 4위를 차지했다. 톱3 턱밑까지 추격했고, JTBC·네이버를 제치며 빅5 구도를 허물었다. 전문가 조사에서도 6위에 올라 높아진 영향력을 방증했다. 지난해 처음 실시했던 일반국민 조사에서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던 SBS의 대중적 영향력이 반짝하는 일회성이 아니었음을 입증한 셈이다.
SBS는 특히 전문가보다는 일반국민 조사에서 더 높은 지목률을 얻었다. 신뢰도와 열독률 조사에서 모두 3위에 올라 전문가 조사(신뢰도 6위, 열독률 공동 12위)보다 훨씬 높은 순위를 나타냈다. 이처럼 일반국민 조사는 전문가 조사와 달리 좀 더 높은 대중성을 반영하는 모습이다.
일반국민 대상 영향력 매체 조사에서 1위는 역시 KBS(45.2%)였지만 2위는 MBC(44.6%), 3위는 조선일보(30.2%)였다. 전문가 조사와 2·3위가 바뀌었다. 지난해 순위와 비교해도 역시 MBC와 조선일보의 순서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JTBC(18.4%)와 네이버(14.2%)는 각각 5·6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래도 지난해에 비해 나란히 두 계단씩 상승한 결과다. 반면 7위와 9위에 오른 중앙일보(13.2%)와 동아일보(10.2%)는 지난해보다 순위가 다소 내려갔다. 지난해 중앙일보는 5위, 동아일보는 6위였다. YTN(8위, 11.0%)과 TV조선(10위, 7.6%)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 신뢰도 조사에서 1위 탈환한 MBC
올해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MBC의 상승세다. 영향력 조사에서도 순위가 상승했지만, 신뢰도 조사에서 전문가·일반국민 조사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열독률 일반국민 조사에서도 1위에 올랐다.
MBC는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전문가 조사에서 31.8%의 지목률로 1위에 올랐다. 2010년 이후 13년 만의 정상 탈환이다. 지난해엔 3위(21.6%)였다. 지난해 1위(27.2%)였던 KBS는 지목률은 약간 더 오른 27.6%였지만 2위를 차지했다. JTBC도 한 계단 내려서서 올해는 3위(16.0%)였다. 한겨레신문과 YTN은 전통적으로 영향력에 비해 신뢰도가 높은 매체다. 올해 조사 역시 각각 4위(11.8%)와 5위(11.4%)에 올랐다. 경향신문(8위, 8.0%)과 연합뉴스(9위, 7.4%)도 10위권을 지켰다. 조선일보는 7위(9.4%)에 그쳐 여전히 영향력에 비해 신뢰도가 낮은 현상을 이어갔다.
일반국민 신뢰도 조사는 전문가 조사와는 약간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1·2위는 MBC(43.4%)와 KBS(34.0%)로 같았지만, 3위에는 SBS(24.2%)가 올라섰다. JTBC(4위, 22.2%), YTN(5위, 14.0%), 조선일보(6위, 12.0%), 한겨레신문(7위, 9.2%), 동아일보(공동 10위, 6.6%)는 전문가 조사와 마찬가지로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반면, 전문가 조사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린 네이버(8위, 8.8%), TV조선(9위, 7.8%), 중앙일보(공동 10위, 6.6%)가 일반국민 조사에선 '톱10'에 올랐다.
■ 열독률 조사에서 포털 하락세 나타나
역대로 열독률 조사에선 특성상 포털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지지난해와 지난해 전문가 조사에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올해 조사에서도 1위는 네이버였다. 하지만 지목률은 급락했다. 지난해(37.0%)보다 15.4%포인트 떨어진 21.6%에 그쳤다. 다음카카오는 8.8%로 공동 9위에 올라 간신히 10위권에 턱걸이했다. 반면 MBC는 지난해 8위에서 올해 2위(19.0%)로 급상승했다. KBS가 3위(14.2%)를 차지했다. 포털과 지상파방송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4~7위에 오른 조선일보(12.6%), 한겨레신문(12.4%), YTN(10.8%), 유튜브(9.4%)는 지난해에 비해 순위는 한두 계단씩 상승했지만 지목률은 다소 떨어졌다. 반면 JTBC(9.0%)는 지난해 3위에서 8위로 내려갔다.
일반국민 열독률 조사에선 MBC가 1위에 올라섰다. 34.8%의 높은 지목률을 나타냈다. 26.8%의 KBS가 2위, 23.0%의 SBS가 3위로 뒤를 이었다. 지상파 3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조사에서도 네이버를 제친 모습이다. 네이버는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4위(21.8%)에 머물렀다. 지난해 8위였던 다음카카오는 올해는 10위권 밖(13위, 6.6%)으로 밀려났다. 대신 TV조선(8위, 9.8%), 유튜브(9위, 9.6%), 연합뉴스(10위, 8.0%)가 새롭게 순위에 진입했다.
최진순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지난 1년여 정치·사회적 분위기와 매체 경쟁 환경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보수 정부 출범 이후 조선일보에 이목이 쏠렸고, 공영방송에 주문이 밀린 것은 상징적인 신호"라면서 "특히 MBC는 날 선 비판 보도와 유튜브 채널 집중으로 영향력을 키웠다. 세월호·태블릿PC 보도와 소셜라이브로 성장했던 JTBC 뉴스룸과 닮은꼴이다. '손석희 없는' JTBC는 정체했고 '낭중지추의 관점'은 MBC를 견인했다. 연령대를 불문하고 유튜브 접속이 꾸준히 늘고 있는 생태계 기류도 거들었다"고 분석했다. 최 부소장은 최근 포털의 영향력 감퇴 현상에 대해서도 "새로운 경험 및 가치 제공이 부진한 포털 뉴스 서비스는 이용자 관심이 예전만 못했다. 선거, 스포츠 이벤트, 팬데믹 등 빅 이슈의 부재와 알고리즘·제휴평가위원회 등 논란이 겹친 것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2023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했다. 그동안은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각 100명씩 전문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지난해부터 비중을 조정해 10개 분야에서 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신 일반국민 조사를 신설해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7월3일부터 7월21일까지 진행됐다. 전문가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면접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일반국민 조사는 패널을 활용한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4.4%포인트다. 올해 6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두 조사 모두에서 구조화된 질문지를 조사도구로 활용했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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