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랍 트레이더만 20년...위기마다 날 살린 건 ‘치열한 토론’” [ 헤경이 만난 사람-김홍기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이사]

2023. 8. 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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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관리하는 자기만의 원칙 세워야
미래먹거리란 포장에 기본 잃어선 안돼
하반기 AI·바이오주 상승 여력 충분
김홍기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임세준 기자

“엔비디아 폭등 예견했냐고요? 챗 GPT가 나올 때 ‘아, 이거는 산업혁명과 비견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왜 서부 개척시대에서 가장 많이 돈을 번 곳이 청바지 회사라고 하잖아요. 엔비디아가 현대판 ‘청바지 회사’와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생성형 AI(인공지능) 시장이 커질수록 엔비디아를 찾는 수요도 많아질테니깐요. 운이 아니라 매사 깊게 분석한 결과물입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강남 자산가들 사이에서 ‘손실을 내지 않는 운용사’로 유명하다.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도 플러스 수익을 냈다. 2019년 성공적인 공모 진출에 이어 벤처투자로 보폭을 넓히며 헤지펀드 전문 하우스라는 꼬리표를 뗐다. 올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선 트렌드를 주도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특히 타임폴리오운용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인공지능 ETF는 업계도 인정한 히트 상품이었다. 기존 ETF들은 인공지능을 테크기업 투자의 일부로 접근했다면 타임폴리오운용은 인공지능 섹터에만 투자하는 전략을 취하며 수익률이 극대화시켰다. 상장 보름 만에 2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달성하자 “폭등 예견했나” 등 화제를 모았다.

올 들어 타임폴리오운용의 활약은 돋보이지만, 최근 변화를 이끄는 김홍기 신임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별로 없다. 연초 회사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부사장 직급인 CSO(최고전략책임자)로 영입된 그는 지난달 28일 반년 만에 대표이사로 올라섰다. ETF·대체투자·신기술금융회사(타임폴리오캐피탈) 등 주요 사업을 전반을 살펴보고 밀도 있게 진두지휘했다. 김 대표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손 꼽히는 20년 경력의 ‘프랍 트레이더’로 유명했지만 좀처럼 언론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김 대표는 “안정성과 수익성, 모두 독보적인 회사로 더 많은 고객들과 만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가 그려갈 회사 비전과 ‘포모증후군’에 필요한 지혜 등을 들어봤다.

▶위기 때마다 날 살린 건 ‘치열한 토론’=김 대표는 20년 넘게 프랍 트레이더로 살아온 몇 안되는 인물이다. 프랍 트레이더는 증권사의 자기자본을 직접 굴리는 전문 인력이다. 펀드매니저가 코스피 등 벤치마크 대비 수익을 내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프랍 트레이더는 시장이 폭락하더라도 항상 절대 수익을 내야 한다. 점심 끼니를 거르고 밥 먹다가 회사로 돌아가는 일도 다반사다. 이 세계에선 손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업계에선 이들을 ‘칼날 위를 걷는 자’라고 칭한다.

그는 위기 때마다 자신을 살린 건 바로 ‘동료와의 토론’이라고 했다. 리더로서는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응 전략을 짤 때 질문을 던지는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다. MZ 직원부터 본부장까지 치열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다. 한쪽으로 쏠릴 때는 반대 측 주장을 던졌다. 대안이 입체적일 때,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시장 전략이 나온다고 했다.

-‘프랍 트레이더 20년’이 키운 강점은 무엇인가.

2001년 9·11테러·2008년 금융위기 등 수 차례 폭락장을 봐 왔다. 운이 좋게도 내가 속한 프랍팀은 모두 수익을 냈다. 내 역량보다는 동료들과 함께 토론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특히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아시아 시장이 일제히 폭락했던 날이 기억난다. 개표에 앞서 직원들도 ‘힐러리 당선’에 준비하자고 하더라. 의견이 한 쪽으로 쏠렸길래 물었다.

“양당제 국가인데 한 후보가 그렇게 압도적으로 당선될 수 있을까. 그래,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장은 그 가능성을 이미 다 반영한 상태일텐데, 우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이 적을 거다. 반대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취할 수 있을까.”

-월가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점쳤는데.

물론 내 질문에 위에선 “미친 거 아이가”라는 말도 들었다.(웃음) 그럼에도 직원들과 수 차례 치열한 토론을 거치면서 우리는 “베팅해볼 만 하다”라는 자신감을 얻었고, 트럼프 후보 당선 상황을 가정해 몇 포인트가 빠질지 등 예상 손실을 추정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헤징하려면 ‘풋옵션’을 챙겨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고 제한된 범위에서 실행하기도 했다. 크지 않더라도 불확실성에서 이익을 실현했던 경험이 있다. ‘쏠리지 않는 의견’과 ‘반대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 투자에선 이 두 가지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 ‘잃지 않는 투자’의 비결인가.

그렇다. 단순히 시장의 트렌드만 좇지 않고 실적이 실제로 개선될 기업들을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인공지능, 탄소중립액티브 ETF도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5개월 전부터는 바이오를 깊게 서칭하면서 옥석을 골랐다. 약사 등 의료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과 함께 바이오 ETF를 준비했고 이달 상장을 앞두고 있다.

- 자산운용업계가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 등 외부 요인도 있지만 고수익에 치우친 금융회사들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 먹거리’라는 포장에 기본을 잃어선 안 된다. 자산운용업계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1998년 뮤추얼 펀드에 이어 2011년 자문형 랩까지. 쏟아져 나왔다가 지금 잘 안 보인다. 언제부턴가 증권사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돈 된다는 소식에 들어갔다가 이제 하나둘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각 금융상품들이 당시 시황에 따라 뜨고 저물고 한 것도 있겠지만 어떤 상품이든 ‘지속가능한 수익’은 항상 중요하다. ‘기존 고객들이 가입한 상품에서 꾸준히 수익을 내는가’를 계속 되묻겠다. 이를 위해 사전 리스크를 식별하는 직원들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교육훈련 체계를 구축하는 것 역시 나의 가장 큰 숙제다.

▶“진짜 고수는 ‘손실’ 관리에 공 들여”=올 들어 2차전지, 초전도체 등 특정 테마주가 과열되면서 ‘포모증후군’ 현상이 번지고 있다. 청년 세대가 주도한 ‘코인 광풍’과도 결이 다르다. 청년, 중장년층 세대를 가리지 않고 ‘일단 뛰어들고 보자’라는 심리가 강하다. 1999년 IT버블 이후 2020년 바이오 광풍 등을 지켜본 김 대표는 “누구나 이익을 보는 상승장과 달리 투자 리스크는 하락장에서 뚜렷해진다”며 손실 관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유례 없는 ‘포모증후군’, 어떻게 보고 있는가.

사실 포모증후군은 늘 있었다. 또 말릴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단기간에 2배씩 오르는 종목들도 심심찮게 나오는데, 뜨거울 수록 “마지막 불꽃이 가장 화려하다”는 투자 격언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주식은 한 방에 끝나는 게임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게임이다.

-투자 고수는 어떤 원칙을 중요시 여기는가.

2차전지주만 봐도 상승장일 때, 100%이든 10%이든 대부분 같이 이익을 본다. 하지만 손실은 다르다. 이익이 2~3배 날 때 보이지 않았던 약한 고리들이 보인다. 큰 수익을 봤다고 하더라도 하락장일 때 손실이 50% 이상 크게 발생하면 만회하기란 너무도 어려워진다. 통상 투자자들의 계좌를 보면, 파란불(손실)만 남아 있지 않은가. 수익은 챙기고 보지만 손실은 일명 ‘물타기’라 부르는 추가 매수를 선택하는 투자자가 많다.

하지만 손실을 관리하는 자기만의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10%, -20% 등 정해 놓은 수준에 도달하면 손절을 치고, 그럼에도 ‘이 종목은 또 봐야 한다’고 판단이 선다면 그때 사야 한다. 수익 구간에 들어간 종목을 팔고 싶은 순간, 한번 더 참아보는 것도 괜찮았다. 30여년간 자본시장 선배들을 지켜보며 새긴 생존 방법이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4분기 시장 대응에 조언을 한다면.

올 하반기 증시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과거 주식시장 추이를 종합해보면, 상승 기간이 하락 기간보다 짧았던 적은 없기 때문이다. 2021년 7월부터 주식시장이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지난해 12월까지 부진했다. 올해 들어 약 8개월 간 시장은 부침을 겪더라도 상승세를 탔다. 이 성장 기간이 바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지금 상승세가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정도의 강한 흐름인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한다.

AI를 빅테크의 일부로 보기보다는 새로운 섹터로 커질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상승 추세는 곧바로 꺾이지는 않을 것 같다. AI 산업은 반도체 산업과 접목될 수 있는 영역이라 긍정적이다. 최근 많이 쉬었던 바이오주도 상승 여력이 괜찮다. ‘기회는 늘상 온다’, 분명 이번이 끝이 아니다.

유혜림 기자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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