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문가·산업계 “미 첨단기술 투자 제한 영향 제한적”
미국이 발표한 첨단기술 분야 대중 투자 제한 조치에 대해 중국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중국에 미칠 실질적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응 나온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미 관련 분야의 미국 투자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에 실질적 효과 보다는 정치적 의미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리즈민 중국 국가과학기술평가센터 부소장은 11일 미국의 대중 투자 제한에 대해 “미국은 오랫동안 관련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을 경계해 왔다”면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이미 중단됐고, 양자 기술이나 인공지능(AI) 분야 투자도 4∼5년 전에 중단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미국이 지난 9일(현지시간)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AI 등 3개 분야에 대한 자국 내 민간 자본의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투자 제한 효과보다는 정치적인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양자 기술을 사용하는 상하이의 한 정보보안 솔루션업체 관계자는 “관련 분야 중국 기업들은 외국인 투자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새로운 규제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반도체와 AI 분야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또 쩡랴오위안 중국 전자과학기술대 교수는 “대학과 연구기관들은 이미 (미국의) 제재와 관련해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겁을 먹거나 충격을 받지 않고 해당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력을 강화할 방법을 계속 찾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이날 미국의 행정명령은 신규 투자를 금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미 이전에 취한 다른 조치들로 인해 중국 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급감한 상태라며 실질적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반응을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는 2021년 329억달러에서 지난해 97억 달러로 감소했고, 올 들어 전체 투자액은 12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투자 제한을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 첨단기술 산업에 투자해 온 상하이의 한 투자자는 “중국은 계속해서 기술을 발전시킬 것이고 국내에서 대안을 만들도록 확고히 지지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 자본 철수는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리즈민 부소장은 “미국의 조치가 중국 과학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관련 산업에 활력을 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투자 제한 명령의 실질적 효과와 별개로 이번 조치가 양국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매체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 미 고위 관리들이 잇따라 방중하며 중국과의 대화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나온 투자 제한 움직임은 미·중관계에 복잡성을 초래한다”며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은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방중과 같은 공식적인 교류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러몬도 장관은 미·중간 경제·무역 현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달 말쯤 중국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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