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株, 초고속 폭탄 돌리기…2주 회전율만 무려 ‘1240%’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 경기도 성남에 사는 직장인 이승수(45) 씨는 비록 소액이지만 최근 포스코엠텍, 포스코DX 등 ‘포스코 그룹주’에 투자해 60%가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급등주 단타(단기 주타)로 수익을 거둔 경험 탓인지 대형주의 안정적인 주가 그래프는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됐다는 이 씨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초전도체 테마주였다. 이 씨는 “뚜렷한 실체가 아직 없이 주가가 급등락세를 보이는 만큼 위험한 투자란 점도 잘 안다”면서도 “20%가 상승한 뒤 15%가 하락하더라도 수익을 거둘 수 있단 마음으로 고수익을 노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투자 광풍(狂風)이 불고 있는 초전도체 테마주의 회전율이 최대 1200%를 넘어섰다. 극심한 변동장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상당 규모의 수급이 몰려들면서 종목별 손바뀜 속도가 코스피·코스닥 평균치의 최대 59.2~75.4배에 이를 정도로 ‘불개미’들은 초고속 폭탄 돌리기에 맹렬하게 달려드는 양상이다.
2차전지·로봇·인공지능(AI) 등 올 한해 증시를 달궜던 섹터들에서 단기 고수익을 이미 경험했거나, 해당 기회를 놓쳤다 생각한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깔린 개미(소액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금이 초전도체주로 몰려들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다만, 관련주에 대해 공매도 세력 역시 빠르게 달려들고 있는 데다, 시세 조종 경고까지 나오면서 개미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2주간(7월 27일~8월 10일) 초전도체 관련주로 묶인 8개 종목 중 회전율이 가장 큰 종목은 1240.49%를 기록한 코스닥 상장 기업 서남이다.
회전율은 일정 기간 거래량을 상장 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 간 거래(손바뀜)가 자주 일어났단 의미다. 가령 회전율이 1240.49%라는 것은 주식 한 주당 12회가 넘는 손바뀜이 발생한 셈이다.
서남의 회전율이 코스닥 전체 평균(21.26%)의 58.3배에 이르는 가운데, 모비스(882.01%), 파워로직스(684.47%), 국일신동(575.74%), 신성델타테크(458.69%) 등 코스닥 내 초전도체 관련주의 회전율도 각각 코스닥 평균치의 41.5배, 32.2배, 27.1배, 21.6배에 달했다.
코스피에 상장된 초전도체 관련주 중 회전율이 가장 두드러진 종목은 730.89%를 기록한 서원이다. 이는 코스피 전체 평균 회전율(10.14%)의 72.1배에 달하는 수치다. LS전선아시아(485.43%)와 대창(467.63%) 등 다른 코스피 상장 초전도체 관련주의 회전율도 코스피 전체 평균 회전율의 각각 47.9배, 46.1배였다.
이는 올 들어 투심이 몰리며 주가가 급등했던 주요 섹터 종목들의 회전율과 비교했을 때도 훨씬 더 큰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2차전지 투자붐을 이끌었던 코스닥 시가총액 2위 에코프로의 경우 올 들어 2주간 평균 거래량이 가장 컸던 3월 30일~4월 13일 회전율은 90.68%였다. ‘로봇’ 테마에 이어 ‘포스코 그룹주’로도 묶인 포스코DX의 경우에도 207.13%(4월 4~18일), 로봇 대장주로 꼽혔던 레인보우로보틱스도 216.30%(3월 8~23일)의 회전율을 기록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밈(Meme) 주식화’ 등의 상황은 전개됐음에도 불구하고 2차전지, 로봇, AI 관련주는 이미 한국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거나 이미 상용화가 진행 중인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며 “그에 비해 초전도체 테마주는 아직 실체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채 막연한 기대와 풍문 등에 의존해 주가가 오르내리는 만큼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초전도체 테마주로 꼽힌 종목들은 새로운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극과 극으로 요동치는 모양새다.
지난 8일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리이론센터(CMTC)가 국내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개발했다 주장하는 상온 초전도체 ‘LK-99’에 대해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자 장중 상한가를 향해 치솟던 관련주 주가는 일제히 하한가를 향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LS전선아시아를 제외한 7개 초전도체 테마주는 전일 종가 대비 20.26~29.84% 범위의 상승세와 -21.94~-29.98% 범위를 하락세를 8일 하루에만 경험했기 때문이다.
극도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개미들의 투자금은 빠른 속도로 몰려들고 있다. 최근 2주간에만 8개 초전도체 테마주에 대한 개인 투자자 순매수액은 476억원에 이른다.
회사가 공식적으로 상온 초전도체와 관련성이 없다고 공시한 서남에 대한 개인 순매수액이 189억원으로 가장 컸고, 그 뒤를 신성델타테크가 154억원으로 따랐다. 여기에 LS전선아시아(69억원), 파워로직스(50억원), 모비스·서원(12억원), 국일신동(8억원) 등에 대한 개인 순매수세도 두드러졌다.
다만, 우려할 점은 ‘묻지 마 투자’를 한 개인들이 종목에 따라 손실 구간에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헤럴드경제는 개인 순매수액 1위 서남 주식 매물대를 대신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사이보스5’를 통해 주식 거래가 있던 주가 구간을 10개로 구분해 분석했다. 이 결과 10일 종가(6900원)가 포함된 구간(6177~7096원) 이상에서 매물이 형성된 비율은 전체의 63.8%에 달했다. 절반 이상의 투자자가 물려버렸다는 뜻이다.
공매도 물량이 늘고 있다는 점도 주가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낙 소형 종목이었던 탓에 공매도 세력의 관심 밖이었던 이들 종목이 사정권에 들어온 것이다.
그동안 ‘제로(0)’에 머물렀던 서원·모비스의 공매도 잔고금액은 지난 7일 하루에만 각각 2억1781만원, 1억245만원 씩 발생했다.
초전도체 테마주 가운데 공매도 잔고금액이 가장 큰 곳은 지난 3일 기준 25억3428만원을 기록한 대창으로, 6개월 전과 비교하면 규모는 4배 이상 증가했다. 신성델타테크 역시 지난 2일 기준 공매도 잔고 금액이 9억1694만원으로 10억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LS전선아시아에 대한 공매도 잔고금액도 지난 2일 기준 5억1485만원으로 전날(3억8823만원) 대비 하루 사이에 32.6%나 늘기도 했다.
시세 조종 경고도 나왔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초전도체 종목 조정이 8일 오후 2시부터 20분 만에 완료됐다”며 알고리즘 매매가 의심된다고 했다. 알고리즘 매매는 투자자가 설정한 조건에 따라 컴퓨터가 짧은 시간에 주문을 내는 방식이다.
고 연구원은 “해당 테마로 시세를 견인한 기존 매수자의 매도로 (주가가 급락했다)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초전도체) 관련주에서 공통응로 발견되는 단시간 내 거래량 폭증과 호가 하락에서 직접 시장접근(Direct Market Access·DMA) 채널 거래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해당 방식은 지난 2017년 시타델증권 시장교란 사태에서 활용된 바 있다. 금융 당국은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의 계열사 시타델증권이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을 통해 국내 주식 총 264개 종목(총 6796개 매매구간)에서 시장 질서를 교란했다고 보고 올해 1월 1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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