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을 푸다[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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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었으면 소화를 잘 시켜야 하고 남은 것은 잘 배출해야 한다.
잘 비워내야 다시 잘 먹을 수 있으니 배출하는 것은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글자가 둘이니 소리도 둘일 것이라 추정할 수 있고 '쌀'은 증거도 있다.
유일한 길은 문헌이나 방언에 남아 있는 '스동'이나 '시동'을 찾는 것인데 아직까지 보고된 바가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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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었으면 소화를 잘 시켜야 하고 남은 것은 잘 배출해야 한다. 잘 비워내야 다시 잘 먹을 수 있으니 배출하는 것은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몸 밖으로 배출된 이것은 다시 거름이 되어 작물을 길러내니 이 과정은 자연의 순환 과정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입에 올리거나 글로 쓰기를 누구나 꺼리지만 이것은 똥과 오줌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국어학자들은 이 ‘똥’과 오래도록 씨름을 해 왔다.
오늘날에는 똥의 첫소리가 ‘ㄸ’이지만 세종대왕 당시에는 ‘ㅅ’과 ‘ㄷ’이 나란히 쓰였었다. 이와 비슷한 것이 오늘날의 ‘쌀’인데 당시에는 ‘ㅂ’과 ‘ㅅ’이 나란히 쓰였다. 글자가 둘이니 소리도 둘일 것이라 추정할 수 있고 ‘쌀’은 증거도 있다. ‘조’와 ‘쌀’이 합쳐진 단어가 ‘조쌀’이 아닌 ‘좁쌀’인 것이 그 증거인데 이를 통해 쌀은 세종대왕 시절에는 ‘읍살’과 비슷하게 발음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똥도 ‘스동’ 또는 ‘시동’으로 발음되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도 있는데 증거가 없다. ‘ㅅ’이 앞에 쓰였던 것은 모두 된소리로만 남아 있고 ‘소’와 ‘똥’이 결합한 것이 ‘솟동’일지라도 결국 된소리이니 확인할 길이 없다. 유일한 길은 문헌이나 방언에 남아 있는 ‘스동’이나 ‘시동’을 찾는 것인데 아직까지 보고된 바가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그런데 목포 출신의 선배 교수님의 고향에서는 거름으로 쓰기 위해 모아 놓은 똥을 ‘시동’이라 하고 보통은 ‘시동을 푼다’는 말로 주로 쓴다고 말씀해 주신다. 소화되고 남은 것이 몸에 오래 머무르면 변비가 되는데 변비가 말끔히 가시는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 이로써 다른 글자와 나란히 쓰인 ‘ㅅ’도 발음이 되었을 것으로 볼 근거 하나가 생겼다. ‘딸’과 ‘떡’도 이와 비슷한 예인데 이 땅의 어디에선가 시달과 시덕을 맛있게 먹고 시동으로 잘 퍼내며 사는 사람들이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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