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조상, 기후변화 때문에 다른 종과 유전자 일부 섞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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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인류의 유전자에 직계조상인 호모사피엔스뿐 아니라 다른 호모종의 유전자가 일부 섞이게 된 것이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의 악셀 팀머만 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은 이탈리아의 기후 및 고생물학 연구팀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고 1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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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인류의 유전자에 직계조상인 호모사피엔스뿐 아니라 다른 호모종의 유전자가 일부 섞이게 된 것이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의 악셀 팀머만 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은 이탈리아의 기후 및 고생물학 연구팀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진은 슈퍼컴퓨터를 기반으로 고기후·식생 시뮬레이션 결과와 고인류학적 증거를 결합해 기후변화가 초기 인류 종들의 상호 교배 시기와 장소를 결정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결론 내렸다.
다른 인류 종들 사이에 교배가 흔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앞서 2018년 제시된 바 있다.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장 연구팀이 시베리아 알타이산맥에 있는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한 화석 ‘데니’가 데니소바인 아버지와 네안데르탈인 어머니를 가진 13세 소녀였음을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다른 호모종 간 상호 교배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그동안 화석 표본과 고대 DNA 유전적 분석만으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팀머만 연구팀은 슈퍼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고기후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이 결과를 고인류학적 증거와 유전자 자료와 결합해 네안데르탈인은 온대림과 초원지대를 선호했고 데니소바인은 툰드라와 냉대림과 같은 추운 환경에 더 잘 적응했다는 서식환경 선호를 파악했다.
논문 제1 저자인 쟈오양 루안 IBS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네안데르탈인은 남서부 유라시아를 선호하고, 데니소바인은 북동쪽 유라시아를 선호했다”며 “서식지가 지리적으로 분리돼 있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데니소바인의 서식지를 추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며 “이처럼 서로 서식지가 달랐던 호모종의 상호교배가 이뤄진 장소와 시기를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지구 공전궤도가 더 타원형이고, 북반구의 여름에 태양과 지구가 서로 가까이 있을 때 호모종 간 서식지가 지리적으로 겹친 것으로 시물레이션 결과 나타났다.
알타이산맥, 사르마틱 혼합림, 이베리아반도 등 북유럽 및 중앙아시아지역에서 공존 시기 중 최소 6번의 상호작용이 있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특히 두 종 간 상호 교배 지역은 간빙기 시기에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했다. 연구진은 이 변화가 기후로 인한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 유라시아 지역의 식생 패턴이 지난 40만 년 동안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분석했다.
그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과 온화한 간빙기 조건이 온대림을 북유럽에서 유라시아 중앙부 동쪽으로 확장하도록 하면서 네안데르탈인이 데니소바인의 주요 서식지까지 갈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진 것을 확인했다.
팀머만 단장은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서식지를 공유했을 때 두 집단 간 상호작용이 많아져, 상호 교배의 가능성도 함께 높아졌을 것이다”며 “빙하기-간빙기 변화가 오늘날까지 유전적 흔적으로 남아있는 인류의 ‘러브스토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북대서양의 급격한 냉각화가 초기 인류의 유럽 내 거주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연구도 이날 사이언스에 동시 게재했다. 연구단은 기후 시뮬레이션과 고고학 자료를 결합해 초기 인류의 역사를 재구성한 연구로 올해만 총 3개의 논문을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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