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학기초 ‘학생의무·훈육 매뉴얼’에 학부모 직접서명 받아
학생·학부모·교사=교육 3주체
‘학칙 어기면 훈육’ 납득시키고
학부모의 권리·의무 동시 안내
“인권 존중하되 책임도 강조”
日선 교사에 ‘응대매뉴얼’ 제공 끝>
학부모 응대 매뉴얼을 마련한 일본부터 미국과 유럽, 호주 등 해외에서는 학부모 역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학부모를 학생, 교사와 함께 교육 3주체로 분명히 인식해야 주체 간 권한과 책임을 논할 수 있어서다.
11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들은 교권 보호를 위해 학부모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의 신태섭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주별로 학부모 역할을 중시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학생 학습 지원을 위한 K-5학년 대상 뉴욕시 품행 기대치’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의 의무를 안내하고 있다. ‘학교를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데 있어서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 각자 해야 할 역할이 있으며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문구는 학부모 역시 교육 주체로서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갖는 점을 짚는다.
훈육 조치의 종류에 학부모 콘퍼런스가 포함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공립학교는 학생의 권리와 의무, 중재, 훈육 절차, 학생 행동 지원 단계별 대응 시스템 등을 담은 ‘학생의 권리와 의무: 가족들을 위한 안내서’를 발간해 가정에 전달하고, 내용을 숙지했다는 의미에서 학기 초 학부모로부터 서명을 받는다.
영국과 호주도 각종 안내문을 통해 교육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학부모 스스로 인지하도록 했다. 영국 교육부는 지난 2010년 발간한 ‘학교 규율 및 학생 행동 정책: 학교 안내서’를 통해 학교장에게 학생과 학부모가 학칙을 인지할 수 있도록 모든 합당한 조치를 취하라고 주문했다. 호주의 학부모도 매 학년 초 학교 규칙이 적힌 소책자를 받고 내용을 확인한 뒤 직접 서명해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 호주의 학교와 가정은 어릴수록 확실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저학년 때부터 학생의 규율과 책임을 분명히 가르친다. 손덕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포럼에서 “호주는 특히 교실 내 휴대전화나 태블릿 PC 등 전자기기의 부적절한 사용 비율이 낮은데, 이는 가정과 학교에서 기준을 같게 적용해 지도를 병행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구권에서 학부모 역할을 강조한다면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는 학부모 응대 매뉴얼을 마련해 구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교권보호 제도 및 정책’ 연구보고서에 나타난 일본 기후(岐阜)현 사례다. 지난 2018년 마련된 ‘기후현 방문자 등 대응 매뉴얼’은 대응이 어려운 요청이나 불만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주의해야 할 표현 등을 제시하고 있다. 대응할 수 없는 요청에 대해서는 매뉴얼에 따라 이유와 함께 분명하게 ‘죄송하지만 그런 대응은 할 수 없다’고 답변한다. 학부모의 ‘성의를 보여라’ ‘책임져라’ ‘무릎을 꿇어라’ 등 부당하거나 억지스러운 요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시한다. 매일같이 개인적인 신세 한탄이나 하소연을 장시간 하는 학부모에게는 처음부터 대응 시간을 제시하고, 필요 이상으로 대화가 길어지면 중단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전달한다. 교장 면담을 무턱대고 요구하거나 사죄나 대응을 문서로 요구할 경우 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학부모에게는 “지금부터의 대화는 녹음하도록 하겠다”고 통보할 수 있으며, 여러 차례 주의에 불응하거나 구체적인 폭력 행위, 협박 표현을 할 경우 경찰에 신고하도록 했다.
해외에서 학부모 역할은 물론 학생의 권리를 바라보는 관점도 국내와 차이가 있다. 학생 인권을 존중하되 책임도 비슷한 비중으로 강조되는 것이다. 미국 ‘뉴욕시 학생 권리 및 책임 장전’은 학생의 구체적 권리를 보장하는 조항과 함께 24개 조항을 ‘학생의 책임(Student Responsibilities)’으로 정해 학생의 책임 있는 행동이 문서에 명시된 권리의 전제 조건이고, 책임을 어길 경우 훈육 규정에 따라 조치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소현 기자 winn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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