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준 LH 사장 "도면도 못보는 토목직이 구조견적 맡아…LH 쇄신 필요"[일문일답]
"추가된 5개 단지 관련 업체들도 똑같이 수사의뢰해야"
"비정규직 정규화로 LH 비대화…주거급여는 이관 추진"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철근 누락 사태의 책임을 물어 임원 전원에게 사표를 제출받고 본인 거취도 임명권자의 뜻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이 사장은 11일 오전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임원 모두의 사직서와 함께 저의 거취도 국토부 장관을 통한 정부의 뜻에 따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LH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전체 임원의 사직서를 받고 새로운 인사를 통해 LH를 변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LH의 권한이 조직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며 "권한과 조직을 축소해 작지만 강한 조직, 오로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또 "CEO로 있는 한 변함없이 인적쇄신과 함께 조직혁신을 강력히 밀고 나가겠다"며 "중구남방식 칸막이 조직문화 전관과 연결된 못된 관습과 안일한 제도, 국민에 봉사하지 않는 서비스 제도를 반드시 개혁해서 작지만 강하고 국민께 헌신과 봉사할 수 있는 LH를 만드는데 제가 이 자리에 있는 한 모든 열정을 바쳐서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사장과의 일문일답.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거취를 맡기겠다는 것은 사의를 하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여도 되나
"공기업의 공의는 본인의 의사보다도 임명권자의 의사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제 거취는 사즉생의 각오로 언제든지 임명권자의 의사에 따를 준비가 돼 있고, 임명권자가 맡겨주시는 동안에는 언제 떠나더라도 그때까지 제 소임은 LH의 혁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지금 수사를 의뢰했고 3개 외부단체를 통해 혁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는데, 문제는 LH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인데 스스로 감사를 해서 인사조치를 선제적으로 할 계획은
"물론 그렇게 할 수도 있는데 내부적으로 감사를 한다고 과연 그걸 누가 믿겠느냐. 실질적으로 내부감사는 진행하고 있다. 제가 LH와서 제일 먼저 한 것이 감사실장을 외부 공모 한 것이다. 과거엔 내부 직원 중 뽑았는데 내부 직원이 돌아가며 하면 편의를 봐줄 수도 있어서 외부 공모로 감사실장을 뽑았고, 지난 정부에서 임명한 준법감시위도 임기 만료돼 이도 외부공모를 통해 외부 인사를 위주로 감사기능을 강화시켰다. 현재 감사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부 힘만 가지고는 이를 정화하기가 한계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경찰이나 공정위나 감사원이 이미 진행되고 있으니 그 결과를 우선 반영해서 인사쇄신, 조직개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LH 조직 규모가 너무 크다는 건 구조조정까지도 단행하겠다는 뜻인지
"당연합니다."
-제3자로부터 정보를 받았다고 했는데 그 제3자가 사정기관인지 아니면 정부 외의 기관인지.
"정부기관은 아니다. 제가 아는 다른 채널을 통해 인지하게 됐고 확인이 된 건데, 사실 5개 단지가 추가되는 것을 보고받고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그것을 확인하는 전화가 저한테 왔다. 제게 보고한 것도 추후에 문제가 있어서 보고한 게 아니라 이미 그런 걸 인지를 하고 있다가 보고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측면이 강하게 있다. 이번 사태가 얼마나 중요한 지 모르고 스스로 경미하다고 생각해서 본인들이 자료를 빼는 것 자체가 과연 맞는 것이냐. 제가 보기에는 기둥 3개, 4개가 아니라 기둥 하나만 문제가 있어도 심각한 안전상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그것을 담당했던 엔지니어들이, 행정도 아니고 전담하는 직원들이 이를 경미하다고 뺐다는 것에 대해 너무 안일하고 어이없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다.
-거취 문제와 관련한 뜻을 이미 국토부에 전달한 건지.
"제 거취문제는 미리 상의된 바는 없고, 어제 굉장히 고민 끝에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LH를 반드시 혁신해야한다는 측면에서 송구스럽지만 제가 있는 제 직장을 제 손에 맡기지 않고 외부 힘에 의해서 한다는 처참한 심정을 그대로 말씀드리는 것이다."
-5개 단지 명은 공개를 해주실 수 있는지
"저도 5개 단지는 공개해야 한다고 본다."
-5개단지 보강공사는 이미 7월31일 전에 이미 완료된 것인지.
"네 그렇습니다."
-지난주 말씀하신 대책은 대부분 인력확보가 불가피해 보이는데 이번주 말씀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사실 숫자적으로는 인력이 부족한 건 사실인데 이 인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또 있는 인력이 얼마나 능력을 발휘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기본적인 방향은 본사 조직은 대폭 줄이겠다. 두 번째로 지역 본부에 있는 내근 조직도 대폭 줄이겠다. 그 조직으로 현장 실행능력을 강화하겠다."
-내부조직을 쇄신하고 다시 조직을 꾸리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인사를 언제까지 하겠다는 계획이 있는지.
"가급적 조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고 본다. 제가 사실 이 무량판 부실시공 문제가 벌어진 5월부터 이 조직을 쇄신해야겠다는 생각에 조직 진단 용역을 준비 중에 있었는데 이 사건이 터져서 잠시 보류돼 있었다. 조직 진단을 해서 방만한 조직을 일단 컴팩트하게 쇄신하고 그 이전까지는 좀 태스크포스 형태로 해서 업무를 간소화시켜나갈 계획이다."
-5가지 추가 단지가 확인됐는데 이것 마저도 신뢰가 안 된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조사해야하는거 아닌지. LH 자체 조사가 아니라 외부기관에 맡겨야 하는 것 아닌지.
"당초 15개에서 20개 단지로 늘어나면서 이런 숫자를 기본적으로 국민이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도 동의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무량판으로 돼 있는 모든 지역에 대해 필요하다면 제3의 기관을 통해서라도 다시 (할 의향이 있다.) 물론 무량판 구조로 부실이 이미 판정된 지역은 보강공사를 하고 입주민들이 원하는 업체를 선정해서 안전진단을 하기에 (재조사가) 의미는 없겠지만 안전이 부실하다고 판정되지 않은 다른 곳에 대해서는 그런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이미 확인된 설계·감리·시공업체 말고 추가된 업체도 수사의뢰를 할 것인지.
"5개 단지는 똑같이 수사의뢰가 돼야 한다고 보고 그렇게 할 것이다"
-2년 전에도 혁신안을 내면서 인력이 1만 명이 넘으니 줄이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인력이 늘어난 것으로 안다. 구체적인 추진방안은
"현재 주거 급여 관련된 직원이 600여명이 되는데 이 부분을 사실 지자체에 이관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관이 안 되고 있다. 그 부분이 이관이 되면 당초 혁신안에 나온 내용대로 인력축소가 될텐데 지자체나 이관을 받는 기관에서 어려움을 호소해서 현재까지 이관을 못하고 있다. 저는 LH가 반드시 해야할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를 분리해서 하지않아도 될 업무를 과감히 정부와 협의해서 이관시키고 싶다."
-LH가 해야 할 핵심업무와 하지말아야 할 업무 어떤게 있는지 말씀해주신다면
"LH업무는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택지개발관련 업무, 두 번째는 주택건설 업무, 세 번째는 임대주택 및 서민 주거 복지 부분 세 가지로 나뉜다. 제가 보기에 택지 공급 부분은 아웃소싱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기에 이 부분은 정밀하게 들어가고, 주택공급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주택공급은 크게 공공분양과 공공임대 건설인데 공공분양은 현재도 민간참여형 사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LH에서 힘을 빼기 위해서는 민간참여형을 확대함으로써 시공과 설계 권한을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감리는 LH가 감리업체를 선정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계속 전관에 관련된 부분이 힘들었다. 민간은 지자체에 감리를 위탁해서 지자체가 업체를 선정을 해서 감리를 하기 때문에 괜찮은데, LH는 LH가 감리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전관 관련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니냐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감리 선정 권한을 LH에서 떼 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씀드린다.
LH는 설계도 할 수가 없다. 법을 개정해서 1억원 이상은 공모에 의해 업체를 선정하고 또 공모된 건 수의계약을 맺도록 하고 있다. LH에 수의계약이 많다고 하는데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법에 의해 공모된 것은 수의계약을 하도록 의무적으로 돼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감리에 대해서도 LH가 감리업체를 선정하지 않는다면 전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 고리를 끊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분양주택도 설계·시공·감리에서 LH가 갖고 있는 권한을 과감하게 민간이나 다른 기관에 위탁하거나 넘겨 버리겠다. 내부 직원도 전관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게 좋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 또 임대주택에는 주거 급여 같은 업무도 포함이 되는데, 실질적으로 주거급여는 지난 정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화로 도입된 인력들이 많다. 지난 정부에서 1차, 2차로 비정규직 정규화가 된 인력이 2400여명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인력들이 LH에 정규화되면서 결국 LH가 비대화됐고, 이는 LH가 위탁을 받아야 하지 직접 책임질 업무가 아니었다. 그래서 내부갈등요소가 많다. 지자체가 해야할 일을 갖고 있기에 내부갈등요소가 굉장히 많고, 외부적으로 조직비대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상당히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씀하셨다. 2009년에 통합 출범한 조직이 13년이 지나도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면 여전히 통합의 가치가 유효하다고 봐야할지 이 통합을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보는지.
"저는 정부가 통합을 시킨 것에 대해선 맞다고 본다. 근데 통합을 할 때 정말로 제대로 된 통합이 아니라 무늬만 통합이 됐다는 것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다. 특히 무량판 부실시공 문제는 해도 너무했다.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구조설계견적인데 (LH 내부에) 구조견적단이라는 보직이 있었다. 근데 그 자리를 건축도면도 못보는 토목직이 이걸 맡고 있었다.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설계, 구조, 견적 아니냐. 근데 2009년 통합 이후에 제가 취임하기 전까지 이 보직을 토목직이 맡고 있었다. L과 H가 각각 이 자리는 네 자리라고 맡아 놓은 것이다.
LH가 이런 정도입니다. 이런 정도예요. 제가 지난해 12월31일 인사를 하는데 이 구조견적단이라는 자리가 왜 토목직이냐고 묻고, 건축직으로 바꾸려고 하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구조견적단이라는 게 도면을 볼 줄 알고 설계가 제대로 되는지 확인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걸 계속 2009년 이래 계속 토목직으로 했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자리를 만들어놓고 이건 토목직 자리, 이 자리는 건축직 자리, 이 자리는 행정직 자리라고 계속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에 제가 구조견적단은 무조건 건축직으로 바꾸라고 하니 임원들이 24시간 고생을 해서 바꾼 것이다. 인천 검단 사고가 났을 때도 구조견적단 직원에 물어보니 직원이 없어서 설계서를 검토할 인원이 없다고 하기에 그 자리에서 10명을 추가해줬다. 이런 정도로 통합만 해 놓았지 내부적으로는 L과 H가 자리 나눠먹기를 한 것이다. 토목직이 건축도면을 볼 수 있나. 이런 조직이기 때문에 조직을 바꾸고 쇄신하지 않으면 절대 국민에게 봉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누락된 5개 단지는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파악됐는지. 9개월간 사장님이 조직을 관리하면서 파악하지 못한 데 본인 책임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지
"저도 무한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지난 8월8일 화성비봉에 장관을 모시고 갔을 때 저도 이 사실 알게 돼 굉장히 고민을 했다. 그래서 1차적으로 주택을 담당하는 본부장을 해임조치 했다. 이어서 보고체계 등 과실을 범하고 있는 부분이 어딘가 해서 감사를 지시해 놓았기에 감사가 진행 중에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추가 인사조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정부에서 비정규직 정규화로 2400명이 정규화되면서 비대화에 일조를 했다고 했는데, 주거급여를 대부분 맡고 있는 이들을 새로운 산하기관으로 뺄 수 있는 것인지.
"당초 이들을 자치단체나 지방공기업에 다 넘기는 것으로 방향이 섰고,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치단체나 해당 기관에서 이걸 인수하는걸 주저하고 있어서 진전이 안 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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