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우위 시대의 종말[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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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후진국 시절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인재들은 공직을 꿈꿨다.
고려·조선 시대 인재의 등용문이었던 과거 제도는 고시로 이어졌고, 한국에서 출세는 곧 공직 진출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경찰을 무서워하지 않는 국민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힘이 없어 보이는 공직자에게 가혹하다.
공직 사회도 민간 회사들과 치열하게 경쟁해 인재를 유치해 오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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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후진국 시절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인재들은 공직을 꿈꿨다. 고려·조선 시대 인재의 등용문이었던 과거 제도는 고시로 이어졌고, 한국에서 출세는 곧 공직 진출이었다.
전 세계 7개국에 불과한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주요 7개국(G7) 회의 단골손님이 된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선진국이 되면서 한국의 인재들은 기업으로 몰리고 있다. 인재 구조도 선진국형으로 변한 것이다. 이제 한국에서 가장 머리 좋은 사람은 판·검사를 택하지 않고, 어렵게 행정고시를 통과해 사무관이 된 행정부 공무원들도 몇 년 지나지 않아 대기업으로 가는 게 부지기수다. 과거에는 공직자가 기업으로 옮겨간다는 사실이 큰 뉴스였지만, 지금은 거의 매일 있는 일이 됐다. 인생의 마지막 출세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아니고, 수십억 원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의 고위 임원으로 바뀌었다.
문과에서 최고 인재들이 모였던 판사 직의 위상 변화는 극적이다.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지난 2013년부터 법조 일원화 제도를 통해 일정 경력을 가진 변호사를 대상으로 판사를 선발하고 있는데 정원을 채우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로펌의 격무를 피해 월급이 적더라도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기 위해 법관 직에 지원했다고 말한 판사도 있었다고 한다.
행정부 공무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20대에게 공직은 월급은 짜고 일만 많은 직업일 뿐이다. 세상은 투명해지고, 일은 전문화됐고, 공무원의 재량이 개입할 공간은 작아졌다. 힘을 쓸 수도 없고, 보람을 느끼기도 힘들다. 한국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경찰을 무서워하지 않는 국민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힘이 없어 보이는 공직자에게 가혹하다.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할 존재였던 스승은 이제 민원 처리를 주요 업무로 하는 감정노동자가 됐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게 좋은 직업의 첫 번째 기준은 연봉이다. 판·검사, 행정부 5급 사무관, 외교관 등의 초임 연봉은 대기업 신입 사원과 비교해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힘들게 준비해서 고시에 합격했는데 실수령액 200만 원대 월급 명세서를 받고는 박탈감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공직자의 사명감, 일의 공익성 등을 아무리 강조해 봤자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아무런 매력이 되지 못한다. 과거 판사 사회에서 신화적인 존재로 평가받는 사람들은 “목숨 걸고 재판해야 한다” “판사는 천형(天刑·하늘이 내리는 벌)”이라는 등의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직업적 양심이 투철한 미담 사례로 회자했지만, 지금 이런 말을 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될지도 모른다.
공직 사회도 민간 회사들과 치열하게 경쟁해 인재를 유치해 오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인재 유치를 위해서는 대상자에게 유인이 될 수 있는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시할 수 있어야만 한다. 공무원 보수 체계 등 제도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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