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가 돌아온다… 경상수지 개선·내수 진작 기대감 ‘솔솔’

윤희훈 기자 2023. 8. 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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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한국에 대한 자국민 단체여행 허가 발표
유커 복귀 지연에…올 상반기 여행수지 58억불 적자
“중국發 여행 수입이 전체의 43%”
들뜨긴 이르다는 지적도…“여행 여건 및 중국인 심리 개선 선행돼야”
사진은 2016년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 연휴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모습. /뉴스1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여 만에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전면 허용하면서 한국을 찾는 ‘유커(遊客)’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문화여유부는 10일 한국과 일본, 미국을 비롯한 세계 78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2017년 3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을 중단한 이후 6년 5개월 만에 내려진 단체여행 자유화 조치다.

코로나 엔데믹 국면에 본격 진입한 이후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 씀씀이가 큰 유커의 복귀로 여행수지 적자가 개선될 지 주목된다. 관광객 유치에 따른 호텔과 면세점, 백화점 등 내수 진작 효과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중국 여행객이 당장 대규모로 들어올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코로나 직격탄에 유커 급감…여행수지 대규모 적자로 이어져

11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6년 807만명을 기록한 뒤, 2017년 417만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등 양국 관계 악화가 교류 감소로 이어졌다. 2018년과 2019년엔 479만명, 602만명으로 회복세를 보이다 2020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69만명으로 10분의 1토막이 났다. 2021년과 2022년에는 방한 중국인관광객이 17만명, 23만명에 그쳤다.

이 같은 중국인 관광객 감소는 대중 여행수지 흑자 감소로 이어졌다. 2019년 64억6000만달러 기록했던 한국의 대중(對中) 여행수지 흑자 규모는 2021년 7억4000만달러로 크게 줄었다.

코로나 때 급감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 상황이 완화한 뒤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한은이 지난 6월 발표한 ‘한·일 외국인 관광객 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89만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4월 대비 54% 수준을 회복했다. 미국(106%), 태국(78%), 베트남(64%) 등은 많이 회복했지만, 중국인 관광객은 21% 회복에 그쳤다.

한국은 2000년 이후 22년간 여행수지 만성 적자를 겪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거의 유일하게 여행수지 흑자를 내는 국가다. 대중 여행수지 흑자가 타국의 여행수지 적자를 메우는 구조다. 대중 여행수지가 저조한만큼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지난 8일 발표한 ‘2023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비스수지 적자는 119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절반가량이 여행수지 적자(58억3000만달러)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1년 여행수지 적자 규모(79억3000만달러)의 73.5%에 달하는 수준이다. 중국인 관광객 회복 지연이 여행수지 적자 규모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단체 여행을 허용함에 따라 4분기부터는 대중 여행수지 흑자 규모가 커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 7만명을 기록했던 중국 국적 입국자수가 5월엔 12만명으로 증가했다. 개인 관광객도 회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여기에 중국 당국이 한국에 대한 단체여행을 허용하면서 회복 모멘텀(추세)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코로나19 이전 기준 중국에서부터 발생하는 여행수입이 전체 여행수입에서 약 43%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결국 서비스수지의 개선을 통한 경상수지 개선은 중국 입국자수의 회복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국가별 입국자수 추이.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요 국가별 입국자수가 회복되는 가운데, 중국발 입국자수도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안타증권 제공

◇유커 300만명 입국, 내수 진작 효과 6조원

중국인 관광객 귀한에 따른 숙박·쇼핑 등 관광산업 활성화와 내수 진작 효과도 기대를 받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외국인 관광객 선호 K-상품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1인의 평균 지출액은 1546달러로 미국(844달러), 일본(796달러)보다 많았다. 한화로 계산하면 1인당 203만원을 쓴다는 얘기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602만명)의 절반인 300만명만 한국을 찾아도 6조원 이상의 내수 진작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 대책의 큰 줄기로 외국인 관광 유치를 잡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일본·대만·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재방문용 무료 왕복항공권 700장을 증정하는 국내 관광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짓는 영종도 복합리조트도 올해 말 개장할 수 있도록 호텔 등급 및 카지노 허가 등을 빠르게 심사할 방침이다.

관광객 유치가 경제 성장률 제고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은은 지난 2월 발표한 ‘중국 리오프닝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중국인 관광객 100만명 증가시 한국 GDP 성장률은 약 0.08%포인트 상승한다고 추산했다. 중국인 관광객 300만명이 한국을 찾으면 한국 GDP 성장률이 약 0.24%포인트 오른다는 뜻이다.

다만 중국인 관광객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처럼 국내에 들어오기엔 다소 시간이 걸리고, 현 중국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예전만큼 지갑을 열 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중국경제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우리 경제에 대한 중국 리오프닝, 경제활동 재개의 긍정적 파급은 아직까지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단체 여행을 풀었다 하더라도 항공편 확보 등 여건과 중국인의 소비 심리가 회복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내년 중순 쯤 돼야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재의 중국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유커들이 예전처럼 국내에서 소비를 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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