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 안 하면 집안 망친다”...이재명은 명심보감을 읽었을까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어림없다는 입장이다. 추경호(追更 好·좋을 호)가 아니라 ‘추경불호(追更 不好·좋아하지 않는다)’로 불러달라고 할 정도다. 농반진반이지만, 뼈가 있다.
지난달 중순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상의 행사에서 “주변에서 이름이 추경호라 추경을 좋아할 것 같은데 왜 추경을 안하냐고 한다. 하지만 경기가 안좋을 때 세금을 더 걷으면 기업들이 더 어려워지고 나라 경제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추경불호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최대한 지출을 효율화하고 아껴 쓰면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얼마전 언론인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추경불호’보다 ‘추경오’가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좋을 호(好)의 반대인 미워할 오(惡)를 쓰는 것이 제격이라는 의견이었는데, “곧바로 알아듣기에는 추경불호가 나은 것 같다”고 거절했다. 아니 불(不)자를 넣어서 선명하게 뜻을 전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치지도 않고 추경 편성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서민 추경’이라고 하는데 35조원 규모다. “고통이 턱 끝까지 차오른 상태로 민생 경제를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 직무유기라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세금 풀어 다 지원해 준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졌던 추경 중독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처럼 할 수 있도록 “대통령과 여당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35조원의 내역이라는 것도 밝혔다. 30조원은 ‘민생회복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쓰자고 한다. 저신용자 신용대출 확대와 중소기업·자영업자 이자 감면 등 고금리 피해 회복, 고물가·에너지요금 부담 경감, 전세보증금 이자 지원 등 주거 안정 대책에 필요하다고 한다. 나머지 5조원은 경기회복을 위한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취약계층 청년 지원 확대 등에 쓰자고 한다. 구체적인 내역을 밝혔다기보다 “이것저것 많으니 당신도 추경 돈풀기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선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추경불호라는 별명을 스스로 지어가진 추 부총리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추계리를 본관으로 하는 추계 추씨다. 고려 충렬왕 때 문하시중을 지낸 추적(秋適)이 유명하다. 그는 논어, 맹자 등에서 골라 뽑은 문구들을 모은 ‘명심보감’의 편자로 알려져 있다. 책에는 “절약하지 않으면 집안을 망친다”는 내용이 있다. 단순히 절약을 넘어 절제해야 한다는 뜻도 담고 있다. 나라 살림은 반드시 그래야 한다. 추 부총리는 “명심보감을 훑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책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계획이 치밀하지 않으면 재앙이 먼저 발생한다.” 나랏일을 하면서 명심해야 할 일이다. 국민들은 야당 대표라면 나랏일을 하는 사람으로 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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