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점으로 ‘커리어 최다득점’ 대한항공 이수황 “팀원 전체가 KOVO컵을 즐기고 있어요”
2012~2013 신인 드래프트에서 수련선수로 LIG손해보험(現 KB손해보험)에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한 미들 블로커 이수황은 2020년 대한항공에 합류했지만,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김규민과 김민재, 조재영, 진지위까지 좋은 미들 블로커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2023 KOVO컵은 이수황에게 좋은 기회다. 같은 포지션의 김규민, 김민재가 대표팀에 차출된 데다 임동혁, 정지석, 정한용 등 다른 포지션 선수들도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단 10명의 선수로 대회를 치러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
대표팀 차출로 10명이서 싸우느라 ‘포지션 파괴’, 남자부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외발 이동공격까지 구사한 대한항공은 이수황 외에도 아웃사이드 히터 이준(18점)과 곽승석(15점), 아포짓 스파이커로 뛴 진지위(14점)까지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며 KB손해보험을 3-1(17-25 25-21 25-18 25-21)로 이겼다.
조별예선을 3전 전승, A조 1위로 통과한 대한항공은 11일 열리는 B조의 삼성화재-파나소닉 맞대결에서 패하는 B조 2위팀과 12일 준결승에서 만난다.
경기 뒤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이수황에게 이날 기록한 15점이 커리어 최다 득점이라고 귀띔해주자 이수황은 “몰랐다”라고 답했다. 이어 “오늘 사실 몸이 좀 무겁고, 피로도가 있는 느낌이었는데, 팀원들이 잘 도와줘 잘 풀렸다. 팀원들이 다 잘해주니 저는 약간 묻혀서 간다는 그런 느낌이다”라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모처럼 주전으로 마음껏 코트에서 뛸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묻자 이수황은 “훈련할 땐 좀 힘들긴 했지만, 기분이 좋다. 미들 블로커로 뛰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결혼도 했으니 책임감도 생긴다”라고 답했다.
이날 대한항공은 ‘파격 배구’를 여러 차례 선보였다. 진지위와 이수황이 동시에 전위에 올라올 때 두 선수 모두 속공 타이밍으로 점프를 뛰어 유광우가 A속공과 B속공을 선택해 구사할 수 있게 하는 공격도 있었다. 이수황은 “연습 때 이런저런 것을 많이 해본다. 우리 팀이 리시브가 워낙 좋다보니 리시브만 되면 그런 사인이 나온다. 여기에 (유)광우형이 패턴 플레이에도 능하다 보니 다양한 플레이를 하게 된다”고 답했다.
10명이서 뛰고 있는 대한항공은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모두 경기 자체를 즐기고 있다. 이수황은 “최근 영화 ‘리바운드’를 봤는데, 그 영화처럼 포기하지 않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승리보다는 그동안 해왔던 플레이나 연습에서 해봤던 것을 보여드리자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는데, 결과도 좋게 나오고 있다.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구미=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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