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쉑쉑 버거’ 지지부진 주가서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한겨레 2023. 8. 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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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한국에서 쉐이크쉑의 매출 증가율은 매년 20~30%를 기록하지만 인건비, 재료비 등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 중구 동대문 두타광장에서 2017년 4월6일 열린 쉐이크쉑 두타점 오픈 행사에 고객들이 입장하려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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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가이즈’는 ‘쉐이크쉑’ ‘인앤아웃’과 함께 미국 3대 버거라고 부른다. 2023년 6월 파이브가이즈가 서울 강남역에 1호점을 냈다. 쉐이크쉑에 이은 두 번째 한국 진출이다. 파이브가이즈는 개점 뒤 일주일 동안 햄버거 1만5천 개를 팔았다. 햄버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예전에 비슷한 기사를 봤을 듯싶다. 쉐이크쉑 버거에 관한 것이다. 쉐이크쉑 버거는 파이브가이즈와 비슷하게 프리미엄 버거를 표방하는 미국 패스트푸드 브랜드다. 2016년 쉐이크쉑 버거가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도 지금 파이브가이즈의 ‘오픈런’ 현상과 비슷했다. 선풍적 인기에 힘입어 한국 매장 수를 24개까지 늘렸다. 프리미엄 마케팅을 잘 펼쳐 성공적으로 한국 시장에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쉐이크쉑의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우리 생활 속에서 좋은 주식을 찾는 독자라면 쉐이크쉑 버거를 먹어본 뒤 주가 창을 열어보고는 놀랐을 것이다. 상장한 해인 2015년 주당 96달러까지 기록하던 주가가 아직도 60~70달러대에서 횡보한다. 심지어 2년 전 기록한 주당 138달러의 최고점과 비교하면 반토막 상태다. 왜 주가가 몇 년 동안 지지부진할까. 참고로 파이브가이즈가 ‘너무 맛있어서’ 주식을 사고 싶은 독자에게는 아쉬운 말을 전한다. 파이브가이즈 주식은 당분간 상장할 예정이 없고 장외시장에 유통되는 주식도 없다시피 하다. 파이브가이즈의 최대주주는 창업주 가족으로 그들이 주식의 75%를 소유하며 가족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에 약점

쉐이크쉑의 매출 증가율은 매년 20~30%를 기록했다. 성장기업으로서는 괜찮은 증가율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잘나가는 ‘치폴레’의 성장률이 매년 20%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문제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평균 5% 정도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매년 매출 증가보다 식재료비, 노동비 등 주요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쉐이크쉑의 매출에서 원재료, 급여, 일반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조금씩 늘어난다. 2018년에는 이 비율이 65%인데 2022년에는 70%로 올랐다. 버거 하나를 팔 때 매년 마진율이 조금씩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이에 비해 맥도날드는 매출이 매년 5% 남짓 성장한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이 40% 넘고 매년 성장하고 있다.

쉐이크쉑의 마진율이 하락하는 주요 원인은 규모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쉐이크쉑과 맥도날드의 매장 수는 100배 차이가 난다. 2022년 말 기준 세계에서 쉐이크쉑 매장 수는 400여 개지만, 맥도날드는 4만 개에 이른다. 맥도날드는 코로나19로 인한 인건비·물류비 등의 상승을 규모의 경제, 탄탄한 공급망 등으로 버텼다. 이에 비해 ‘프리미엄 버거’를 표방하는 쉐이크쉑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능력이 아직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쉐이크쉑은 2022년 한 해 동안 69개 매장을 늘렸다. 전체 매장 수가 436개인 것을 고려하면 2022년에만 대략 20% 성장했다. 2023년에는 70개 매장을 새로 짓는다고 한다. 매년 20%씩 늘어나는 셈이다. 매장별 매출도 상승하는 추세다. 쉐이크쉑이 주주 서한에서 공개한 매장별 평균 주(週)간 매출은 7만4천달러로 매년 평균 7.4% 증가한다. 결국 전체 ‘파이’에는 문제가 없고 어떻게 비용을 절감할지가 관건이다.

키오스크 도입 박차

쉐이크쉑은 먼저 자동화 주문 시스템 ‘키오스크’를 전 지점으로 확대하려 한다. 현재 절반 정도의 매장이 키오스크를 보유하고 있다. 전면적으로 키오스크를 도입하면 쉐이크쉑의 인건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둘째는 ‘드라이브스루’(차량 이동형) 매장의 확장이다. 미국의 맥도날드와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이미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활성화됐다. 드라이브스루 매장도 인건비 절감 요소 중 하나다. 키오스크와 드라이브스루 매장 등으로 절감한 인건비를 고객 응대, 신속하고 정확한 음식 제조 등으로 돌린다는 심산이다.

쉐이크쉑은 스스로를 ‘파인 다이닝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버거’라고 이른다. 이 시장은 전통적인 햄버거 체인 시장과는 조금 다르다. 햄버거 세트에 더 높은 가격을 낼 수 있는 소비자의 시장이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시장이기도 하다. 그만큼 블루오션이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한국에 들어온 파이브가이즈뿐 아니라 칙필레(Chick-Fil-A), 인앤아웃 등 쉐이크쉑과 비슷한 가격대를 보이거나 유사한 고객군을 목표로 하는 곳이 많다. 심지어 파이브가이즈와 칙필레의 매장 수는 쉐이크쉑의 10배가 넘는다. 이 시장에서 쉐이크쉑은 매출성장 유지와 비용절감 노력뿐 아니라 자사만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경쟁자들의 매장 수를 봤을 때, 쉐이크쉑은 회사가 충분한 성장을 하기 전에 상장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파이브가이즈와 칙필레의 매장 수는 3천 개 이상이지만 가족기업이거나 소수만 가진 비상장 기업으로 남아 있다. 다시 말하면, 쉐이크쉑은 충분한 규모의 경제를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상장을 유지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쉐이크쉑이 투자로서 매력적인 이유가 될 수 있다. 아직 얼마만큼 성장할지 예측이 안 되는 것이다.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는 맥도날드, 스타벅스 같은 오래된 외식 프랜차이즈 회사들과는 다른 매력이다. 현 성장세를 계속 이어갈지, 성장 속에서 비용절감과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보존하는지 지켜볼 만하다.

찬호 공인회계사 Sodoh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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