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80%, 장애인...목표는 케어 아닌 자립”

2023. 8. 1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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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오픈 장애인 표준사업장 ‘풀무원투게더’
대부분 중증장애인...포장·조립 업무 소화
작업 속도 느리지만 품질면에선 차이 없어
“고부가가치 생산 통해 직무범위 넓혀나갈것”
경기 용인시 풀무원투게더 공장 직원들

차곡차곡 낫토가 쌓이는 소리와 이를 포장하는 테이프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엉키지 않고 순차적으로 움직이는 공간 한 편에서는 완성된 택배 박스를 옮기고 아이스팩을 담는 손길이 분주했다.

8일 찾은 경기 용인시 처인구 풀무원투게더 공장. 흰 위생모자를 끼고 일사천리로 제품을 포장박스에 담는 모습은 여느 공장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이곳만의 특별함은 ‘사람’에 있었다.

풀무원투게더는 모회사인 풀무원푸드앤컬처가 100% 출자해 7월 문을 연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이다. 이곳에서는 ▷지적장애(18명) ▷뇌병변장애(2명) ▷자폐스펙트럼장애(1명) ▷정신장애(1명) 등의 장애를 가진 직원이 일하고 있다. 비율로는 80%가 넘는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제도는 자회사가 장애인을 고용하면 모회사가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기업이 장애인의무고용률(3.1%)을 달성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장애인고용부담금을 감면받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며 동시에 이미지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다.

포장작업 중인 직원 모습 [용인=김희량 기자]

풀무원투게더 작업장의 바닥엔 문턱이 없다. 화장실 출입문을 여는 버튼은 0.8m 높이로 낮은 편이다.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가진 이들이 작업과 휴식에 어려움이 없도록 설계된 장애물 없는(배리어 프리·barrier free) 공간이기 때문이다. 공장에서는 풀무원 제품에 들어가는 아이스팩 1만개가 매일 생산된다. 하루 평균 낫토 택배 400박스를 포장하고 반려동물 간식 제품을 500번들 조립한다.

조장이자 나이로는 작업장의 막내인 박소현(20) 씨는 “다른 장애인표준사업장에서 일했을 때에는 4시간 이상 일할 수 없었는데 여기에서는 8시간을 일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어 좋다”며 “첫 월급을 저축하고 휴가도 신청해 강릉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도라에몽이 그려진 포스트잇과 함께 수량과 작업 내용을 기록하는 박 씨의 모습에서는 일에 대한 애정이 드러났다.

중증장애인은 주로 생산직, 경증장애인의 경우 사무직으로 근무한다. 이들은 체력·장애 종류에 따라 오전·오후·전일 직원으로 근무 시간이 각각 다르지만, 모두 풀무원 전사기준의 복지혜택을 받는 정규직 직원이다.

이곳은 일터이면서 장애인 직원의 ‘꿈터(꿈의 터전)’이기도 하다. 장애인보호시설에서 사는 직원도 일부 이곳에 근무한다. 이들의 목표는 자기 힘으로 번 돈으로 살 곳을 구해 시설을 나와 독립하는 것이다.

풀무원투게더의 비장애인 직원은 공장장, 사회복지사 2명을 포함한 3명이다. 이들은 오히려 장애인 직원의 적응과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매주 금요일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모두 모여 한 주를 돌아보고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공장장은 하루 30분씩 직원과 개별 면담을 통해 직원의 생각과 생활에 귀 기울인다.

과거 비장애인 작업장에서 근무했던 김맹용 공장장은 풀무원투게더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장애인직업생활상담원 자격을 취득하고 장애인직무지도원 교육을 수료했다. 김 공장장은 “장애 종류별로 돌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시간 준수나 집중력 면에서 (장애인) 직원이 그 누구보다 남다른 태도로 임하는 모습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암산이 아주 빠른 이도 있고 숫자나 기계를 잘 다루는 사람 등 잘하는 분야가 다 다르다”면서 “반복적인 작업에 집중력을 보이는 장점에 집중해 저희는 그에 맞게 일을 분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풀무원투게더는 돌봄이 아닌 장애인 직원의 경제활동과 자립을 돕는 일터로서 역할에 책임감을 갖고 있다. 9월에는 직원을 20명 더 뽑을 예정이다.

비장애인 사업장과 비교 시 속도는 40% 수준이지만 품질 면에서는 차이가 없다. 직접적인 매출로는 아직은 자생이 어려워 절감된 장애인의무고용 부담금과 장애인고용장려금의 도움을 받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모회사의 지원이 불필요한 자생력 있는 사업장으로 거듭나는 것이 과제이다. 김 공장장은 “사업장은 케어가 아닌 자립을 함께 이뤄나가는 곳”이라며 “부가가치가 높은 다양한 제품을 직원이 다룰 수 있도록 향후 직원의 직무 범위를 넓혀나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용인=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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