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임원의 주식 투자법…주가 오르자 스톡옵션 행사해 고가 매도

김남희 기자 2023. 8. 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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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17만 원대였던 네이버 주가, 현재 22만~23만 원 반등
임원 줄줄이 스톡옵션 행사 후 고가에 매각해 시세 차익 봐
최수연 대표 취임 후 주가 32% 하락…“자사주 소각하겠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2023년 7월 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일 산업협력 포럼에 참석했다. /뉴스1

지난달 초부터 인터넷 대기업 네이버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자, 임원들이 과거 받았던 스톡옵션(주식 매수 선택권)을 행사해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산 후 비싼 가격에 파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는 주당 13만 원대에 스톡옵션을 행사한 후 20만 원대에 매각해 시세 차익을 거뒀다. 연초 17만 원대였던 네이버 주가는 최근 22만~23만 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보고에 따르면, 네이버 기술 리더 중 한 명인 서승원 책임리더(비등기 임원)는 지난달 31일 보유 주식 416주 전량을 20만9500원에 매도해 8715만여 원을 현금화했다. 그가 보유했던 주식 상당수는 회사로부터 자사주 상여금과 스톡옵션으로 받은 것이다. 서승원 리더는 올해 3월 31일 자사주 상여금으로 52주를 받았다.

당시 네이버는 “보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임직원 대상 자기 주식 지급”을 목적으로 자사주 4만9332주를 주당 20만2000원에 처분했다. 총 99억6506만 원 규모다. 임직원 주식 보상에 나선 것이다.

서승원 리더는 그에 앞서 지난해 10월 14일 주당 13만1000원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320주를 확보한 후, 올해 1월 16일 총 보유 주식 600주 중 236주를 19만5000원에 매도했다. 스톡옵션 행사 후 매각으로 주당 6만4000원의 차익을 낸 셈이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 투자 책임자(GIO)가 2022년 10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했다. /뉴스1

네이버 책임리더는 비등기 임원이다. 2022년 말 기준, 네이버 전체 직원은 4930명(등기 이사 제외), 이 중 임원급(비등기 임원)인 주요 리더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GIO(글로벌 투자 책임자)를 포함해 137명이었다. 이 가운데서도 조직장에 해당하는 책임리더가 118명이었다.

기술 리더인 강유훈 책임리더는 올해 5월 12일 주당 13만1000원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500주를 확보한 후, 그 직후인 17일 500주를 21만3000원에 팔았다. 주당 8만 원 이상 차익을 낸 셈이다. 이건수 CIC(사내 독립 법인) 대표는 5월 10일 주당 20만6000원에 1000주를 매도해 2억600만 원을 현금화했다. 이어 그달 12일 주당 18만6000원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1만 주를 확보한 후, 같은 달 17~19일에 주당 21만2000~21만3000원에 6000주를 매도했다. 스톡옵션을 이용해 1억5600만~1억6200만 원 차익을 본 것이다.

스톡옵션 행사가와 현 주가의 격차가 벌어지자, 추후 시세 차익을 위해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싼값에 사두는 사례도 이어졌다. 사업·서비스 리더인 오성권 책임리더는 지난달 12일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당 13만1000원에 500주를 매수했다. 그 전날 네이버 종가는 19만7400원이었다. 앞서 기술 리더 이종현 책임리더와 장준기 엔터기술 총괄은 5월 12일 주당 13만1000원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각각 1000주와 2000주를 취득했다. 당시는 18만 원대로 떨어졌던 네이버 주가가 21만 원대로 반등했던 때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 투자 책임자(오른쪽)와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2022년 10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통상 임원의 자사주 매각은 주가에 악재로 여겨진다. 주가가 올랐다고 회사 고위층이 자기 회사 주식을 파는 것을 일반 주주는 탐탁지 않아 하기 때문이다.

한 투자자는 “임직원이 보상 차원에서 회사로부터 받은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것 자체는 자신의 권리 행사이긴 하지만, 일반 직원과 임원의 스톡옵션 행사엔 엄연히 차이가 있다고 본다”며 “회사의 성과나 실적에 책임이 있는 임원이 회사 주식을 판다고 하면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네이버는 발행 주식 총수 대비 자사주 비율이 유독 높은 편이다. 네이버가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 시작한 2005년 자사주 비율은 0.6%였는데, 2015년 말엔 11.4%까지 높아졌다. 네이버는 CJ, 신세계, 미래에셋 등 다른 기업과의 지분 교환에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자사주를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네이버는 주가 부양과 주주 환원 요구가 커지자, 최근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올해 5월 보낸 첫 주주 서한에서 앞으로 3년간 자사주를 매년 1%씩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8.6%였던 자사주 비율을 5%대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우선 올 하반기에 자사주 소각을 진행한다. 지난해 3월 14일 최수연 대표 취임 후 네이버 주가는 32만9000원에서 22만5000원(8월 10일 종가)으로 32% 하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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