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 혐의' 해병대 전 수사단장, 조사 거부…"외압 받았다"

<앵커>

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항명 혐의로 입건된 해병대 전 수사단장이 오늘(11일) 군 검찰단의 조사를 거부했습니다. 수사단장은 국방부로부터 혐의사실을 빼라는 외압을 분명히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홍영재 기자입니다.

<기자>

집단 항명의 수괴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 수사를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국방부 군 검찰단 앞에서 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에 해병대 1사단장의 혐의를 빼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장관 등 군 지휘부에 해병 1사단장 등 8명의 과실치사 혐의를 담은 조사 결과를 보고하고 서명을 받았지만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단장의 혐의를 조사 결론에서 제외하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방부는 앞서 초급간부까지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게 적정한지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박 전 수사단장에게 조사 결과의 이첩 보류를 지시했지만 이를 거역해 보직 해임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 전 수사단장에게 외압을 행사했다고 알려진 국방부 법무 관리관은 "혐의를 뺄 수도 있다는 수사 원칙을 전달하는 차원"의 통화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박 전 단장은 해병대 사령부로부터 대통령실 안보실에 수사 결과보고서를 보내라는 지시를 거부했지만 사령관으로부터 연락이 와 언론 브리핑 자료를 대신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전 단장은 자신은 대통령 지시대로 엄정하게 수사했다며 수사 외압을 행사한 국방부의 예하조직인 군 검찰단의 수사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돌아섰습니다.

이에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 거부는 군 기강을 훼손하고 사건 본질을 흐리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전민규)

홍영재 기자 yj@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