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W의 왕’ 그린, 재계약 효과 증명할까?
'데이데이 (Day Day)' 드레이먼드 그린(33‧198cm)은 스테판 커리(35‧188cm), 클레이 탐슨(33‧198cm)과 함께 명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대표하는 간판 스타중 한명이다. 이른바 프랜차이즈 빅3로 불리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그린은 신기한 선수로 꼽힌다. 워리어스를 이끄는 선수중 한명이면 NBA 전체에서도 특급 스타의 반열에 올라있어야 맞다.
워리어스는 단순한 강팀을 넘어 현 시대를 상징하는 최고의 팀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린이 리그에서 그만큼 대단한 위상을 가지고 있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애매해진다. 워리어스 왕조의 핵심 일원이자 자신만의 확실한 캐릭터를 가진 선수로서 잘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NBA 전체에서보면 이래저래 부족한 면이 많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파워포워드 포지션에서만 봐도 탑급으로 인정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지난 시즌 기록한 평균 8.5점, 7.2리바운드, 6.8어시스트, 1스틸, 0.8블록슛의 성적을 놓고 보면 더욱 그렇다. 다재다능하기는 하지만 리그 차원에서 거론할 성적은 분명 아니다. '워리어스에서만 왕이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린은 본인에 대한 프라이드가 엄청나다. 리그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스스로 꿇리는 법이 없다. 심지어 현역 시절 실력만큼은 누구도 이견을 달지 못하는 레전드 파워포워드 찰스 바클리에 대해서도 "그는 나와 농구를 얘기할 자격이 없다"며 프로 경력까지 비하했을 정도다. 물론 신경을 거슬리게하는 발언을 먼저 꺼낸 것은 바클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도 아닌 바클리라는 선수의 커리어와 실력을 대놓고 폄하한 것은 그린이 최초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린의 패기는 거기에서 그치지않는다. 그는 NBA에서 손꼽히는 더티플레이어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준의 테크니컬 파울을 쏟아낼 정도로 폭언은 물론 폭력에 가까운 장면도 수시로 만들어낸다. 그간 저지른 위험한 플레이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행동 직후 심판이 파울을 선언하면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기 일쑤지만 대부분이 고의를 의심케하는 반칙투성이다.
눈을 찌르거나 팔꿈치로 치는 것은 기본이고 하이킥에 바디슬램 등 격투기를 연상케하는 장면을 코트에서 연출한다. 심지어 낭심을 걷어차거나 쓰러진 상대를 밟는 행위까지 서슴치않는다. 덩크슛을 시도하는 상대의 팔을 공중에서 잡아끌며 내동댕이치는 위험한 행동도 망설임없이 자행한다. 그리고는 뻔뻔하게 잡아떼거나 화를 내는 상대에게 역으로 역정을 내기 다반사다. 역대급 더티 플레이어인 빌 레임비어, 브루스 보웬 등을 소환할 정도다.
사실 이런 행동은 소속팀 워리어스에도 피해를 준다. 적당한 기싸움은 소속팀의 전투력을 끌어올리기도 하지만 테크니컬 파울을 받고 퇴장을 당하거나 이후 후속 처벌까지 내려지면 팀은 큰 손해를 보게된다. 특히 플레이오프같이 몇 경기로 승부가 판가름나는 시리즈에서는 분위기자체를 망쳐버리며 패배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은 언제나 기세등등하다. 특히 워리어스 내에서는 안하무인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세상 무서운 것 없이 말하고 행동한다. ’워리어스의 왕이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밖에서 바클리같은 대선배 레전드에게도 독설을 퍼붓는 그린이 안방에서 얌전할리는 없다.
팀내 간판 커리 등과 함께 리더 역할을 하고있는데 쓴소리, 악역 등은 주로 그린의 몫이다. 그러다보니 상대가 누구든간에 본인 눈에 거슬리면 가차없다. 팀 훈련중 조던 풀에게 엄청난 펀치를 날려버린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사건은 현지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는데 맞은 당사자 풀은 물론 팀에서도 일을 크게 만들지않으려는 자세를 취하며 일단락된 바 있다. 하지만 그린은 그뒤에도 종종 언론 등을 통해 당시 장면을 언급하며 풀에게 2차 가해를 범하고 있다.
외부에서 넘어온 선수들 역시 그린의 텃세를 견디어야 한다. 다행히 서로 관계가 좋으면 별문제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눈밖에 나면 피곤해진다. 두차례 우승에 공헌했던 케빈 듀란트가 그랬다. 당시 그린은 대놓고 공개적으로 듀란트를 수차례 비난하는 등 기존멤버와 새로이 들어온 외부 슈퍼스타간에 선을 긋는 등한 언행을 보여왔다.
마치 ’네가 아무리 대단한 선수라도 이곳에서는 이방인일 뿐이다‘고 저격하는 듯 했다. 최근에는 베테랑 포인트가드 크리스 폴이 워리어스에 합류했다. 풀과 서로 트레이된 것인데 크게보면 그린이 여기에 제대로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폴은 한시대를 풍미한 명포인트가드지만 그런 것을 신경쓸 그린은 아니다.
"그의 끈기와 경쟁심, 승리를 향한 의지 등을 좋아한다. 어떻게 팀을 꾸려나갈 것인지 함께 고민할거다"며 반기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11년동안 나는 그를 좋아하지않았고 그런 부분은 같은 팀원이 되었다고 갑자기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며 텃세섞인 경고성 발언도 빠트리지않았다. 듀란트에게도 그랬듯, 이곳의 실세는 자신이다고 어필하는 듯 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은 그린과 4년 1억 달러에 재계약을 마쳤다. 골치아픈 캐릭터인 것은 맞지만 그 이상으로 장점 또한 많기 때문이다. 일단 다른 팀은 모르겠지만 워리어스에서는 그린의 능력이 여전히 필요하다. 수비, 패싱게임 등 워리어스 공수 각부분에 걸쳐 핵심 역할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리빌딩이 아닌 여전히 우승을 목표로 뛰고있는 만큼 특급 디펜더이자 포인트포워드인 그린이 빠진다면 기존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공산이 크다. 거기에 커리, 탐슨과 함께 왕조를 만들고 이끌어간 주역이라는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다. 폴까지 합류한 현재의 워리어스는 커리가 그나마 기량을 유지하고 있을 때 추가 우승을 노릴 필요가 있다.
주축 멤버들이 대부분 노장 대열에 들어선 것을 비롯 덴버 너게츠 등 젊고 강한 경쟁팀들이 속속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조건에 재계약한 그린이 사고를 덜치고 좀더 너그럽게 외부에서온 전력을 품어줄 수 있다면 그 가능성이 올라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팬들은 그린이 폭군이 아닌 성군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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