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국회 간담회 발언 후 여야 당대표 모두 고발 당한 이유

장슬기 기자 2023. 8. 1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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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배, 아동학대죄로 이재명 경찰 고발
김기현 "야권 정치꾼들의 정치선동 전위부대로 내세워" 주장에 정치하는엄마들도 고발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어린이들이 국회 간담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한 이후 여당에서 해당 간담회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아동을 선동했다'는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종배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가 어린이들에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발언하게 했다'며 이 대표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여러 여당 정치인들이 같은 이유로 어린이들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 발언으로 민주당을 비난하는 가운데 해당 간담회를 공동주최한 정치하는엄마들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모욕죄·명예훼손죄·아동학대죄 등으로 고발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아동·청소년·양육자 간담회'에서 어린이·청소년 활동가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고, 이 대표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를 두고 황규환 국민의힘 수석부대변인은 “과연 무엇을 위한 토론회인지, 자리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며 자신들이 정쟁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서 나온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라고 비판했고,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은 페이스북에 “어린이들을 정치선전과 선동의 도구로 활용하는 이재명 의원의 행위는 인권침해이자 아동학대 행위”라고 썼다.

▲ 지난 9일 한국경제 기사

민주당은 어린이들을 폄하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안귀령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그레타 툰베리 등 미성년자 활동가들이 기후위기 등에 대해 발언한 것을 거론하며 “세계는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어린이 활동가들을 조롱하지 않았고 어린 나이에 정치에 관심을 둔다고 매도하지도 않았다”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해당 간담회를 공동주최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9일 논평을 내고 “왜 그 누구도 어린이 활동가들의 자발성은 전제하지 않는 것인가”라며 “어린이 활동가들의 정치적 견해를 무시하고 어린이를 수동적·비자발적 존재로 폄훼하기 이전에, 언론인으로서 자신의 견해는 무엇인지 자신의 취재방식이 수동적이고 비자발적이진 않은지 자성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정치공세가 이어졌다.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지난 10일 이 대표를 경찰에 고발하면서 “이 대표가 어린이들을 민주당 간담회에 참석시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발언하게 한 것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 시의원은 “어린이가 특정 정당의 행사에 참석해서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게 한 것은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끔찍한 아동학대 범죄”라며 어린이들의 발언 내용에 대해 “민주당에서 대본을 써준 것 아닌가 하는 의혹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어린이들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관점의 주장이 이어지자 정치하는엄마들과 피해자가 국민의힘 대표를 고소, 고발했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어린이들을 가리켜 “프로정치꾼들의 불쏘시개”, “야권 정치꾼들의 정치선동에 전위부대”, “민주당의 정치투쟁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활동가, 홍위병, 정치선동의 도구” 등의 표현을 썼다.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정치하는엄마들은 해당 표현이 피해 어린이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또 어린이 활동가들이 국회 간담회에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한 것을 '아동학대 피해를 당한 것'으로 표현한 부분이 허위이자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면서 위 사안들이 어린이에 대한 정서적 학대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김 대표가 가진 영향력은 향후 어린이들의 정당한 의사표현과 의견개진을 위축시키고 법으로 보장된 아동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악효과가 있어 그 죄질이 안 좋으므로 사법부의 엄중한 심판을 바란다”고 했다.

어린이들의 자유로운 발언이 법적 대응으로 이어진 가운데 국민의힘의 공세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은 11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10살도 안 되는 아이들을 정치판에 동원한 것은 명백한 '아동학대 정치'”라며 “아이들에게 정치꾼들의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을 주입시켜 앵무새처럼 되뇌게 한 것은 잔인하고 비열한 정치폭력”이라고 말했다.

▲ 어린이 차별 발언으로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는 언론보도도 계속되고 있다. 11일 대구신문 사설

어린이 차별 발언이 논란인 가운데 다른 야당에서도 관련 입장이 나온 바 있다. 진보당 청소년특별위원회는 지난 9일 논평에서 김기현 대표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국민의힘이 생각하는 정치적 판단력이 성숙한 나이는 몇 살이란 말인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스스로 사고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에 진절머리가 난다”며 “국민의힘이 진심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김기현 대표는 간담회에 참가한 청소년에게 공식으로 사과하고 청소년 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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