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전 수사단장, 국방부 수사 거부

“수사 외압·부당 지시” 주장
채 상병 순직사건 파문 확산

기자회견 전 변호사와 대화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와 관련해 ‘집단 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가운데)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전 변호사와 이야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은 당초 현장 지휘관들이 무리하게 “허리 아래로 입수하라”고 지시해 채 상병이 순직하게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보고서 이첩을 놓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거부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11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수사단의 언론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해병대 수사단은 “경북 예천에 파견된 현장 지휘관들이 원래 입수 계획이 없었으나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수색과 관계없는 복장, 경례 태도 등을 지적해 부담을 느낀 현장 지휘관들이 무리하게 허리 아래 입수를 지시해 채 상병이 순직하게 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장화 높이까지는 들어갈 수 있다는 여단장의 지시를 여단 소속 대대장은 자의적으로 “허리 아래까지는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수사단은 지난달 31일 이를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배포를 취소했다.

이날 박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예정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거부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입장문을 배포하고 “국방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 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고,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 조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제가 할 수 있는 한 수사에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를 해병대 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며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수차례 수사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박 전 수사단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제가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청원합니다”라고 언급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