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묻지마 칼부림에 장갑차·사형제? 통계나 먼저 만들라"[한판승부]

한판승부 2023. 8. 1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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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토리마 범죄, 연평균 6-7건 발생해
日 차량돌진 막기 위해 거리에 말뚝 박아
토리마 범죄 이후, 5.5cm이상 칼 소지금지
日 묻지마 범죄 대책으로 고립해소 법 제정
묻지마 칼부림에 사형 부활? 日도 효과 못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FM 98.1 (18:00~19:3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김성회 소장
■ 대담 :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
▶ 알립니다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박재홍> 최근 국내에서 불특정 다수를 노린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빈발하면서 '일본에서 있었던 토리마 살인 양상과 비슷한 거 아니냐?' 하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그럼 일본은 이 문제에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전문가 모시고 말씀 듣겠습니다.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의 이창민 교수와 함께합니다.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이창민> 안녕하십니까. 한국외대 이창민입니다.

◇ 박재홍> 일단 '토리마 살인'이라고 제가 말씀드렸는데 토리마가 일본어로 길거리 악마라는 뜻이라면서요? 이게 언제부터 용어가 생겼다는 거죠?

◆ 이창민> 우리나라에서 토리마, 토리마 이렇게 얘기하는데 사실 발음은 토리마인데 토리가 원래 토루에서 왔는데 '지나가다, 통행하다' 이런 뜻이고 '마'가 악마할 때 그 '마(魔)' 자죠. 그래서 토리마인데 원래 이게 어떤 사람한테 빙의해서 일면식도 없는 전혀 엉뚱한 사람한테 위해를 가하는 요괴죠. 일본에 옛날부터 내려오던 요괴 이름이 토리마예요. 

그래서 이게 어떤 사람한테 빙의가 돼서 전혀 엉뚱한 사람을 공격하게 만든다고 해서 우리가 '마가 씌었다' 그런 느낌의 용어로 쓰이다가 언론을 중심으로 토리마 살인사건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한 게 1950년대에도 그런 기사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예전부터 토리마 살인사건이라는 게 우리 묻지마 살인사건처럼 언론에서는 이렇게 사용됐던 거죠. 

◇ 박재홍> 일본에서는.

◆ 이창민> 쓰이고 있다가 1981년에 경찰청에서 토리마 살인에 대한 개념 정의를 내립니다. 그래서 4가지 요소가 있어야 토리마 살인이다. 경찰청에서 발표를 하는데요. 네 가지 요소가 뭐냐 하면 첫 번째는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범행이 이루어져야 되고, 두 번째는 범행이 확실한 동기가 없어야 되고.

◇ 박재홍> 동기를 찾을 수 없어야 된다.

◆ 이창민> 동기가 애매해야 되고 그다음에 세 번째는 피해자가 불특정인이고, 네 번째는 흉기를 사용하는 등의 위해를 가해야 된다. 그래서 1981년에 개념 정의를 내리는데 개념 정의를 내리다 보니까 통계를 수집할 수가 있겠죠. 그래서 이때부터 통계를 경찰청에서 토리마 살인 통계를 따로 수집을 해서 1983년에 범죄백서를 발표를 하는데요.

◇ 박재홍> 40년 전에.

◆ 이창민> 그렇죠. 40년 전에 토리마 살인에 대한 통계를 발표를 하기 시작을 했고요. 그해 이제 1981년에 토리마 살인이 7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항목으로 계속 통계를 수집을 해서 지금까지 통계를 보면 연평균 6건에서 7건 꾸준히 토리마 살인이 발생을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이제 언론에 많이 알려진 사건 1999년에 대낮 도심 번화가에서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던 이케부쿠로 사건도 있었고 2001년에도 초등학교에 난입해서 숨졌던 사건도 있었네요. 8명이 숨진 사건. 2008년 6월에는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또 트럭으로 행인을 들이받은 다음에 흉기를 휘둘러서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던 아키하바라 사건도 있었는데 이 사건은 최근 분당 서현역 사건이랑 유사한 국면이 있네요?

◆ 이창민> 일본의 토리마 사건이 연간 한 6~7건 꾸준하게 있어왔다고 그랬는데 이 토리마 살인사건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또 그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대응 방식이 완전히 바뀐 터닝포인트가 된 사건이 있는데요. 그게 뭐냐면 방금 사회자님 말씀하신 2008년 아키하바라 토리마 사건입니다. 아키하바라가 우리 예전에 용산 전자상가처럼 도쿄의 전자제품 위주로 해서 굉장히 번화가고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다 모여드는 굉장히 유명한 거리인데요. 

그때가 2008년 6월 8일 일요일이었거든요. 그래서 그 당시 일요일날 보행자 천국이라고 도로를 다 막고 사람들이 차 없는 거리를 했었어요, 그래서 당시 저도 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있을 때라서 도쿄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까 거기서 사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마침 제가 있었는데 그래서 그 당시에 경찰들이 막 출동하고 막 하루 종일 사이렌 울리고 해서 그 기억이 생생한데요. 

범인이 25세 남성 카토 토모히로라는 남성이었는데 이 친구가 범행 직전에 인터넷 게시판에 범행 예고 글을 올립니다. '지금부터 아키하바라에 가서 사람 죽이겠다'라고. 이렇게 올리고 나서 처음에 이게 이제 장난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12시 30분에 2톤 트럭을 몰고 사람들이 다니는 도로로 돌진을 해요. 그래서 그대로 그 자리에서 3명이 죽고 2명이 중경상을 입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사람들이 교통사고가 난 줄 알고 도와주려고 막 몰려들거든요. 그래서 교통사고 났다고 막 몰려드는데 거기서 차에서 범인이 내려서 칼을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무차별적으로.

◇ 박재홍> 도와주러온 사람들을 향해서?

◆ 이창민> 도와주러 온 사람하고 경찰들을 향해서 칼을 휘두르기 시작해서 그 자리에 있었던 4명이 사망하고 8명이 또 중경상을 입습니다. 그래서 결국 아키하바라 토리마 사건으로 총 7명이 죽습니다. 7명이 죽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으면서 토리마 살인사건 중에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사건으로 기록이 됐고요. 이 사건의 범인은 이후에 사형을 선고를 받았고 작년에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 박재홍> 그랬군요.

◆ 이창민> 그래서 뒤에 또 말씀드리겠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해서 경찰의 대응 방식 그다음에 정부의 토리마 사건에 대한 정책들이 크게 변화가 있게 됩니다.

◇ 박재홍> 그러면 일본에서 발생했던 토리마 살인사건이라든지 혹은 국내 사건이랑 연관, 유사한 점이 많이 발견됩니까? 어떻습니까?

◆ 이창민> 지금 토리마 사건이 이제 분류도 할 수 있고 체계적으로 종류도 있고 동기도 있고 여러 가지 연구가 된 것들을 보면 국내 사건이 거기에 맞는 사건들이 있어요. 물론 설명이 안 되는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동기 부분이나 안 그러면 예를 들어 일본에서 일어난 토리마 사건은 보통 '빈곤'과 '고립'이 두 가지가 키워드거든요. 그런데 이제 만약에 거기 들어맞지 않는 게 예를 들어서 빈곤하지 않은데 단지 살인을 해 보고 싶어서 했다든지, 이런 건 사실 토리마 사건에서도 범주가 다르기는 한데 기본적으로는 지금 일본의 토리마 사건하고 성격이 굉장히 닮아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우리나라에서 이번에 신림역 살인사건과 또 이번 서현역 살인사건 같은 경우는 '모방범죄다, 신림역을 모방해서 서현역으로 간 것이다'라는 전문가 분석도 있는데 일본도 약간 모방범죄 같은 게 연쇄적으로 일어났던 경향도 있었던 겁니까?

◆ 이창민> 방금 아키하바라 사건이 사실은 모방 범죄라는 측면에서도 굉장히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어요. 범인이 범행을 예고하는 글을 미리 인터넷에 올렸는데 가면서 핸드폰으로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데 중계를 하면서 갔거든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지금부터 아키하바라에 사람을 죽이러 가겠다, 먼저 차로 돌진해서 죽이고 안 되면 칼을 쓰겠다' 그렇게 올리고 그다음에 '머리가 아프다' 중간에 '피곤하다, 친구가 없다' 이런 것도 올리면서. 

시부야 지하철역에 먼저 도착을 하고 그다음에 아키하바라로 노선이 가니까 '시부야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많다, 시간 안에 갈 수가 있을까?'라고 글을 올리고. 자기가 예고한 시간이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이렇게 쭉 중계를 하면서 가다가 아키하바라에 도착하면 '도착했다, 시간이 됐다'라고 하고 12시 10분에 글 마지막으로 올리고 범죄가 진짜 발생을 합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 '다 장난이다'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문자중계가 고스란히 된 거예요. 그래서 그 이후에 이 모방범죄가 굉장히 성행을 해서.

◇ 박재홍> 일본 안에서요?

◆ 이창민> 네. 인터넷에 범행 예고 글이 수십 건이 올라옵니다. 수십 건이 올라오는데 3주 동안에 30명이 검거가 돼요. 경찰들이 다 잡아들였는데. 보니까 10대가 10명이고 20대가 14명.

◆ 진중권> 똑같네요, 지금.

◆ 이창민> 대부분 젊은 친구들이 잡고 나서 보니까 '장난이었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나중에 허위로 밝혀질 경우에 업무상 방해죄라든지 협박죄라든지 이런 게 처벌 수위가 강해지고.

◇ 박재홍> 일본에서요?

◆ 이창민> 일본에서 검거를 하는 시스템이 굉장히 체계화됐죠. 인터넷에 글이 올라오는 걸 계속 실시간 감시를 해서.

4일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플라자에 전날 설치된 경찰 통제선이 제거된 가운데 보안요원이 배치돼 있다. 성남=박종민 기자

◇ 박재홍> 그렇군요. 그래서 교수님도 말씀해 주셨는데 일본 정부가 1983년부터 통계를 만들었다, 40년 전부터. 그래서 일본 정부는 이러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단계를 거쳤는지 일본 사례를 짚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다음 단계는 뭐였습니까, 그러면?

◆ 이창민> 이것도 아키하바라 사건이 계기가 됐는데요. 아키하바라 사건이 일어나면서 경찰이 대응을 좀 더 강하게 해야 된다라는 여론이 생겨서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인터넷 범행 예고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검거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시스템이 갖춰졌고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있죠? 거기에 말뚝을 다 세웠습니다.

◇ 박재홍> 말뚝?

◆ 이창민> 말뚝이 뭐냐면 우리가 사거리 같은 데 보면 연석이 있는 데는 괜찮은데 도로 경계 사이에 연석이 없이 낮은 데가 있죠, 바로. 거기에 차량이 바로 진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 박재홍> 차량 돌진을 막는?

◆ 이창민> 차량 돌진을 막는 말뚝들을 박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농담으로 사람들이 '이 추세대로 가면 일본 전역에 말뚝 다 박겠다' 이렇게 농담을 하긴 하는데 아무튼 경찰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차량 진입이 어렵도록 차량 돌진으로 인한 토리마 사건을 막기 위한 방안들이 나오고 또 한 가지가 도검 소지 규제가 강화됐어요.

◇ 박재홍> 칼?

◆ 이창민> 그러니까 그전에는 사실 그렇게까지 총검 소지 규제는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5.5cm 이상의 칼날은 못 가지게 다니게 했습니다. 소지 자체가 불법입니다.

◇ 박재홍> 밖에.

◆ 이창민> 밖에 가지고 다니는 것 자체가. 그래서 이것 때문에 과도나 굴 까는 칼 있잖아요. 그거 만드는 업계에서 항의도 하고 그랬는데 여하튼 5.5cm 이상 칼날은 못 가지고 다니게 규제가 이렇게 됐고요. 그다음에 이런 것들을 다 하긴 했지만 사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좀 어렵고요.

◇ 박재홍> 어렵죠.

◆ 이창민> 그래서 일본 사회에서도 당연히 그러한 고민이 있었고요. 그래서 통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그런 과정에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두 가지를 해결해야 된다. 하나는 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되고 또 하나는 고립의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

◇ 박재홍> 외로움.

◆ 이창민> 그러니까 이게 사회적 합의가 생긴 거죠, 거기에 대해서는. 그래서 방금 제가 말씀드린 아키하바라 사건이 굉장히 하나의 분기점이 된 게 이 아키하바라 사건이 일어난 게 2008년이잖아요. 그런데 2008년에 아시다시피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죠.

◇ 박재홍> 그러네요.

◆ 이창민> 그래서 이해 토리마 사건이 실제 14건 발생했습니다. 평소보다 2배 이상 발생을 했거든요. 그래서 연관성을, 그러니까 '경기가 어려워져서 토리마 사건이 늘어나나?'라는 당시의 얘기가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하켄기리(派遣切り)라는 말이 있는데 고이즈미 시대인데요. 고이즈미가 뭘 했었냐면 일본의 노동시장이 굉장히 해고가 어려운 구조거든요. 굉장히 경직적이죠. 그래서 고이즈미가 도입한 게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을 계속 올려가는 거였어요. 그래서 구체적으로 파견 노동자 만들고 촉탁 노동자 이런 것들 많이 만들고 그랬는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정규직 사원은 못 자르니까 당시에 파견직 사원부터 자르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이걸 하켄기리라고 했는데 마침 이 범인이 하켄기리를 당합니다, 범행 직전에 직장에서. 

그래서 원래는 고등학교를 나오고 제대로 된 직업을 못 잡고 전전하다가 몇 군데 옮겼는데 마지막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겁니다. 파견 노동자였는데 파견 노동자로서 해고를 당한 거예요. 안 그래도 일본 사회에서 하켄기리에 대한 사회적 비판여론이 있었는데 마침 이 사람이 하켄기리를 당하는 바람에 결국에는 일본 사회가 젊은이들을 전부 다 비정규직으로 내몬 바람에 토리마 사건이 늘어났다라는 식의 이야기들이 막 이제 나왔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재판할 때 범인이 말할 때는 직장에서 해고당한 게 직접적인 동기는 아니라고 본인이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그 연관성은 아니다라고 나중에 정리됐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리마 사건의 대부분의 범인들이 무직이 많고 제대로 된 수입이 없어서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빈곤 문제는 하여튼 공통적인 특징의 하나이고요. 

그래서 일본 정부가 이 점에 착안을 해서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사업을 시작을 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2003년에 '청년 자립 도전 플랜' 이런 것도 있고요. 2005년에는 '청년 자립 주크'라 그래서 청년 자립을 위한 시설 같은 걸 만들었죠. 그런데 이걸 만들어놓고 보니까 생각보다 청년들의 참여가 저조해요. 그래서 일본도 고민하다가 이게 2009년에 다 폐지가 돼거든요. 왜 그런가 봤더니 당시에 일본 정부가 생각했던 게 학창 시절에 적응을 잘 못하는 부등교 학생.

◇ 박재홍> 학교 안 가는 학생?

◆ 이창민> 등교 거부 학생이죠. 등교 거부하는 학생과 학교 졸업하고 히키코모리가 된 은둔형 외톨이가 된 사람들이 잠재적인 토리마 범죄의 예비군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이 친구를 취업을 시켜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얼굴 드러낸 최원종 (성남=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지난 3일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이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8.10 xanadu@yna.co.kr (끝) 연합뉴스

◇ 박재홍> 사회로 끌어내야 된다.

◆ 이창민> 그렇죠. 끌어내야 된다 그래서 직장을 소개해 주고 이런 프로그램들을 잔뜩 만들었는데 이 친구들이 안 오는 거예요, 히키코모리니까. 참가를 안 하는 겁니다.

◇ 박재홍> 은둔형 외톨이니까.

◆ 이창민> 참가율이 굉장히 저조해서 사업이 다 폐지가 되고 그때부터 지원의 방향이 바뀌는데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서 고립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된다' 그래서 취업 지원이 아니고 심리치료라든지 상담을 통해서 고립감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이제 좀 바뀌게 됩니다. 대표적인 게 2006년에 지역 청년 서포트 스테이션이라고 해서 그걸 만들어서 전문가하고 1:1 상담을 해서 이 상담에서는 뭘 가르쳐주냐면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요령을 가르쳐줘요. 다른 사람과 어떻게 대화를 하는지.

◇ 박재홍> 친구가 없으니까?

◆ 이창민> 어떻게 대화를 할지, 아주 사실은 우리가 배울 필요도 없을 것 같은 것들을 사실을 가르치고요.

◆ 김성회> 거기에는 참여를 했나요?

◆ 이창민> 이건 그래도 앞에 취업지원보다는 조금 실적 좋았습니다. 그건 왜냐하면 부모가 신청할 수가 있어요. 부모가 신청하고 사업자들이 찾아가고 이렇게 하니까 가서 상담하고 이런 것들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고요. 그다음에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히키코모리 대책 추진 사업 같은 걸 합니다.

◇ 박재홍> 은둔형 외톨이.

◆ 이창민> 그래서 은둔형 외톨이 지역 센터도 만들고요. 이 지역 센터가 지금 도도부현(都道府県)에는 다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로 치면 시군구까지는 아니고 지금 이제 도하고 큰 도시에는 있고 지금 시정촌 레벨, 그러니까 시군구 레벨로 확대가 되가는 상황입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러면 지난 3년간 우리나라도 코로나 국면을 겪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게 강제적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된 시대였기 때문에 고립의 문제도 우리 사회도 어느 정도 겪었다라고 볼 수 있을까요?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교수님?

◆ 이창민> 당연히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데이터를 확인을 해 봐야 되겠는데 일본 같은 경우에는 코로나 이전에 등교 거부 학생이 한 21만 명이었는데 코로나 겪고 나서는 29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 박재홍> 10만 명이 늘었군요, 거의.

◆ 이창민> 그래서 부등교 학생을 위한 대책을 코로나 이후에 본격적으로 만들면서 정부가 내각부에서 고립, 고독 지원 대책실 이런 걸 만들었고요. 올해는 법도 만들었습니다. '고립 고독 대책지원법' 이런 걸 만들어서 예산 지원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고립감 해소를 할 수 있을까 하는데 이제 방점이 지금은 젊은 청년들뿐만이 아니고 대상 영역이 국민 전체, 국민 전체의 고립감 해소 식으로 대상 영역이 확대가 됐습니다.

◇ 박재홍> 우리는 범죄 관련해서 여러 가지 정신질환 얘기가 많이 나오고 그래서 지금 대안으로 '사법 입원제' 이런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일본 같은 경우는 어땠습니까?

◆ 이창민> 2013년에 법무성에서 연구를 하나 발표를 해요. 그 연구를 보면 여러 가지 토리마 사건에 대한 최초의 광범위한 연구였는데 무차별 살상 사범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 박재홍> 그런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분석한 건데.

◆ 이창민> 그래서 분석을 했는데 거기에 보면 범죄자의 여럿 특성이 있는데요. 46% 정도가 인격 장애를 가지고 있다라고 나와 있어요. 그래서 인격 장애를 가지고 있는 토리마 범죄는 맞긴 한데 다만 그것 때문에 일본에서도 정신보건복지센터라든지 자살예방종합대책센터라든지 이런 걸로 적극적으로 대상자 발굴을 하고 상담하고 이런 걸 해 왔습니다만 이게 전체 히키코모리가 토리마 범죄 예비군이냐? 자문하면 그렇지가 않거든요. 그러니까 실제로 히키코모리를 보면 40대 이하보다 40대 이상이 더 많아요.

◇ 박재홍> 집에서 안 나오는 친구들이.

◆ 이창민> 히키코모리의 개념 정의가 뭐냐 하면 6개월 이상 집 밖에 안 나가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40대 이상이 더 많아요. 심지어 남녀 성비는 여성이 더 많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스테레오 타입으로 생각하는 토리마 범죄는 20~30대 남성의 히키코모리일 거라고 생각을 해는데 히키코모리의 산술적 평균의 모습은 60, 70대 할머니예요. 

그러니까 모든 히키코모리가 잠재적 토리마 범죄자냐? 그러면 그건 아니듯이 지금 정신질환을 앓는다고 해서 이게 토리마 범죄 예비군이 되느냐? 오히려 정신질환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마는 사실은 사람들하고 관계 맺기가 더 어려워서 범죄를 저지르긴 사실 굉장히 거의 불가능한 이런 사람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지금 일본에서는 오히려 어떤 여론이냐면 토리마 사건에서 살인자들이 정신 인격장애가 있었다라는 뉴스를 계속 내보냄으로 해서 정신질환 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이 오히려 더 많은 편이에요.

◇ 박재홍> 연관성의 입증이 명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 이창민> 이걸 분리해서 생각하자라는 게 지금 일본에서의 여론으로 형성이 돼 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지금 이제 정부에서는 그런 살인 예고 글만 올려도 처벌하겠다, 처벌 강화 얘기도 나오고 당연히 이제 묻지마 흉악범죄가 이어지니까 사형제에 대한 논의가 막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아까 최근에도 사형 집행이 됐다. 아키하바라 사건 범인이 사형 집행됐다 말씀하셔서 '일본처럼 해야 된다' 이런 목소리도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교수님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 이창민> 이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데요. 그러면 일본이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강력하게 사형 처벌을 하고, 지금 토리마 사건으로 사형 당한 죄수들이 몇 명 돼요. 몇 명 있습니다. 무기징역도 있고요. 굉장히 처벌이 무거운 편인데 그다음 이제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립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들을 거의 매년 발표를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사실 이걸 정리하는 것만 해도 굉장히 힘든데 그럼 결과적으로 토리마 범죄가 줄었느냐를 봐야 되잖아요.

◇ 박재홍> 그렇게 처벌을 강하게 했을 때.

◆ 이창민> 그래서 다행스럽게도 일본은 통계가 있으니까 통계로 분석을 할 수가 있는데 여러 학자들이 달려들었습니다. 저는 경제학 쪽으로 경기 변동하고 토리마 범죄하고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결론은 뭐냐 하면 랜덤하게 별 상관이 없습니다. 그냥 6명에서 7명 정도가 계속 일어나고 있어요. 그 얘기는 이렇게 해석을 할 수도 있겠죠. '이렇게나 열심히 여러 정책들, 엄벌에 처했기 때문에 더 이상 늘지 않았다'라고 해석을 할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이렇게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이렇게 연구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줄지 않아' 

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되느냐의 문제인데 제가 볼 때는 토리마 살인사건이 결국에는 고립의 문제에서부터 시작한다는 합의가 있는 상황에서 처벌을 무겁게 하고 이 친구들을 밖으로 끌어내서 히키코모리나 정신질환자들을 어떤 특별하게 관리를 하고 한다 그래서 이게 획기적으로 줄 것이냐라고 한다면 저는 그 부분은 좀 부정적인 것 같아요. 실제 지금 통계에 나온 걸 보면. 저는 제 개인적으로 경기가 안 좋으면 토리마 범죄가 많이 일어날 거라는 걸 증명을 하고 싶어서 해 보다가 포기했거든요. 관계가 없어요. (웃음)

◇ 박재홍> 관계가 없군요.

◆ 이창민> 관계없습니다.

◇ 박재홍> 오늘 2분 정도 남았는데 교수님 말씀을 열심히 잘 듣고 있는데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여러 가지 해법, 항상 어떤 흉악 사건이 일어나면 법도 만들어지고.

◆ 진중권> 앉아서 장갑차 배치나 하고 있으니.

◇ 박재홍> 여러 가지 해법 논의가 있는데 교수님 많은 연구를 하셨으니까 일본 상황에 비추어봤을 때 지금 단기적으로 또 장기적으로 어떤 대안적 논의가 필요할까요.

◆ 이창민> 지금 '장갑차 배치하고 강력한 무기 사용 허용하겠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건 누구나 다 아시다시피 일시적인 거고 결국에는 우리 사회의 고립감을 어떻게 해소하냐가 가장 해결책의 관건이 될 텐데 우리가 통계가 없어요. 그러니까 개념 정리도 작년에 시작했거든요. '이상동기범죄'라고 경찰청에서 명명했습니다. 그런데 명명만 해 놓고 통계를 만들지 않아서 묻지마 범죄가 과연 몇 건인지에 대해서 우리가 잘 파악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개념 정의를 해야 통계를 만들 수 있고 통계를 만들어야 정책을 논의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부터 시작을 해야 되고. 

만약에 이게 되고 나면 우리가 예를 들어서 학생 시절부터 심리치료나 이런 것들을 많이 해야 되는데 지금 학교마다 지금 상담 심리치료 교사 배치하잖아요. 그런데 배치율이 지금 32.3%밖에 안 돼거든요. 한 70% 학교에는 상담교사 선생님이 안 계시고 있다 하더라도 전 교생 1000명이랑 선생님 한 분이고 해서 실질적인 심리 케어나 이런 것들이 안 되는 것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이런 부분부터 빨리 해결을 해 나가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 박재홍> 처벌이나 뭐 세게 하자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 이창민> 근본적으로 통계 만들고 각 학교 상담교사부터 늘리자.

◇ 박재홍> 사회의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는 통로, 공간이 필요하다. 굉장히 귀중한 말씀 주셨습니다. 한 번 더 모셔서 말씀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함께해 주신 분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이창민 교수였습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 이창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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