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이폰 인기는 10대들 막연한 선망" 삼성전자 임원진 위기 진단 두고 회사 내부 비판 커져
"고등학생 되면 갤럭시 제품 쓴다"고 답해
10대들 사이서 아이폰 안 쓰면 소외받는 현실
'나이브'한 현실 인식에 내부 직원들 분통
"아이폰 인기는 10대들의 막연한 선망이다. 성인이 되면 갤럭시를 쓰는 만큼 아직 희망이 있다."
삼성전자 직원과 소통 행사에서 한 임원이
10일 오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가전을 담당하는 DX 부문 최고 경영진을 포함한 임원들과 직원들의 소통 행사에서 나온 발언이다. 한 직원이 "아빠가 삼성 다닌다니까 저희 딸은 갤럭시를 쓰는데 친구들은 다 아이폰을 쓴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묻자 이어진 대답인데 이를 두고 사내 게시판과 익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라인드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과 임원들은 젊은 층의 아이폰 선호 현상을 잠깐 있다 없어질 유행처럼 보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오히려 10대 사이에선 아이폰을 안 쓰면 따돌림을 당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딸내미 갤럭시 사줬더니 왕따 당한다고 울고 난리"
실제 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스마트폰 사용률 조사를 보면 현재 사용 중인 스마트폰 브랜드로는 삼성 갤럭시가 69%로 가장 많았으며, 애플 아이폰이 23%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18~29세 응답자들 중에선 65%가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특히 해당 연령층 중 여성의 경우 무려 71%가 아이폰을 택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딸내미 갤럭시 사줬더니 이런 거 쓰면 왕따 당한다고 울고 난리예요"라며 "아이폰을 사달라고 밥도 안 먹고 방에서 나오지 않아요"라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학생들 사이에서 아이폰 선호 이유는 다양하다. 디자인, 카메라 등 제품 성능이 좋다는 점부터 아이폰 자체가 명품과 같은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아이폰을 쓰지 않으면 또래 친구들과 거리가 생긴다는 이유도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아이폰 이용자끼리 파일을 주고받는 '에어드롭(Air drop)'이 꼽힌다. 이는 애플의 내장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해 가까운 곳에 있는 다른 애플 기기로 간편하게 사진, 영상, 위치정보 등을 보내는 근거리 무선 파일 공유 시스템이다. 친구들 모두 아이폰을 써 에어드롭으로 사진을 받았는데 나 혼자만 갤럭시를 써 사진을 공유받지 못했다거나 별도로 카카오톡으로 전송해 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미국 10대들 사이에는 갤럭시 폰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를 '녹색 말풍선'이라고 부르며 "녹색 말풍선을 쓰는 남자와는 데이트하지 마(Never date a green texter)"라는 말까지 유행처럼 돌았다. 문자 창에서 아이폰 이용자끼리는 파란 말풍선으로 뜨고 안드로이드 제품 이용자의 문자는 녹색 말풍선으로 뜬 것을 두고 말한 것이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젊은 세대는 아이폰을 이용하지 않으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IT전문매체 안드로이드어쏘리티는 "미국의 많은 10대들은 아이폰이 아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멋지지 않고 아마도 가난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어테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10대의 83%가 애플 아이폰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갤럭시 이용자의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갤Z플립5 출시 시점에 이런 발언에 내부 '분통'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갤럭시Z플립5' 등 10대들을 겨냥한 신제품 출시에 나선 상황에서 주요 경영진으로부터 현실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듯한 발언이 나오자 논란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 직원은 "경영진이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갈지 전혀 고민을 하지 않고 있다"며 "왜 이런 사람들이 경영을 하는지 화가 난다"고 말했다.
사실 이러한 경영진의 문제 인식은 지난달 28일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과 국내 기자 간담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10대들 사이에서 아이폰을 안 쓰면 왕따를 당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이 무엇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노 사장은 "워낙 핵심 기술에 민감하고 모바일 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한국 시장에서 계층별 편차가 크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우리들의 제품에 대한 계층별 선호도의 차이가 한국만큼 급격하진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논란을 두고 "아이폰 선호 현상에 대해 누구보다 경영진이 잘 알고 있고 직원들과 같이 고민해 보자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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