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 차에도 여전한 김건희 영향력 [2023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이원석 기자 2023. 8. 1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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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김 여사, 지난해 이어 압도적 지목률로 1위…대통령 부부의 지인 천공이 3위에 올라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시사저널-한국갤럽, 전문가·일반국민 1000명 설문조사…'시대의 희망·요구·과제' 상징하는 '대한민국 권력 지도'

지금 대한민국은 누가 움직이고 있을까. 2023년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판을 떠받치고 움직이는 그 역동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면밀히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시대적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 민심이 가리키는 시대의 희망과 과제도 찾아낼 수 있다. 마침내 신호와 소음을 구분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과정은 시대상을 담아내는 일이다. 한국을 움직인다는 말은 민심에 가장 빠르고 예민하게, 그리고 가장 국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희망과 요구, 과제들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도도한 민심의 흐름과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인물들을 살펴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이후 34년째 매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영향력 조사를 이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의 의미는 다층적이다. 가장 먼저는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 도움을 주는 조력자들이 포함된다. 다만 대통령에 대한 이들의 영향력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반대로 대통령을 견제하면서 그의 행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쟁자나 천적일 수도 있다. 혹은 말 그대로 대통령의 의사결정 등에 직접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일 수도 있다. 이 경우 한국 정치에서는 대개 부정적 의미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른바 '비선실세' 등 한국 정치사에 큰 오점을 남긴 몇몇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한동훈 장관, 지난해에 이어 2위 유지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과 더불어 매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를 통해 각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조명하면서, 특히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조사를 따로 실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과 그 주변을 바라보는 전문가와 일반국민의 시각을 좇기 위함이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였던 올해 조사에서도 역시 몇 가지 시선을 확인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장 크게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로는 지난해에 이어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목됐다. 지난해 71.0%에서 올해 55.2%로 지목률은 다소 하락했으나 2위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20.8%)과의 격차는 배를 넘겼다.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인사로 지목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직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도 집권 후 첫 번째로 있었던 2017년 조사에서 33.7%의 지목률로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1위로 꼽혔다. 그러나 바로 다음 해 2018년 조사에서 김정숙 여사는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밀려났다. 지목률도 11.4%에 그쳤다. 김정숙 여사와 달리 김건희 여사는 집권 2년 차 조사에서도 여전히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지목된 것이다. 지목률 또한 김정숙 여사와 비교했을 때 김건희 여사가 압도적으로 높다.

김 여사의 영향력은 그의 존재감과 동떨어져 있지 않아 보인다. 역대 어느 영부인보다도 김 여사의 존재감이 큰 게 사실이다. 그는 올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전체 영향력 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공동 5위(6.6%)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전체 조사에선 3.0%의 지목률로 13위였으나 올해 더 올라 직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역대 조사에서 대통령 부인이 '톱10'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었던 만큼 지금 김 여사 존재감의 정도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존재감이란 양면적이다. 성공한 행사기획자라는 이력과 패션 감각 등 외적으로도 겸비한 대통령 부인이라는 평을 받는 김 여사는 외신들도 집중 조명하며 다룰 정도로 이목을 끈다. 또한 문화·동물·여성 등의 주제에서 또 한 명의 리더로서 메시지를 내기도 하면서 이전의 영부인들과 차별적인 모습들도 눈길을 끈다. 반면 대통령 취임 전부터 김 여사와 관련한 이슈들은 '김건희 리스크'라고 이름이 붙여질 정도로 대개 윤 대통령에게 위협적인 측면이 있었다. 대선 과정에서 김 여사는 본인의 학력 위조 등에 대한 의혹이 짙어지자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고개를 숙인 바 있다. 김 여사는 당시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김 여사의 존재감이 여권의 어떤 정치인들보다도 뚜렷하다는 건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다.

취임 이후로도 사적 인연 대통령실 채용 논란, 인사 개입 의혹 등을 비롯해 최근까지도 해외순방 도중 명품 쇼핑 논란,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가족(윤 대통령 처가)의 사법 리스크 등 김 여사와 관련한 이슈들이 자주 정국의 중심에 서는 것은 분명 윤 대통령에게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앞으로도 김 여사의 영향력 및 존재감이 윤 대통령에게 어떤 영향으로 작용할지 계속 주목해야 할 요소다. 일반국민 역시 이번 조사에서 김 여사를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았다. 61.0%의 지목률로 전문가보다 다소 높았다.

김 여사 다음으로는 검찰에서부터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 한동훈 장관이 지난해에 이어 2위로 집계됐다. 야당으로부터 '소통령'이라고도 불리며 19개 부처 장관 중에서도 가장 큰 존재감을 보이는 한 장관은 윤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로 인식된다. 그는 여권의 가장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로도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3위에 오른 이름은 다소 충격적이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멘토라는 의혹이 불거진 역술인이자 유튜버인 천공이 15.0%를 얻으며 김 여사와 한 장관 바로 다음에 위치한 것이다. 지난해 조사에서 10위(2.4%)였던 천공은 올해 지목률과 순위가 대폭 상승했다. 지난해 일반국민 조사에선 10위권 내에 이름이 없었으나 올해는 일반국민 조사에서도 4위(14.2%)로 나타났다. 그가 한껏 구설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문가 조사에서 천공의 영향력이 더욱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천공 멘토 의혹과 관련해 대선 과정에서 의혹이 불거졌을 때 김 여사와 함께 천공을 만난 적은 있지만,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있진 않다는 취지로 답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천공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고, 대통령에 대한 그의 영향력을 의심하고 있는 이유는 천공이 유튜브 방송에서 펼친 주장과 윤석열 정부의 의사결정 방향이 일치하는 '반복된 우연' 때문으로 보인다. 다른 의미로 이는 곧 윤석열 정부의 여러 의사결정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시사저널 박은숙·유튜브 화면캡처

한덕수 총리·김대기 비서실장, 7·9위에 머물러

이번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집권 직후 최대 실세로 부상했던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들의 영향력 감소도 주목됐다. 윤핵관 중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이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유일하다. 그는 지난해 4위(24.2%)에서 올해 6위(4.2%)로 집계됐다. 장 의원과 함께 핵심 윤핵관으로 분류됐으며 윤 대통령 취임에 맞춰 여당 원내대표로 당선되기도 했던 권성동 의원은 지난해 3위(30.8%)에서 올해는 12위(1.2%)로 크게 밀려났다. 이는 윤핵관들이 내부 갈등 등 각종 논란을 일으키면서 2선으로 물러나 공개적인 활동을 자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장 의원은 최근 국회 과방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윤 대통령의 공약인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 통과에 직을 거는 등 윤핵관으로서 다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외에도 전당대회 과정에서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 후보 논란이 일기도 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7.2%의 지목률로 5위에 올랐고, 최근 서울~양평 고속도로 윤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 제기와 관련해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는 등 극단적 대응으로 존재감을 부각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공동 9위(2.8%)에 올랐다. 김 실장과 함께 이전 같은 자리의 인사들에 비해 '존재감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한덕수 국무총리는 7위(3.8%)로 나타났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경쟁자이자 선거 이후에도 윤 대통령 및 정부·여당과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위(10.6%)로 집계됐다. 일반국민은 25.0%의 지목률로 이 대표를 3위로 꼽았다. 전문가 조사와 달리 일반국민 조사에서는 집권 2년 차에도 여전히 계속 소환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8위(7.6%),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10위(3.0%)로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게 눈에 띈다.

'2023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했다. 그동안은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각 100명씩 전문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지난해부터 비중을 조정해 10개 분야에서 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신 일반국민 조사를 신설해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7월3일부터 7월21일까지 진행됐다. 전문가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면접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일반국민 조사는 패널을 활용한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4.4%포인트다. 올해 6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두 조사 모두에서 구조화된 질문지를 조사도구로 활용했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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