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파라다이스… 하와이 명소 다 불탔다

■ ‘마우이 산불’ 사흘째 확산
사망 53명…가옥 1700채 전소
80% 진화 불구 피해 점점 늘어
산불 인한 경제적 피해 ‘눈덩이’

흑백 섬으로… 세계적인 관광지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10일 마우이섬 라하이나 해변 지역의 주택과 건물들이 전소해 폐허가 되어 있다. 이번 산불로 현재까지 53명이 사망했고 1700여 채의 건물이 불에 탔다. AFP연합뉴스

세계적인 관광지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사망자 수가 53명까지 늘고 가옥 1700여 채가 전소했다고 미국 CNN 등이 10일 보도했다. 특히 이번 산불로 관광명소 대부분이 불에 탄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제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하와이를 재난지역으로 승인하고 연방 정부 차원의 지원을 시작했다.

이날 외신이 보도한 마우이 카운티의 발표에 따르면 10일 오후 1시쯤 17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확인돼 전날 밤 집계한 36명에 더해 전체 사망자 수가 53명으로 늘었다. 하와이 관광청은 1만4000명 이상이 대피했으며 1만4500명이 추가로 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하와이 주 정부는 방위군과 해안경비대 등을 투입해 대응하고 있지만 하와이 일대를 덮친 허리케인 ‘도라’의 강한 바람과 건조한 기후 등으로 인해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이에 이날 오전 10시 30분 화재 진화율이 80%까지 높아졌지만 피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1960년에 쓰나미가 섬을 관통했을 때 6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이번에는 사망자 수가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 같아서 두렵다”고 말했다. 또 “1만1000명은 여전히 정전 상태로 지내고 있다”며 “화재로 소실된 건물이 1700채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당국은 접근 도로가 없는 지역에서는 헬기 등을 이용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마우이섬 북서부의 라하이나 지역이다. 이곳은 19세기 하와이 왕국의 수도였고, 오래된 건물이 많아 평소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 화재 이후 공개된 위성사진에서 라하이나는 폐허를 방불케 한다. 한때 수백 채의 집과 상점이 서 있던 자리는 불에 타 없어져 흔적만 남은 상태다.

이번 산불은 지난 8일 0시 22분쯤 마우이섬 중부 쿨라 지역에서 처음으로 신고됐고, 이어 오전 6시 37분쯤 서부 해변 마을 라하이나 인근에서 또 다른 산불이 신고됐다. 라하이나에서 발생한 불은 한때 진화됐다가 허리케인 도라가 몰고 온 강풍을 타고 오후에 다시 살아나 삽시간에 해변 마을을 덮쳤다. 기상 당국은 강풍 탓에 불길이 섬 곳곳으로 번지고 빅아일랜드섬(하와이섬)으로도 옮겨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