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였던 실타래’ 풀린 韓·이란...양국 관계 회복 주목

2023. 8. 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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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한국 은행 동결자산 해제
이란, 2021년 한국 선박 나포
尹 ‘UAE 적은 이란’ 발언 긴장
경제협력 등 양국 새국면 기대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왼쪽)가 부임 직후인 지난 6월 7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최영삼 당시 외교부 차관보(현 주베트남대사)를 만나 면담하고 있다. 최 차관보는 이 자리서 양국 사이에 여러 현안이 있지만 우호협력관계를 회복·발전시켜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 때 ‘현안’은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됐다. [외교부 제공]

미국과 이란이 양국에 수감된 수감자를 맞교환하는 협상에 합의하면서 이를 계기로 한국 내 동결된 원유 결제 대금을 포함해 미국의 제재로 동결된 이란 자금이 해제된다. 실제 미국의 제재 허가가 이뤄지면 한국에 묶여있던 석유자금 약 70억 달러(9조2000억원) 가 이란으로 향할 전망이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는 여전히 유지될 전망이지만, 동결자금 문제로 악화됐던 한-이란 관계에도 변화가 올 전망이다.

2002년 이란의 반정부 단체가 테헤란 정부가 우라늄 농축 단지와 중수 처리 시설을 짓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란의 석유와 가스의 생산과 판매를 제한하는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이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7월 G6(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신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이른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이뤘다.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의 98%를 포기하는 대신 안보리 이란에 대한 경제재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JCPOA에서 탈퇴하고 대(對)이란 제재 복원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우리은행 및 IBK기업은행에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돼있는 계좌에 약 70억 달러(약 8조3800억원) 가량의 원유 수출 대금이 원화로 동결돼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협의해, 이란과의 직접적인 외환거래를 피하기 위해 2010년부터 ‘에스크로’ 방식으로 교역해 왔다.

2019년 이란 군부의 최고 실세자였던 거셈 솔레이마니 총사령관이 이라크에서 미군 공습에 사망하면서 미-이란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JCPOA 복원을 공약했고, 취임 후 실제 협상이 이뤄졌으나 이란에서 ‘히잡 미착용’ 이유로 22세 여성 마흐사 아마니가 의문사하는 사건으로 대이란 제재가 강화되면서 협상 동력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였다.

다만 지난 6월 미-이라크 외무장관이 만나 이란에 대한 동결 자금 지급에 대해 합의했고, 실제 이라크에 묶여있던 이란 자금 약 110억 달러(약 14조원) 중 27억6000만 달러(약 3조 5700억원)이 동결 해제됐다. 이라크는 세계 10위의 천연가스 매장국이지만 관련 인프라가 부족해 이란에서 천연가스와 전기 등을 수입해 쓰고 있다. 이번 수감자 맞교환 협상에 한국 내 자금뿐만 아니라 이라크 내 동결 자금도 포함돼 있다.

동결자금 문제는 미국의 JCPOA 탈퇴와 대이란 제재에 따른 불가피한 문제임에도, 그동안 이란 측은 한국 정부에 비우호적 조치라며 압박해왔다.

대표적으로 이란혁명수비대는 2021년 1월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을 항행하던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와 한국인 5명을 포함한 선원 총 20명을 ‘나포했다. 이란 측은 한국 케미호가 해양환경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나, 동결자금 문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문제를 제기하려 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는 윤 대통령이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크부대를 방문해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이란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국 관계가 긴장 국면이었다. 이란 측은 윤 대통령 발언을 명분으로 또다시 동결자금 문제를 언급하면서 양국 외교부가 맞초치하기도 했다.

이란은 최근까지도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준비를 해왔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한국과 동결 자금 분쟁 해결을 위한 국제 중재 회부를 위한 법안을 이란 의회에 제출했고, 해당 법안은 지난 8일 의회를 통과했다. 실제 이란 측이 세계은행(WB)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제소를 위한 법적 절차 준비를 마친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맞교환 협상으로 한국 내 동결자금 문제가 해소됨에 따라 관련 절차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계속된다고 밝혀 향후 양국 관계의 변화에 한-이란 관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은지 기자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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