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팬 먼저 만난뒤 서울로… 뮤지컬 트렌드가 바뀐다
대작 뮤지컬 부산서 먼저 개막
연극도 지방 선공개 증가 추세
국내 최대 규모 드림씨어터 등
공연 인프라 대거 마련된 영향
서울 팬들, 관광 곁들여 ‘원정’
“공연을 최대한 빨리 관람하고 싶어 부산으로 갔죠. 서울 대학로, 샤롯데씨어터 등 항상 보던 극장에서만 뮤지컬을 관람하다가 새로운 장소에서 뮤지컬을 본 것도 색다른 재미였어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지난달 21일 서울 개막에 앞서 3월 25일부터 6월 18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 무대에 올랐다. 공연을 먼저 관람하기 위해 지난 4월 부산을 찾았다는 뮤지컬팬 심지선(26) 씨는 이같이 말하며 “티켓 값을 제외하고 숙박비와 교통비에만 20만 원이 넘게 들었지만 후회는 없다. 그동안 지방 뮤지컬 팬들이 서울에 공연을 보러 오느라 고생이 많았겠다고 느꼈다”고 했다. 뮤지컬을 여러 차례 관람하는 골수팬들인 ‘회전문’ 관객들도 서울에서 뮤지컬을 재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방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수차례 뮤지컬 ‘하데스타운’을 관람하고 부산에서도 관람했다는 김모(31) 씨는 “공연은 매일 연출, 무대, 배우의 연기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 변주를 보고 싶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여러 번 볼 수 있는 영화와 달리 한 번 끝난 공연은 볼 수 없기에 재관람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공연을 보러오던 기존 ‘원정 관람’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공연을 보러 가는 ‘원정러’들이 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에서 개막한 뒤 지방 순회를 하던 기존 방식에서 지방에서 개막 후 서울에서 공연을 올리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가 됐기 때문이다. 올해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등 소위 ‘빅4’로 불리는 뮤지컬 작품 중 세 작품이 지방에서 먼저 개막했다. 뮤지컬 ‘캣츠’ 오리지널 내한 공연은 지난 1월 부산에서 개막한 뒤 서울로 올라왔고 ‘오페라의 유령’도 지난 3월 부산에서 시작해 현재 서울 공연 중이다. ‘레미제라블’ 역시 오는 10월 부산에서 첫 공연을 올린 뒤 11월 30일 서울로 올라온다. 2015년 ‘레미제라블’, 2016년 ‘위키드’가 대구에서 개막하고 서울로 올라온 사례가 있지만 한 해 동안 빅4 뮤지컬들이 연달아 지방 무대에 공연한 것은 처음이다.
연극 역시 마찬가지다. 국립극단의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10월 고양에서 개막해 성남, 부산, 세종 순서로 공연하고 12월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공연한다. 이 연극은 국립극단의 레퍼토리 작품으로 이전에는 서울에서 먼저 공개했었다. 지난해 공연한 국립극단 공동제작 연극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도 광주에서 개막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에서 먼저 개막해도 ‘N차관람’을 위해 지방으로 향하는 ‘원정러’들도 있다. 이들은 지역 관광까지 계획해 공연 관람과 관광을 함께하는 ‘뮤지컬 투어’를 한다. 뮤지컬 ‘서편제’를 서울에서 관람하고 대전에서도 봤다는 김모(24) 씨는 “작품이 언제 다시 공연될지 몰라 볼 수 있을 때 최대한 본다”며 “뮤지컬도 보고 성심당, 대전 인근 전시장 등을 방문했다. 공연 팬들은 지방 관람 때 관광 동선까지 계획한다”고 했다.
지방 선공개 사례가 늘고 서울에서 내려가는 ‘원정러’들이 늘어난 것은 공연 인프라가 지방에서도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는 2019년 4월 국내 최대 규모인 1727석을 자랑하는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가 개관했다. 뮤지컬 전용극장이 들어서면서 ‘라이온 킹’ ‘위키드’ 등 1개월 이상 지역 장기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은 물론 주변 지역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대구는 한국 뮤지컬의 성지라는 든든한 입지와 함께 매년 ‘대구 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을 개최해 국내 초연 예정인 뮤지컬을 최초 공개하거나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해외 뮤지컬을 초청하는 등 꾸준한 저력을 보이고 있다. 광주 역시 지난 3일 광주문화예술회관을 ‘광주 예술의전당’으로 개명하고 리모델링해 문화·예술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부산, 대구, 광주 등 지역 공연 시장의 성장은 공연계의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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