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Z] “알파벳으로 어떻게 사람을 나눠요?”... MBTI로 구분되는 현대 사회, 과연 괜찮을까?
■ 글: 대학생 기자단 MediaZ 이가은 ■
“MBTI가 뭐야?”라는 질문만큼 상대방의 성격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질문이 있을까요?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큽니다.
사람의 성격을 16개의 유형으로 나누어 분석해주는 ‘MBTI(Myers Briggs Type Indicator)’가 요즘 MZ 세대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 성격 유형 검사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알 수 있고, 검사 결과를 통해 본인이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MBTI 검사’라고 검색하면 쉽게 검색할 수 있고, 무료로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검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MBTI에서는 ‘I-E(외향형-내향형)’, ‘J-P(판단형-인식형)’, ‘S-N(감각형-직관형)’, ‘F-T(감정형-사고형)’ 등 총 4개의 분야로 나누어 자신이 어떤 성격 유형인지 4가지의 알파벳으로 알려줍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사이트에서 해당 MBTI는 어떤 유형이고, 분야별로 몇 %인지 그래프를 통해 알려줄 뿐만 아니라 같은 유형의 유명인이 누가 있는지도 알려줍니다. 검사를 통해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알게 된 사람들은 더 세부적인 해석을 통해 유형에 대해 더 알아보고 자신의 성격과 가치관 등을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가 생각해오던 자신의 성격과 MBTI 유형 해석이 똑같아 MBTI를 신뢰합니다.
그래서인지 MBTI와 관련된 콘텐츠와 굿즈가 굉장히 많고, 현재도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MBTI 콘텐츠가 끊임없이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응도 뜨겁습니다. 실제로 ‘MBTI는 과학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MBTI에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MBTI에 대한 신뢰가 높고,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도 높기 때문에 콘텐츠가 전달해주는 정보를 100% 신뢰하게 되고 MBTI로 사람들을 판단하게 되면서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게 됩니다.
실제로 요즘 대부분의 10~20대는 새로운 사람과의 첫 만남의 자리에서 MBTI에 대해 꼭 이야기합니다. 서로의 첫인상과 이미지를 통해 MBTI를 맞춰 보곤 합니다. 상대의 특정 행동을 MBTI의 이런 성향 때문이라며 판단하고 MBTI의 우수성에 감탄합니다.
특히 이러한 사적인 자리에서는 MBTI가 구성원들에게 친밀감을 제공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아이스 브레이킹’의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1년 전 모 기업에서 MBTI로 직원을 채용해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과학적인 검증이 되지 않은 MBTI가 신중해야 하는 직원 채용에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겁니다. 입사 면접에서 MBTI만으로 평가를 당하거나 면접은 고사하고 이력서에 MBTI를 필수로 적어 내야 하는 회사도 종종 등장합니다. 얼마 전에는 ‘INFP, INTP, INTJ 지원 불가’라고 적힌 아르바이트 공고문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성격도 스펙이 되는 세상입니다.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를 통해 16개의 MBTI에 대한 이미지와 선입견이 굳어지게 되고 이를 본 사람들이 각각의 MBTI 유형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맹신하게 되면서 발생된 일입니다.
특히 인스타그램에서는 ‘MBTI별 첫인상’, ‘MBTI별 공감능력’, ‘MBTI T와 F가 많이 싸우는 이유’ 등과 같은 게시물이 많이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재미 삼아 올린 게시물이 어느새 ‘해당 유형이 이럴 것이다’라는 이미지가 기정사실화가 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MBTI를 공유하면 “아 그 MBTI면 이렇겠네요?”라는 말을 하며 그 사람에게는 자신의 이미지가 MBTI가 주는 이미지로 굳어지게 됩니다.
MBTI와 자신의 성격이 완벽하게 동일하지 않음에도 자신에 대한 선입견이 생긴다는 이유로 MBTI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또한 위의 사진처럼 소셜 미디어에서 전달하는 MBTI의 대표 이미지 때문에 MBTI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성격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성향을 16개의 유형으로 나눈 MBTI는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참고’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MBTI로 인해 사람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생기는 사회는 모두가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MBTI 자체는 틀린 검사도, 나쁜 검사도 아닙니다. 문제는 과몰입입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MBTI라고 할지라도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불확실성과 모호함에 맞닥뜨려본다면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 혹은 더 솔직한 내 자신과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알파벳 몇 글자로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이런 사람일 것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보다는 MBTI는 참고만 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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