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상이 원숭이?… 과학적 사고 막는 ‘직관’[북리뷰]

박동미 기자 2023. 8. 1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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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화론이라는 생물학 이론을 배웠으면서도 무의식중에 잘못된 '직관'을 발동시키곤 한다.

예를 들면,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변화'한 것이라는 생각.

미국의 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대중들에게 과학적 이해와 사고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해 왔는데, 이번 책에서는 12가지의 직관 이론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우리를 속이는지를 파헤친다.

저자는 직관 이론이 단순히 과학적 사고의 '방해자'에 그치지 않는다면서 그것들이 우리를 끈질기게 괴롭히기에, 최선을 다해 물리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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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
앤드루 슈툴먼 지음│김선애·이상아 옮김│바다출판사

우리는 진화론이라는 생물학 이론을 배웠으면서도 무의식중에 잘못된 ‘직관’을 발동시키곤 한다. 예를 들면,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변화’한 것이라는 생각. 어린 시절 봤던 영장류의 행진, 즉 원숭이-유인원-원시인-인간을 순서대로 정렬한 그림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일까. 그때 생겨난 틀, 즉 ‘진화에 관한 직관’은 인간과 유인원이 각각 오랜 시간 독립적으로 진화해 왔다는 사실을 종종 잊게 한다.

책은 이처럼 과학적 인식을 가로막는 ‘직관’의 한계와 문제점을 살핀다. 미국의 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대중들에게 과학적 이해와 사고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해 왔는데, 이번 책에서는 12가지의 직관 이론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우리를 속이는지를 파헤친다. 다윈이 들으면 박장대소할 ‘우리의 조상은 원숭이’와 같은 것뿐만이 아니다. 수 세기 전 갈릴레오가 낙하 운동의 법칙을 증명했음에도 여전히 더 큰 물건이 땅에 빨리 떨어진다고 믿는다거나, 아직도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도 있다. 백신 반대론자들과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은 어떤가. 수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고하다.

저자는 판단을 잘못 이끄는 ‘직관’들을 중력, 밀도, 지구, 진화, 질병, 유전자, 건강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우리가 직관 이론, 즉 ‘썰’에 잘 빠지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과학적 개념을 이해하는 것보다 그편이 훨씬 쉽고 빠르니까. 저자는 직관 이론이 단순히 과학적 사고의 ‘방해자’에 그치지 않는다면서 그것들이 우리를 끈질기게 괴롭히기에, 최선을 다해 물리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원인 탐구가 필요하다는 것. 예컨대 밀도와 관련한 직관 이론 사례를 보자. 사람들은 수천 년 전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 몸을 담그다 부력을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쳤다는 걸 알면서도 물체가 물에 가라앉는 것에 크기와 무게가 상관없다는 걸 자꾸 잊는다. 이는 우리가 밀도를 제대로 지각하지 못한다는 증거다. 또 그것은 사물이 원자로 이뤄졌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책은 일회성 학습이나 오류의 내용을 수정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아예 그러한 생각이 일어나게 하는 ‘기본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과학 교육 단계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오류와 문제점을 상기시키기만 하는 책이 얼마나 많은가. 그건 그것대로 의미가 있으나, 이 책은 어떤 식으로 변화를 가져올지까지 함께 고민한다는 점에서 더 귀하다. 책이 제시하는 실마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예를 들면, 아이들에게 손 씻기를 아무리 강조해도 성과가 없지만, 독감이나 전염병의 발생 원인, 전파 방법 등을 상세하게 가르치자 손 세정제 사용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 같은 것. 또 밀도를 가르치려면 농도가 짙은 주스와 연한 주스를 비교하는 것보다 우선 물질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구조를 가진다는 것부터 정확하게 인지시키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열성적으로 독려하는 일. 그러니까 직관 이론을 극복하고, 과학적 사고를 하는 일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연일 쏟아지는 정보들 사이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야말로 불확실한 세상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조언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가장 확실한 ‘조력자’이기 때문이다. 424쪽, 1만8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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