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재밌는 책이길래… 오리는 악어가 옆에 와도 모를까[어린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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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따뜻한 이불을 덮고 책을 읽으면 이야기 동굴에 들어온 것처럼 몰입이 잘된다.
오리가 들고 있는 보라색 책은 방수가 되지 않는 종이책처럼 보이고 저러다가 연못에 빠뜨리면 어떡할까 걱정이 조금 되는 것이다.
책만 보는 오리를 무시무시한 악어가 군침을 삼키며 따라오는 것이다.
악어는 책에 정신을 빼앗긴 오리를 등에 태우는 데 성공하고 먹이를 다 잡은 것처럼 의기양양하지만 뜻밖의 복병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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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글·그림│보림
한겨울 따뜻한 이불을 덮고 책을 읽으면 이야기 동굴에 들어온 것처럼 몰입이 잘된다. 창밖에서 잔잔히 비가 내리는 날도 책 읽기 딱 좋은 날이다. 규칙적인 빗소리는 배경음악처럼 읽는 사람의 기분을 가라앉혀 준다.
이 그림책은 책만 보는 오리가 주인공이다. 아기 오리가 사는 곳은 평화로운 연못인데 연못 위에 둥둥 떠서 책을 읽는다니, 첫 장면부터 긴장감이 넘친다. 오리가 들고 있는 보라색 책은 방수가 되지 않는 종이책처럼 보이고 저러다가 연못에 빠뜨리면 어떡할까 걱정이 조금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안의 내용에 온통 시선을 집중하는 오리의 표정을 보면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는 책인 걸까 독자도 같이 궁금해진다. 연못가의 개구리들도 마찬가지 마음인 것 같다.
아슬아슬한 기분은 책장을 넘길수록 더욱 커진다. 책만 보는 오리를 무시무시한 악어가 군침을 삼키며 따라오는 것이다. 물론 악어의 관심사는 책이 아니라 먹음직스러운 오리다. 악어는 책에 정신을 빼앗긴 오리를 등에 태우는 데 성공하고 먹이를 다 잡은 것처럼 의기양양하지만 뜻밖의 복병은 책이다. 오리는 책에 몰두하고 그 책을 곁눈질하던 말벌까지 합세한다. 이 와중에 다른 악어들이 몰려와 오리를 낚아채려 하지만 오리는 책만 본다. 결말까지 치고 올라가는 이야기의 리듬이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 책을 덮을 때 웃지 않는 독자가 없을 것 같다.
이은경 작가는 ‘배추쌈’에서 오리를 주인공으로 아기 그림책의 진수를 보여준 바 있다. ‘오리는 책만 보고’라는 단순한 문장의 반복과 요긴한 장면만 유려하게 배치한 그림으로 독자를 흠뻑 몰입시킨다. 아기 오리가 넋을 놓고 읽었으며 악어도 매료시키고만 그 보랏빛 책은 어쩌면 이은경 작가의 작품이 아니었을까. 존 버닝햄의 느긋함과 ?틴 블레이크의 유머가 부럽지 않은 우리 창작 그림책이 나왔다. 32쪽, 1만6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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