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란 자금 동결 문제 4년 만에 ‘매듭’…“미국인 석방 조건”
한국 내 동결 자금, 70억달러로 최대 규모
이란·미국, 구금된 자국민 교환 협상 타결
韓 내 자금 이란으로 송금되면 “최종 석방”
한·이란 관계를 경색시킨 한국 내 이란 동결 자금 문제가 4년여 만에 해결됐다. 한·이란 관계의 큰 걸림돌이었던 동결 자금 문제가 해소되면 양국관계 정상화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간) “이란에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5명이 석방돼 가택연금에 들어간 것으로 이란 정부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통신인 IRNA에 따르면 이날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교환 협상에 한국을 포함해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금을 해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자금은 이란이 한국에 석유를 판매한 대금이다. 그런데 미국 트럼프 정부가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 복원의 일환으로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이에 동참한 한국에서도 이란중앙은행 계좌가 2019년 5월 동결됐다.
이란핵협정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6개국이 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방의 제재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이란은 대외 교역 악화와 자국 리알화 가치 하락 등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이란 정부는 미국의 제재로 외국에 동결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노력했고, 한국에도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면서 양국이 수년간 갈등을 빚었다.
실질적인 위협도 있었다. 2021년 1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을 항행하던 한국케미호와 선원을 나포했다가 약 석 달 만에 풀어줬는데, 당시 원화 자금에 대한 불만이 주된 이유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도 중동의 주요 교역대상인 이란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동결 자금 문제 해결에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초 외교부 1차관이 JCPOA 복원 협상을 진행된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해 참가국 대표들을 만나기도 했다.
핵협상에 가시적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동결 자금 문제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미국이 이란과 물밑에서 핵협상을 진행하면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올해 6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작년 12월 뉴욕에서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석방 및 핵협상 재개를 위한 고위급 논의가 시작됐고 이후 백악관 관계자들이 추가 접촉을 위해 최소 3번 오만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움직임과 맞물려 미국 당국은 지난 6월 이라크 정부가 이란에서 수입한 전기와 가스에 대한 대금 25억유로(약 3조4590억원)의 지급을 승인했다. 미국과 이란이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협상의 장애물 중 하나였던 한국 내 동결 자금 문제가 일단 풀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인 5명이 가택 연금돼 있다가 한국 내 동결됐던 이란 자금을 이란 측이 받게 되면 최종 석방된다”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이 전날 동결자금을 한국에서 스위스를 거쳐 카타르로 이전할 것을 요청했으며, 이전 절차가 완료된 뒤에야 수감자 교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현 단계에서 동결자금 해제 여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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