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반세기만에 달 탐사 루나25호 발사…인도와 첫 남극 착륙 경쟁
인도 찬드라얀 3호와 첫 달 남극 착륙선 경쟁
러시아가 약 반세기만에 다시 달 탐사에 나섰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로스코스모스는 11일 오전 8시10분(현지시각 오전 9시10분) 극동지역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무인 달 착륙선 루나 25호를 소유즈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러시아가 달에 탐사선을 보내는 것은 1976년 루나 24호 이후 47년만이다. 당시 루나 24호는 170g의 달 토양을 지구로 가져왔다.
루나 25호 발사는 러시아로선 10여년만의 우주 탐사 재개이자, 그동안 미국과 중국에 뒤처져 있던 우주 탐사 경쟁에 합류한다는 의미가 있다.
무게 800kg의 루나 25호는 달까지 직선 경로로 비행해 5일 후 달 궤도에 도착한다. 여기서 5~7일간 달을 공전하면서 달 착륙 후보지 3곳 중 한 곳을 골라 착륙을 시도한다.
앞서 지난달 14일 인도가 발사한 무인 달 착륙선 찬드라얀 3호도 루나 25호와 비슷한 시기인 오는 23일 달 착륙을 시도한다. 찬드라얀 3호는 우회 경로로 비행해 이달 초 달 궤도에 진입했다.
착륙 성공 확률 70% 예상
루나 25호와 찬드라얀 3호의 착륙 예정지는 모두 달 남극 지역이다.
루나 25호는 남위 73도의 보구슬라프스키 충돌구 북쪽에, 찬드라얀 3호는 남위 69도 지역에 착륙한다. 먼저 착륙에 성공하는 우주선이 사상 처음으로 달 남극에 내려앉는 탐사선이 된다. 지난 6월 유리 보리소프 로스코스모스 대표는 루나 25호가 착륙에 성공할 확률을 70%로 예상했다.
달 남극은 우주강국들이 미래 달 기지 건설 후보지로 꼽는 지역이다. 달은 자전축이 거의 수직으로 서 있어 달 남극엔 햇빛이 전혀 비치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이 많다. 따라서 남극 표면에는 물이 얼음 형태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루나 25호의 임무는 1년간 달 토양과 달 외기권의 먼지와 플라스마 입자들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8개의 과학장비를 탑재했으며, 로봇팔과 드릴 장비로 최대 15cm 깊이까지 달 토양을 채취한다. 이 과정에서 달 남극에 대규모로 분포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얼음층을 발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도의 찬드라얀 3호는 달의 하루 낮 기간에 해당하는 2주일 동안 활동이 예정돼 있다.
초기 달 탐사 주도했던 러시아…오랜 휴면기
러시아는 애초 루나 25호를 2021년 10월께 발사하려 했으나 기술 문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우주국의 협력 취소 등으로 2년 가까이 발사가 늦어졌다.
옛 소련 시절인 1957년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 성공으로 우주시대를 개척한 러시아는 미국이 아폴로 달 착륙 프로그램에 성공하기 전까지는 달 탐사에서도 미국보다 앞섰다.
1959년 인류 최초의 달 탐사선 ‘루나 1호’부터 1976년 루나 24호까지 24회에 걸쳐 무인 달 탐사선을 보냈다. 이 가운데 임무에 성공한 것은 15차례다. 루나 2호(1959)는 처음으로 달에 도달한 우주선이었고, 루나 3호(1959)는 처음으로 달 뒷면 사진을 보내왔다. 루나 9호(1966)는 처음으로 달에 착륙한 우주선, 루나 10호(1966)는 처음으로 달 궤도를 돈 우주선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 소련 지도부가 후루쇼프 체제에서 브레즈네프 체제로 교체되면서 우주 프로그램이 주춤하는 사이 미국에 추월당했다.
1980년대 들어선 금성 탐사선을 잇따라 성공시키는 성과를 거뒀으나 2011년 포보스-그룬트를 비롯한 일련의 화성 위성 탐사선이 모두 실패하면서 이후 우주 탐사에서 긴 휴면기를 보냈다.
빌 넬슨 미 나사(항공우주국) 국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루나 25호 발사를 미리 축하한다”며 “그러나 진정한 우주 경쟁은 미국와 중국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일본도 이달 중 달 착륙선 발사
러시아에 이어 일본도 이달 중 달 착륙선을 보낸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작사)는 26일 달 착륙선 ‘슬림’(SLIM)을 H2A 로켓에 실어 발사할 예정이다. 슬림은 4~6개월 후 달 적도 부근에 착륙한다. 슬림의 가장 큰 임무는 목표 지점 100m 이내에 정확히 착륙하는 기술을 검증하는 것이다.
앞선 두 차례의 달 착륙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2019년 4월 이스라엘 민간기업 스페이스일(SpaceIL)의 베레시트(Beresheet), 2023년 4월 일본 기업 아이스페이스(ispace)의 하쿠토-알(Hakuto-R)은 각각 달 표면을 향해 하강하던 도중 추락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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