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얇아진 지갑에…생보사 해약환급금 20조 돌파

전년 동기比 83.31%↑…효력상실환급금도 7029억원
목돈 위해 해약하면 손해…납입유예 등 우회책 권장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두 달 연속 상승해 다시 4%대에 진입했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12월 3.8%까지 떨어졌다가 1월(3.9%)보다 0.1%포인트 높은 4.0%%로 이후 2개월 연속 오름세다. 21일 서울 한 주택 우체통에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고지서가 넣어져 있다. 2023.02.2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한재혁 기자 = 올해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해약환급급이 20조를 넘어 전년 동기의 2배에 달한 가운데 원인으로는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생활고가 지목되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생활비 마련 목적으로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을 해약할 경우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보험료 납입유예' 등 차선책이 권장된다.

11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들의 올해 5월까지 해약환급금 잔액 규모는 20조81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조3533억원보다 83.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약환급금은 보험 해약시 보험계약자에게 반환하는 금액을 말한다.

해약환급금 잔액은 올해 1월 5조4573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 2월과 3월은 각각 4조4067억원, 4조334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4월 3조3010억원으로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5월에는 3조313억원으로 소폭 반등하면서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이 외에도 보험료 미납으로 효력상실이 발생할 경우 납입 보험료의 일부를 되돌려주는 금액인 '효력상실환급금'은 5월까지 702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5341억원보다 31.6% 늘었다.

해약환급금이 지난해보다 2배 가까운 속도로 증가하는 원인으로는 고금리 기조하에 예·적금 수요 증가와 보험료 납입 부담이 주 요소로 꼽힌다. 특히 생활고로 인해 목돈이 필요해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등 '불황형 환급'이 늘어나는 추세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해지율 상승의 주된 원인은 '목돈필요' 해지가 증가했기 때문인데 소비자들은 '투자 기회 확대' 혹은 '생계자금 확보' 등을 위해 보험계약을 해지했다. 또 지난해 말 기준 '납입부담' 해지자들 중 연체보유자 비율은 8.0%로 '목돈필요' 해지자(1.9%) 대비 약 4배를 웃돌아 생활고가 보험계약 해지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생보사 보험계약 10개 중 3개는 2년을 넘기지 못하고 해약됐다. 지난해 국내 생보사들의 평균 25회차 계약유지율(25회차 계약유지율은 보험료 납부가 25회 이상 이뤄져 2년 이상 유지되는 계약의 비율)은 69.2%로 나타났다.

다만 완납을 기준으로 설계된 보험상품 특성상 납입한 금액의 전부를 돌려받기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인만큼 '보험료 납입유예' 기능 등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도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수단이 권장된다.

이 제도는 일정기간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고 보험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로 소비자가 납부를 유예하게 되면 보험사는 해지환급금에서 계약 유지에 필요한 위험보험료와 사업비 등을 차감한다. 단, 이때 해지환급금이 모두 소진되면 보험이 자동으로 해지된다.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6월 '최근 보험계약 해지의 특징' 보고서에서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과 실업률은 안정화되는 추세였지만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금리와 물가가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에 경기부진과 금리·물가 변동이 최근 보험계약 해지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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